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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지지율 추락에 발 묶인 대북정책...'담대한 구상'에 북 당장 호응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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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새로운 대북제안이나 접근방식의 제시는 없었다. 대신 북한 비핵화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정부가 출범 100일 가까이 가다듬어온 대북정책의 뼈대인 '담대한 구상'의 요지를 설명하는 선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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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2022.06.21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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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 구체적 방안으로 ▲대규모의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언급한 '담대한 구상'이나 그 실현 방안은 지난달 2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올해 통일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이미 밝힌 내용이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모두 54개의 문장으로 짜였는데, 북한관련 대목은 3 문장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국가 재정 문제와 서민생활 안정, 수해 복구 등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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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2022.08. 15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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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광복절은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새로운 대북정책이나 통일방안, 이산가족 문제 해법 등을 제안하는 주요한 계기로 여겨졌다. 윤 대통령의 경우 이번이 취임 이후 첫 광복절 경축사란 점에서 어떤 제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윤 대통령이 새 제안 없이 기존의 정부 대북정책 기조를 되풀이 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건 무엇보다 최근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추락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 석 달여 만에 인사문제와 도어스태핑에서의 발언 논란, 여당인 국민의힘 내분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북제안이나 정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전제로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등의 과감한 제안을 하기엔 무리라는 판단을 했을 공산이 크다.

북한이 최근 들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대립각 세우기에 나서는 점도 윤 대통령의 고심을 깊게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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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2022.08.15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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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른바 '전승절'(6・25전쟁 휴전협정 체결일) 69주년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친 뒤 "그런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에서 "남조선 당국 것들도 박멸해 버리겠다"며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체제 안전 보장' 등을 언급하는 건 무리라고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업무보고 등에서 언급됐던 체제보장 문제가 경축사에서는 빠진 것도 이런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의 영구 중단을 대북 적대시 정책, 즉 자국 안전 보장의 출발점으로 간주하고 있음이 고려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과 북한 핵심층의 대남 강경입장 피력으로 볼때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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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7.22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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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제안보다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조율해가며 상황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과 정부의 생각일 수 있다.

김호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북한 김정은의 '코로나 정치와 전략적 도발의 상관성'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 신정부는 북한 정세와 김정은의 의도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바탕 위에서 원칙과 당당함으로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담대한 구상'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담는데 미흡한 상황이라 입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북한에 새 대북제안을 내놓거나 막힌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여는 시도는 보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한반도 상황의 관리를 위한 한・미 공조와 합동군사연습 재개를 통해 대북억지력 과시 등의 조치가 이러질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어떻게 제어하고 새로운 남북관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윤석열 대통령과 대북참모들의 고민거리로 남게 됐다.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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