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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3관왕' 제주, 관광으로부터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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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효 제주민예총 전 이사장]
한반도 남단의 섬,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2016년 1500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에도 제주도로 향하는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2021년 12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제주를 찾았다. 일상의 지친 삶을 내려놓고 휴식과 위안을 받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는 어떨까. 불행히도 각종 지표들은 제주도에 적신호가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매년 늘어나는 쓰레기와 하수는 처리용량을 초과해 바다까지 오염시키고 있으며 교통난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수많은 숲과 목장이 골프장과 관광시절로 사라져갔고, 지금도 '관광'이란 이름으로 제주 곳곳에 무차별 삽질을 가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쉼이 필요하다. 개발의 삽질을 멈추고 제주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여행이 제주를 삼키는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여행과 제주 모두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관광으로부터 관광을 보호해야

제주에서 흔하게 보는 문장 중의 하나가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다. 시내버스 광고를 비롯해 제주를 홍보하는 거의 모든 자료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라 하면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을 이르는 말로 전 세계에서 이 모두를 충족하는 곳이 제주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식생의 보고, 화산학의 교과서, 전설의 보고, 오름의 왕국, 1만8천 신들의 고향 등 제주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식어는 많다.

그렇다면 제주는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기에 가치가 높은 것일까? 제주의 가치를 단순화시켜 말하면 '한 곳에서 2000m에 육박하는 높은 산과 드넓은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청정한 환경은 덤이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이 제주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유산 보호구역만이 아니라 제주도의 가치가 뛰어나기에 세계유산이 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유네스코에서도 제주도의 더 많은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지 않았던가. 예로부터 제주 사람들의 인식, '한라산이 곧 제주도요, 제주도가 한라산'임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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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한라산. ⓒ강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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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머니의 산, 한라산

제주 사람들이 제주의 상징 한라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자.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던 독일의 지리학자 지그프리드 겐테(Siegfroied Genthe)가 1901년 한라산을 오를 때의 이야기이다. 신축년 제주민중항쟁 직후라 서양인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황임을 고려하여 그는 소개장과 여행 도중 신분보장을 위한 통행증까지 소지했지만, 당시 이재호 제주목사는 그의 한라산 등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유는 한라산을 신성시하는 제주 사람들의 믿음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인데, '범접할 수 없는 고고함과 안정을 누군가가 깨뜨리는 날이면 산신령이 악천후와 흉작, 역병 등으로 반드시 이 섬을 응징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와서 산신령을 괴롭히는 이방인에 대하여 항의할 것'이라는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신(神)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러한 존경의 마음이 이제껏 한라산에서의 수많은 개발계획을 막아내는 힘으로 작용했다. 한라산 개발계획의 시작은 1965년이다. 성판악에서 사라오름 부근까지 8㎞에 대해서는 차도를 내 관광도로로 이용하고, 여기서부터 백록담까지 나머지 6㎞에 대해서는 3m 폭의 등산로를 개설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어 1968년에는 성판악을 기점으로 사라악 - 왕관릉 - 백록담 - 영실을 잇는 10.6㎞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사업계획이 제출되는가 하면 이와는 별도로 성판악에 500평의 부대 건물과 60평의 유기장, 사라악에 200평의 부대 건물과 휴게소, 왕관릉에 150평의 휴게소, 백록담에 1000평의 호텔, 오백나한에 300평의 유기장을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나온다.

이후 잊을만하면 '산악관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한라산 케이블카 건설계획이 등장하는데,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때마다 문화재위원을 비롯한 전문가와 도민들이 막아냈다. 1966년 한라산을 문교부에서 부랴부랴 천연보호구역으로 가지정했던 것도 개발행위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였을 정도다.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아낌없이 주는 존재이기에 흔히들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한라산 계곡의 물을 식수로 이용하고 있고, 과거에는 땔감, 심지어 집을 짓거나 배를 만드는 목재도 한라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이용했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백록담까지 소와 말을 풀어 방목하기도 했다. 해서 제주 사람들의 일생을 '한라산에서 태어나 다시 한라산으로 돌아간다'라고 표현할 정도다.

관광이 곧 정복이 되어버린 시대

하지만 근래 들어 한라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관광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정복의 대상,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SNS에 올릴 사진 촬영을 위해 한라산을 오르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탈법도 많아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는가 하면 사라오름 산정호수에서 수영을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까지 나온다. 등산(登山)이 아닌 입산(入山)이라 하여 산에 든다는 의미를 강조했던 옛사람들의 정신세계가 그리운 대목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비단 한라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제주 여행의 일대 전환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올레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걷기를 통한 사색은 사라지고 전 코스 완주에 매달리는 올레꾼들이 많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기념품으로 제작한 '간세' 인형이 있다. '간세'는 게으름을 피우는 행위 또는 일하기 싫어함을 말하는 제주어다. 하지만 천천히 걷는다는 간세인형의 의도와는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진정한 걷기 애호가는 구경거리를 찾아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을 찾아서 여행한다. 도보로 산책하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혼자여야 한다. 단체로 또는 둘이서 하는 것은 이름뿐인 산책이 되고, 오히려 피크닉에 속하는 것"이라 말했던 스티븐슨의 경고를 귀담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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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매화나무. ⓒ강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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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리삼. ⓒ강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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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람이 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제주 여행에 있어 자연경관만이 아닌 그곳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담과 해녀, 감귤, 조랑말 등 제주를 상징하는 자원들 하나하나가 과거에는 척박한 삶의 현장이거나 수탈의 수단으로 이용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전역에서 보이는 돌담은 과거 척박한 땅을 일구며 발생한 돌을 쌓아 올린 것으로, 경계의 기능과 함께 바람을 막거나 소와 말이 농작물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해녀들은 저승에서 돈을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고단한 작업을 이어간다. 감귤의 경우 과원(果園)의 인부는 봄에 달린 열매의 숫자를 가을 수확기에 제출해야만 했다. 두세 차례 태풍이 지나며 낙과 피해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목마장의 목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말이 한라산에서 얼어 죽었을 경우 그 가죽을 바쳐 증명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만 했다.

오늘날 제주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4.3의 아픔을 알아야 한다. 1948년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인 3만 명 내외가 희생된 근현대사 최대의 비극이다. 성산일출봉, 정방폭포, 천제연폭포, 송악산, 함덕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 등 제주의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거니와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옛 정드르비행장)이나 제주 앞바다도 학살터였다. 이처럼 제주는 발길 내딛는 곳곳마다 민중의 한이 함께 하고 있다. 한마디로 잔인한 아름다움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겨울꽃으로 동백과 수선화가 있다. 동백은 4.3의 아픔을 상징하는 꽃이고,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의 표현을 빌어 '해탈 신선의 꽃'으로 소개된다. 추사는 들판에서 자라고 있는 수선화를 통해 절해고도에서 유배인의 신분인 자신을 떠올렸을 것이다. 문제는 추사의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수선화가 곳곳에 여기저기 널려있다. 밭고랑 사이에 더욱 무성한데 이곳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고 보리갈이 할 적에 모두 뽑아 없앤다.'라고. 추사에게는 신선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농부의 입장에서는 잡초일 따름이다.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야

최근 제주는 적정수용력을 초과한 관광객들과 관광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각종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으로부터 관광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의 관광을 위해 현재의 개발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로 미래세대의 관광 욕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세대의 관광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의 개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예컨대 1960년대 계획대로 백록담 분화구 안에 호텔을 짓고, 사라오름과 영실기암에 숙박시설, 그리고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도로포장을 냈다면 오늘날의 한라산은 어떻게 됐을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무분별한 사냥으로 100여 년 전 멸종한 한라산의 사슴도 기억해야 한다. 백록담 바위틈 돌매화나무나 선흘 곶자왈의 제주고사리삼을 보라. 규모가 아닌, 작음으로써 그 가치를 증명하는 사례다. 제주다움을 지키는 것보다 더 큰 관광개발은 없다.

훗날 여러분이 다시 찾고 싶은 제주가 온전히 이어지길 바란다면 제주의 가치를 지키는 길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제주는 그만큼 소중한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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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앞바다. ⓒ강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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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효 제주민예총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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