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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자책골' 넣은 긱스, 전설에서 흑역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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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 폭행, 협박 혐의... 긱스 측 '사실무근' 주장

오마이뉴스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 받는 라이언 긱스 ▲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이자 웨일스의 감독이었던 라이언 긱스가 2022년 8월 8일 전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맨체스터 민슐 스트리트 크라운 코트를 나서고 있다. 라이언 긱스는 최대 징역 5년에 해당하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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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축구를 호령하던 슈퍼스타의 몰락이 처참하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드의 레전드이자, 웨일스의 축구영웅 라이언 긱스가 또 한번 추악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긱스는 현재 전 여자친구 케이트 그레빌을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영국 검찰에게 기소된 상태다. 그레빌은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긱스와 교제하는 기간동안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긱스는 그레빌이 답장을 하지 않으면 욕설이 담긴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무단으로 촬영한 나체사진을 전송하여 함께 찍은 성관계 비디오를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들이 알려졌다. 또한 긱스는 그레빌과 교제하는 기간동안에도 다른 여성들과 복잡한 관계를 맺어왔고 이를 추궁하는 그레빌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모욕했다고. 긱스는 그레빌을 폭행하면서 이를 말리는 그녀의 여동생까지 함께 폭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레빌의 폭로가 모두 진실이라면 긱스는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데이트 폭력과 가스라이팅 등을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긱스 측은 그녀의 주장을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긱스 사건은 현재 영국 맨체스터 형사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된 상태다. 이미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공론화된 것은 지난해였고, 올해 1월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한동안 연기됐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이 사건에 주목하며 "긱스가 그간 축구 스타로서의 이미지 때문에 팬들에 의해 우상화가 되었지만, 경기장 밖에서 드러난 실제 성격은 추악하다"는 검찰 측이 배심원들에게 제시했다는 평가를 인용했다.

현역생활 막바지부터 불거나온 문제들

긱스는 현역 시절 오직 맨유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으로 EPL 13회 우승, UCL 2회 우승 등을 달성했으며 올해의 팀 6회 선정, 올해의 선수 수상, 맨유 역사상 최다 경기 출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축구계의 전설이다. '왼발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정교한 왼발 크로스와 패스 능력, 탁월한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당대 최고의 레프트윙으로 활약했다.

데이비드 베컴-폴 스콜스-게리 네빌 등과 함께 맨유 유스 출신으로 구단의 최전성기를 이끈 황금세대(퍼기의 아이들)의 일원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맨유에서 활약하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었다. 은퇴후에는 맨유 코치와 감독대행을 거쳐 2018년부터는 모국인 웨일스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사실 긱스는 현역 시절만 해도 모범적인 축구선수의 대명사로 꼽혔다. 아이돌같은 인기를 누렸던 동기 베컴이나 동시대의 다른 축구스타들과 달리, 전성기에도 미디어와 접촉하거나 사생활 노출이 많지 않았고 성실하게 축구에만 집중하는 이미지로 사건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기에 안티팬들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역생활 막바지였던 2011년 터진 '불륜 스캔들'을 기점으로 긱스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긱스는 결혼한 이후에도 수많은 여성들과 문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 드러났고, 심지어 여기에는 동생의 아내까지 불륜 대상에 포함된 것이 드러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외에도 동생의 장모나 다른 모델과도 불륜 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불륜에 대해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다만 서구권에서는 공적인 영역과 사생활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 분리해서 보는 문화가 강하다. 그래서 긱스는 불륜 스캔들 이후에도 비록 체면은 구겼을망정, 축구계에서 정상적으로 선수와 코치, 감독을 거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긱스는 더 이상 '축구 레전드'로서 가장 중요한 명예와 존중을 누릴 수 없게 됐다. 긱스가 엄청난 경력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은퇴 과정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것이나 맨유에서 끝내 감독이 되지 못한 것은 이 사건의 여파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불륜이 비록 도덕적으로는 비판받을지언정 사생활의 영역으로 봤다면, 이번 폭행사태는 서구권에서조차 용납받기 어려운 범죄에 가깝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긱스가 문란한 이성관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전력이 있기에 또다시 반성없이 추악한 행태를 반복하는 모습에 팬들의 여론도 싸늘하다. 긱스는 폭행사태 이후 2020년 웨일스 국가대표팀에서도 사실상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긱스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최대 징역 5년 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설사 징역은 피하더라도 이미지가 추락한 긱스가 다시 축구계 주류로 복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들이 사생활 관리 실패로 몰락하는 것은 축구계에서 드물지 않은 사례다. 1990년대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적인 미드필더였던 폴 개스코인은 현역 시절부터 과도한 음주와 사생활로 물의를 일으켰고 은퇴후에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로 몰락한 모습이 드러나며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브라질의 축구천재로 꼽혔던 아드리아누 역시 불우한 가정사로 인하여 술에 의존하거나 마약거래 혐의로 체포되기도 하는 등 수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브라질의 호비뉴는 성폭행 혐의로 이탈리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긱스를 비롯한 슈퍼스타들의 몰락은, 스포츠로 인하여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선수들에게 경기장 밖에서 자기관리와 인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강정호(음주운전)-최성국-강동희(승부조작) 등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과거의 명성을 모두 잃고 흑역사로 전락했다.

과거에는 운동만 잘하면 다른 실수는 용납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미디어가 다양하게 발전하고 팬들이 스포츠에 요구하는 눈높이도 높아진 시대를 맞이하여 선수들의 의식만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진정한 프로는 경기장 밖 사생활에 있어서도 프로답게 처신해야한다는 게 어쩌면 현대의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뉴노멀'이 아닐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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