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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를 월드 드라마로 만든 멋진 번역들[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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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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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번역을 논할 때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부터 떠오른다. 특히 한국은 번역서의 비중도 높은 편인데, 이제 한국 문학과 영화, 드라마가 널리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는 이제 외국어로 많이 번역되는 언어에 끼게 되었다. 지난해는 특히 '오징어게임' 덕분에 한국어를 어떻게 잘 옮기느냐 하는 다소 생소한 문제에 외국인들도 새로이 눈뜨게 됐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 흥행 몰이 중이다. 한국 드라마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에서 인기가 높은데 '우영우'도 그렇다. 한국이 매우 서구화됐어도 아시아권과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정서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중남미에서도 인기가 꽤 높다. 근래의 주요 한국 드라마가 기존 연속극과는 여러모로 달라도, 그곳에서는 연속극과 비슷한 '텔레노벨라'라는 장르가 굳건한 만큼 우영우가 호응을 얻는 정서적 공감대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 인기의 뒷배경에는 맛깔스러운 번역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이 드라마는 말장난이 유독 많이 나온다. 한 언어만의 특징이 압축된 말장난은 직역을 하면 아예 말이 안 되므로 특히 번역하기가 어렵다. 우영우는 자기소개를 할 때,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면서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라고 읊는다.

그럼에도 번역 자막들은 각 언어의 특징도 잘 살리면서 옮겼다. 뒤집어도 똑같은 문구나 낱말을 회문(回文)이라 하는데 강세 중심인 영어는 한국어처럼 음절로 말 뒤집기가 안 되고 대개 글자로만 된다. 그래서 kayak, noon, racecar처럼 옮겼다. 기러기를 kayak(카약)으로 바꾼 건 나름대로 비슷한 발음을 염두에 둔 듯하다. '우영우'나 '역삼역'은 고유명사라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놔뒀다.

일본어는 한국어처럼 음절 구조로도 딱 맞출 수 있어서 매우 비슷하게 된다. キツツキ, トマト, スイス, 子猫, 南[키쓰쓰키, 토마토, 스이스, 코네코, 미나미: 딱다구리, 토마토, 스위스, 새끼고양이, 남쪽]. ウ·ヨンウ[우욘우]도 음절을 뒤집으면 같고, 駅三駅도 발음은 [에키산에키] 내지 한국식 [요쿠사무에키]지만 글자로는 앞뒤가 같다.

브라질 포르투갈어도 음절 뒤집기가 가능해서 casaca[카자카: 외투], careca[카레카: 대머리]처럼 된다. 낯선 '역삼역' 대신에 Toronto[토론토]라는 비교적 익숙한 지명을 택한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우영우' 10회에서는 주인공의 친구 동그라미가 아르바이트 중인 식당의 사장 털보와 변호사 친구 최수연이 소개팅을 한다. 최수연이 분당에 산다니까 털보가 아재 개그 말장난을 하는데, 언어마다 문화적 특색도 잘들 살렸다.

한국어: "바람이 굉장히 귀엽게 부는 데서 사시네요?" (바람이) 분당.

영어: "동네에 기막힌 빵이 있나 보네요." bun[번]: 빵의 일종, dang[댕]: 멋짐.

말레이어: "사시는 데는 벼가 많은가 봐요." bendang[븐당]: 논.

브라질 포르투갈어: "엉덩이춤을 많이 추는 동네인가 봐요." bundão[분당]: 엉덩이.

번역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렇듯 여러 문화는 번역으로 만나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작품이 번쩍번쩍 빛나도록 분골쇄신하며 분투하고 번민하는 세상 모든 번역가가 듬뿍 복을 받길 빈당!
한국일보

신견식 번역가·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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