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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기행을 통해 바라본 일본의 전쟁 가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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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태국 제스 전쟁박물관에 전시 중인 일본군과 포로의 등신대 모형을 그린 그림작가 카나이 마키의 그림. 이유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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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현 다케하라시 다다노우미항에서 남쪽으로 3㎞를 내려가면 오쿠노시마라는 작은 섬이 있다. 섬의 유일한 숙박 시설에 딸린 목욕탕 창밖으로 시고쿠와 혼슈, 규슈로 둘러싸인 내해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이다. 논픽션 작가 야스다 고이치는 이곳에서 몸이 물속에 녹아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하고 감탄한다. 그리고 이어 일본이 제국주의에 휩싸여 타국 주민을 위협했던 '가해의 역사'를 떠올린다. 이처럼 어색한 사고의 흐름이 가능한 이유는 오쿠노시마에 일본에서 가장 큰 독가스 공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쿠노시마에서는 1929년부터 1945년까지 독가스의 일종인 이페리트, 루이사이트 등이 6,600톤(t) 이상 제조됐다. 야스다와 그림작가 카나이 마키는 목욕탕 기행을 떠났다가 곳곳에서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목격하고 이를 신간 '전쟁과 목욕탕'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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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한국에서 마주친 찜질방 풍경을 그린 그림. 이유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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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목욕탕ㆍ야스다 고이치, 카나이 마키 지음ㆍ정영희 옮김ㆍ이유출판 발행ㆍ384쪽ㆍ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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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만난 이티씨와 함께 계곡에 몸을 담근 야스다 고이치(오른쪽). 이유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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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극우 혐한 세력을 직격한 전작 '거리로 나온 넷우익'으로 유명한 야스다는 이번 책을 통해 한국과 일본, 태국, 오키나와 등에서 경험한 목욕탕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카나이 마키의 따뜻한 글과 그림이 더해졌다.

그러나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들을 유영하다가도 끊임없이 어두운 역사로 돌아간다. 예컨대 한국 여행기는 '때밀이' 경험부터 찜질방 풍경, 일제시대 동래온천 역사 등으로 이어지다가 목욕탕에서 마주친 할머니 이야기에서 분위기가 서늘해진다. 가벼운 대화를 이어 가던 할머니가 이름을 묻는 질문에 "일본인에게는 이름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한 것이다. 재미있고 소소한 사연이 가득한 여행기인 동시에 일본의 전쟁 가해의 역사를 고발한 책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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