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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를 면담했습니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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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단체와 국제앰네스티 한국본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사형제 위헌심판 결정 공개변론을 앞두고 사형제도의 위헌 결정을 호소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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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장헌권 | 목사·광주기독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

광주교도소 가는 길 언덕에는 여름 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재소자들 대면 인성교육을 진행하지 못하다가, 지난 6월부터 대면 교육이 재개됐다. 오랜만에 재소자들을 만난다는 것부터 감사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형제도가 헌법재판소에서 세번째 위헌 심판을 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사형제 존폐를 두고 “국가가 행하는 합법적인 살인이므로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과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존치시켜야 한다”는 반박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사실 우리나라는 사형제 폐지 국가나 다름없다. 1997년 12월30일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후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20세기 후반 세계적으로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사형제도 폐지 운동은 특히 국제법률가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 같은 국제인권기구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유엔과 유럽평의회 등 국제기구는 사형제도를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인권표준을 제정했다. 여기서 인권표준은 미성년자와 어린이 그리고 정신장애나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 등 행위의 결과를 판단할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사형선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물론 범죄 가운데서도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인 대량학살, 전쟁범죄 등 도무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 경우엔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기도 한다.

그렇다면 동족을 팔아 부귀영화를 누린 친일파, 국가폭력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 했던 수많은 양심수를 만들었던 독재권력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제주 4·3과 여순항쟁, 5·18 광주 민주화항쟁 등 국민을 학살한 자들은 수사와 재판 대상에서 비켜나거나, 도피하거나, 재판을 받더라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나갔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죄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숨졌다. 필자는 이런 인간들은 살아 있다고 해도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서 사형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사형수를 면담한 적이 있다.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느 한순간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을 뿐이다.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형수만이 알 수 있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로 싸여 있을 것이다. 가슴 깊이 파고드는 차가운 절규를 누가 알까.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살아가면서 참회할 기회를 주는 것일 수 있다.

‘‘사형 몇명’ 통계 파악도 못한 채 존치론 펴는 정부’(<한겨레> 7월19일치) 기사를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사형제도는 용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반인권법이다. 사형제도로 폭력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복수와 보복으로 증오를 만들 뿐이다.

매년 10월10일은 세계사형반대연합이 지정한 ‘세계 사형제도 폐지의 날’이다. 사형으로 또 하나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비극을 연장할 뿐이다. 이제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많은 국가도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광주교도소에서 인성교육을 마치고 나오는 길, 어린이집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사형제도 없이도 마음껏,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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