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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소기업] AI만 알고 사람은 모르게…영상정보 유출 걱정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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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좌초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정부 규제가 오히려 사업 기회를 낳기도 한다. 전 세계 개인정보법 강화 움직임을 타고 인공지능(AI) 익명화 기술로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있는 김태훈 딥핑소스 대표(47)가 대표적이다. 2016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사생활 보호법인 유럽의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 탄생은 인텔에서 '핵심 엔지니어'로 일하던 김 대표의 가슴에 따끈한 야심을 지폈다. 당시 인텔마저도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해 자체 데이터를 파기하고 있었다. 그는 '해볼 만한 게 있다'는 확신에 글로벌 기업을 뛰쳐나왔다. 개인정보 데이터를 익명화한다면, 즉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AI만 식별 가능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2018년 설립된 '딥핑소스'는 자체 익명화 기술을 통해 원본 영상을 흐릿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한 반면 AI는 필요한 정보를 쏙쏙 빼갈 수 있게 했다.

―전 세계 개인정보 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규제에 웃는 사업인 셈이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개인정보 규제는 앞으로 계속 강화될 것이다. 기업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한다. 안전하게 쓰고 싶은 거다. 하지만 개개인은 자신의 데이터를 침해받기 싫어한다. 즉 개인정보는 침해하지 않으면서 익명성을 보장하며 기업이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어떤 특허를 가지고 있나.

▷총 63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 '데이터의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면서 데이터 AI 분석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었고, 최근에는 영상 인식 AI 관련 기술도 많이 특허로 내고 있다.

―딥핑소스 기술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가령 지하철역에 광고가 있다. 광고 앞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물론 수집한 데이터는 모두 익명화한다. 1000명이 지나갔는데 광고는 50명이 봤고, 이 중에 여성과 남성 비중은 어떻고, 30대는 몇 명인지 추론할 수 있다.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광고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또 은행 ATM 앞에 설치된 카메라에 딥핑소스 기술을 입히면 보이스피싱 위험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누군가 전화기를 붙잡고 있고 이상 행동을 하면 보안요원이 즉각 출동하는 식이다. 또 카페에서 누군가 2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리필을 권하거나 프로모션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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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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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분석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코엑스 전시장을 분석한다고 하자. 이 전시관에서 나온 사람이 어디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전시장으로 돌아가는지, 또 코엑스 입구에 청소년 200명이 갑자기 들어온다고 했을 때 매장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장 앞에 전시된 옷을 10대 취향에 맞게 싹 바꾸면 좋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전화로 알려줬는데 이제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움직임과 동선을 알려준다면 매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놀이공원 입구도 아르바이트생이 몇 명이 입장하는지 세고 있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10명 중에 3명은 가족, 2명은 커플 등으로 세분화해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영향을 끼쳤나.

▷매장에 사람이 많아야 데이터 분석이 의미가 있는데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가 어려웠다. 기업도 불확실성 때문에 돈을 집행하기가 어려웠다. 개인정보법이 강한 곳이 유럽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인데 영업활동이 없어서 애를 먹었다.

―수요가 많은 곳은.

▷개인정보가 가장 많은 데가 물류센터 건물 등이고, 백화점과 마트, 은행, 쇼핑몰, 편의점도 주 고객사다. 기존 폐쇄회로(CC)TV에 관련 장비를 설치하면 이동을 추적할 수 있다. 고객사는 업종마다 하나씩 고객이 있다. 코엑스도 고객이다. 일본도 업종마다 하나씩 있다. 미국은 대형마트와 협의 중이다. 국내가 가장 많이 진행됐고 일본도 빠르다. 유럽 쪽도 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으로 내년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다.

―'CCTV 1위국'인 중국 시장은 어떤가.

▷중국은 큰 시장이고 무서운 시장이다. 그런데 중국은 빼고 생각한다. 중국과 열심히 거래하는 회사는 미국에서 싫어한다.

―아무리 익명화 기술이라지만 '빅브러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은 간단하게 안전한 것 위주로 한다. 한 명 한 명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돈줄이 막히면서 스타트업계 거품이 깨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침체는 오래갈 것 같다. 스타트업이 경쟁적으로 복지를 늘려왔는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요즘에는 투자받으려고 돌아다니려면 굉장히 고생한다고 들었다. 투자가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아무도 큰맘을 먹고 깃발을 꽂으려고 하지 않는다. 투자 기준이 깐깐해지고 가격이 더 조정될 것 같다. 회사의 기본은 결국 돈을 버는 일이다.

―직원들이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사실은 스톡옵션보다 더 좋은 당근책이 있다. 스타트업이 더 큰 회사에 인수되면 새 회사에서 사업부가 새로 생기면서 직급이 두세 등급 올라간다. 30대 임원이 될 수 있다. 커리어 점프를 할 수 있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는 장점이다. 나 역시 공동창업한 올라웍스가 2012년 인텔에 인수되며 인텔에서 '핵심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KAIST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스타트업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쉽지 않다. 생계는 창의성에 영향을 준다. 어린 시절에 해볼 만한 게 있으면 하는 게 좋다. 보통 회사에 입사하면 한두 가지 직무를 배우지만 스타트업은 주민센터도 가야 하고 별걸 다 해야 한다. 그런 현장 경험을 통해 현실을 깨닫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는.

▷세상 모든 데이터를 안전하게 만들어 준다는 비전 모토를 갖고 있다. 먼 산에 있는 목표로 그걸 향해 걸어간다. 올해 미국하고 일본에서 잘하고 유럽은 내년에 해야 할 것 같다. 미국 법인을 뉴욕주에 곧 설립한다. 지금 현재 42명의 직원이 있는데 해외에서 직원 채용을 늘릴 계획이다.

―누적 투자 금액은.

▷올 초 140억원을 포함해 233억원을 받았다. 엑시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엑시트를 원할 것이다. 우리 같은 기업 간 거래(B2B) 기술 기업은 초기에 살아남을 확률이 높고 성공 확률이 더 높다. 큰 딜이 성사되면서 커간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은 성공확률은 낮지만 터지면 크게 터진다.

―스타트업 대표로서 애환은.

▷대표이사랑 나머지 직원이랑 정말 다르다. 대표가 아닐 때에는 보통 '사람이 힘들다'고 한다. 대표는 사람도 힘든데 돈도 힘들다. 돈마다 이름표가 있고 이유가 달려 있다.

▶▶ 김태훈 대표는…

△1975년 서울 출생 △1991년 서울과학고 입학 △1993년 KAIST 입학 △2004년 KAIST 박사학위 취득 △2006년 올라웍스 공동창업, CTO △2012년 올라웍스 인텔에 매각 △2018년 딥핑소스 공동창업, 대표

[이향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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