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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고쳐 쓴’ 김건희 박사논문 심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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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김건희)의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 적용을 중심으로>(2008)는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엄청난 논문’이다. 이 논문은 “IT 기반의 디지털 산업과 운세 콘텐츠”의 접맥을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놀랍다. 이 논문이 시론적 연구인 만큼 학문적 체계, 형식과 내용, 연구윤리의 측면에서 보다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본 심사자는 다음 사안에 대한 청구자의 수정과 숙고를 요청한다.

경향신문

오창은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첫째, ‘통상적 용인 범위’ 내에서 박사논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가이다. 인문사회 분야의 박사논문으로서는 예외적이고, 특별하게도 이 논문은 각주가 단 ‘30개’에 불과하다. 심사자는 30개만으로 이뤄진 박사학위 청구논문을 최초로 접했다. 학술지에 게재되는 일반논문도 최소 20~30개의 각주가 있다.

각주가 30개뿐인 박사논문은 ‘통상적인 용인 범위’를 크게 벗어날 정도로 예외적이고 특별하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원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습득하는 각주·참고문헌 작성법도 오류투성이다. 청구자는 이 논문의 심사통과를 위해 각주·참고문헌 작성법을 준수하고, 각주를 대폭 보완하여 연구의 밀도를 높이기를 권유한다.

둘째, 논문의 형식적 측면에서 ‘학문적 적합성’이 있는가이다. 박사학위논문은 연구사 검토를 통해 학문세계의 전통을 계승하고, 연구방법론 제시를 통해 박사논문의 보편화 가능성을 획득한다. 심사자는 처음으로 ‘연구사 검토’와 ‘연구방법론’ 제시가 없는 박사학위 청구논문을 접했다. 논문의 목차에는 ‘제2장 이론적 배경 및 선행 연구의 고찰’ 항목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제 본문에서는 기술내용을 찾을 수 없다. 혹시 기존 연구 자체가 없는 논문인가 하는 의구심에서 심사자가 논문을 검색해 보았다. 기존 연구로는 동양철학 사주 관련 논문 25건, 얼굴 관상 관련 논문 107건, 부부 궁합 관련 논문만 9건을 찾을 수 있었다. 연구방법론이 아무 설명 없이 생략된 것도 문제다. 연구사 검토와 연구방법론 제시가 이뤄지지 않은 박사논문은 학문적 약속 위반이다. 청구자의 논문은 형식적 측면에서 ‘통상적 용인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기에, ‘연구사 검토’와 ‘연구방법론’을 추가로 기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논문의 내용적 측면에서 학문적 가치가 있는가이다. 이 논문은 내용적으로 부조화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운세 콘텐츠에 대한 개론적 설명이고, 두 번째 부분은 ‘애니타’라는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관련 설문조사와 마케팅 전략에 관한 부분이다. 별개의 두 글이 박사학위 청구논문으로 묶여 있어 ‘기괴한 병렬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논문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설문조사의 경우 ‘(주)메트릭스’라는 업체에 의뢰한 것이다. 설문조사가 언제 이뤄졌고, 어떤 방법으로 표본 추출이 되었는가도 서술되어 있지 않다. 단 300명의 온라인 조사 결과가 박사학위 논문의 가치에 준하는 데이터로서의 유효성이 있는가도 문제다. 박사학위논문은 설문조사 결과값 기술이 아니라, 그 데이터에 대한 학문적 해석과 설득적 근거 제시가 중요하다. 논문의 중요 부분이 데이터 제시에 그치고 있어 내용적 측면에서도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학문윤리적 측면에서 표절 행위는 없는가에 대한 검증이 가장 중요하다. 이 논문은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의 ‘디지털 콘텐츠와 사이버문화’(2002) 논문을 인용 없이 그대로 자신의 것인 양 사용하여, 표절을 공공연하게 자행한 대범한 사례에 해당한다. 연구윤리 위반은 박사논문 심사에서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사안이다. 이 논문이 심사에 통과되더라도, 추후 연구윤리 위반으로 판명될 경우 박사학위가 취소된다.

심사자는 4개 대학교에서 11건의 박사논문을 심사한 경험이 있다. 심사논문 중 1건은 반려되었고, 3건은 한 학기 혹은 1년간 심사가 유예되었다. 7건은 엄격한 심사과정과 청구자의 치열한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통과되었다. 박사학위 논문심사 과정은 돈과 권력이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학문의 자율적 영역’이어야 한다. 대중이 학문세계에 기대하는 ‘한국사회의 다른 미래’도 ‘학문의 자유’가 존중될 때 움튼다. 학문세계마저도 ‘돈과 권력’의 눈치를 본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어두운 회색빛으로 변하고 만다. 박사논문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판정을 위한 노력에 비추어 볼 때, 이 논문은 ‘반려’가 타당하다. 김명신 박사논문 청구자에게도 ‘논문 자진 철회’를 권고한다.

※ 위의 글은 가상의 박사논문 심사자가 되어,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을 학문적 요건에 비춰 검증한 심사보고서다.

오창은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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