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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안 했던 '헌트'... 이정재, 감독으로도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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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헌트>

오마이뉴스

▲ 영화 <헌트>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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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주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본격적인 극장 활성화 시기, 텐트폴 영화의 네 번째 작품 <헌트>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진출 작품이다. 여름 시장에는 소위 관객을 모을 수 있는 대표 선수를 매치하는 게 관례다. 스타 감독과 배우가 총출동하고 제작비도 최고치를 경신한다. 그중 <헌트>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란 이유로 기대치가 낮았었다. 솔직히 좀 의아한 대표 선수였다. 지난 5월 칸 현지의 호불호 반응도 그렇고, <오징어게임>의 명성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려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놀라운 작품이었다. 조심스럽게 빅 4 대전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단 한 순간도 늘어지지 않는 긴박함,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무한한 상상력, 치밀한 각본과 구멍 없는 배우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당연히 유럽 현지 반응이 이해되었다.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를 건드리면서 첩보 액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이정재 감독은 칸영화제의 불호 평가를 적극 수용했다. 두 남자의 심리 변화를 관객도 느낄 수 있게 재편집했다. 확연히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후반부 변화된 행동을 납득 가게 하면서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했다. 편집의 힘을 재확인하는 마법이라 할 수 있다.

이 안에 두더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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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헌트>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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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한민국 안기부. 3년 전 서로 다른 사건으로 심적 변화를 맞이한 두 사람은 껄끄럽게 재회한다. 1980년 광주에서 학살을 목격했던 군인 출신 김정도(정우성)와 일본에서 활동했던 박평호(이정재)는 호시탐탐 서로를 저격할 빌미를 찾기 위해 안달이었다.

그러던 중 해외팀 박평호와 국내팀 김정도는 조직 내 동림 색출 작전에 열 올리게 된다. 누가 누구의 뒤통수를 먼저 칠 것인가. 오늘의 동지도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야만의 시대에는 선뜻 예측하기 어려웠다.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해 헛다리짚게 되면서 더 큰 야욕을 부르고, 비밀이 노출되면서 고비에 직면하게 된다.

두 팀은 각자를 용의선상에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한 대한민국 1호 암살 사건에 휘말리며 의심과 경계, 신념을 건 작전이 한순간에 터져버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모든 것이 전복되고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속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배우가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제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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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헌트>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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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는 이정재 정우성의 23년 만의 만남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999년 <태양은 없다> 이후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투샷을 떠나 이야기가 탄탄하다 보니, 미장센과 화려한 액션이 눈에 들어온다. 온전히 러닝타임에 빠져들어 집중하면서도 재미까지 추구할 수 있어 놀랍다. 연출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동림 색출 사건 이후 예상외로 치닫는 반전이 극적 쾌감까지 잡아냈다.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져 예견된 파국으로 치닫는 듯 보였다. 속아주는 건지 진짜 속는 건지 알 수 없는 심리전이 계속되며 가족과 팀원을 지켜야 하는 위기와 맞물려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쉽게 답을 주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동림 색출의 긴장감은 결말까지 이어진다.

과연 영화의 피사체에서 적극적인 주체가 되고 싶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헌트>의 배우로 제안받았던 이정재는 각본을 읽다 매료되어 제작을 결심했다. 4년간 공들인 각색을 통해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다. 거기에 평소 절친한 사이인 정우성과 연기까지 잡은, 그야말로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할 만하다.

30년 관록이 묻어나는 노련한 배우의 감각이 제대로 응집되어 있다. 최근 김윤석, 조은지, 하정우, 정진영, 문소리 등 감독으로 변신한 배우 중 230억 원 제작비를 쓴 연출자가 되었다. 눈을 뗄 수 없는 오프닝과 클로징의 위력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배우를 빛나게 하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배우 출신답게 살아 숨 쉬는 입체적인 조· 주연 빌드업이 인상적이다.

특별출연의 의미를 재정의하기도 했다. 이정재와 정우성과 한 번이라도 옷깃을 스친 인연이라면 단 한마디 대사 없이도 출연에 응한 톱스타 찾기도 빠질 수 없겠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배우가 등장해 놀라움을 안긴다. 영화계 오랜 관록이 드러나는 인맥관리 면모도 들여다볼 수 있다.

절대적으로 믿었던 서로의 신념이 흔들리는 3년 전 사건 및 실제 역사를 재해석하는 영리한 선택이다. 역사와 상상이 만난 시너지를 이룬 사례다. 신념과 대의는 달랐으나 공통의 목표를 좇던 두 사람은 대통령 암살 앞에서 폭발하고야 만다. 스파이 영화에서 가장 큰 관건은 믿음과 배신이 점철되는 반전이다. 초반에 탄탄한 서사를 쌓아 올려 후반에 터트리는 호기, 먹고 먹히는 관계가 잘 빠진 상업영화가 <헌트>다. 이정재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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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장혜령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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