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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쥐가 러닝머신 위를 걷는다”···이태우 서울대 교수팀 ‘인공 신경’ 논문 네이처지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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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포드대 제난 바오 교수와 공동 연구

루게릭병·하반신 마비 환자 등에 기회 열릴듯

이 교수 “20년 이내에 여러 질병 해결할 것”

경향신문

출처: 이태우 외,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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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신호 한 번에 하반신이 마비된 쥐가 러닝머신 위를 걷는다. 발 앞에 놓여 있는 공을 차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거대한 배터리도, 인위적으로 움직임을 만드는 수십대의 컴퓨터도 필요 없다. 쥐의 다리에 ‘신축성 유기 인공 신경’을 삽입하기만 하면 된다.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와 미국 스탠포드대 제난 바오 교수 공동 연구팀이 쓴 ‘고유수용성 피드백을 가지는 저전력 신축성 뉴로모픽 인공 신경’ 논문에 담긴 내용이다. 이 논문은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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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가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네이처지에 등재되는 인공 신경을 통한 척수 손상 동물 움직임 구현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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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10년 전 막연하게 했던 상상이 이런 연구 결과로 이어졌다”며 “신경 손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생체 신경섬유와 비슷한 ‘인공 신경’을 만들어 척수가 손상된 동물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신경은 ‘시냅스’와 ‘뉴런’으로 구성되는데, 유기물질로 인공 신경을 만들어 손상된 신경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루게릭병이나 하반신 마비 등으로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도 전기 자극을 통해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연구의 핵심은 ‘저전력’이다. 현재도 기능적 전기자극 치료(Functional Electrical Stimulation, FES)라는 기술이 신경 손상 환자의 재활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FES는 대용량 배터리와 수십대의 컴퓨터가 필요해 제한된 장소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FES는 척수 손상 환자를 천장에 매단 뒤 자극을 주고, 이를 15대의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라며 “(상용화가 되더라도) 구동을 하려면 환자 몸보다 더 큰 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해 일상생활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축성 유기 인공 신경’은 다르다. 인체의 신경은 아주 작은 전기 작용을 증폭시켜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인공 신경 역시 이런 원리를 이용했다. 이 교수는 “신경의 이런 성질 덕에 인간이 김밥 한 줄만 먹어도 300㎏ 가까운 역기를 들 수 있다”며 “그래서 인공 신경도 배터리 없이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FES 방식보다 장비가 간소하고 전력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이 교수의 연구는 활용도가 높다. 인공 신경은 신체 바깥에 붙일 수도, 신체 내부에 삽입할 수도 있어 휴대 역시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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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태우 외,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인공 신경의 또 다른 장점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신체는 특정 수준 이상의 힘을 가하면 망가진다. 근육이 파열되거나 뼈가 부러질 수 있다. 신경이 살아있으면 인체는 미세한 감각을 통해 힘을 조절한다. 이 같은 ‘고유 수용성 감각’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감이 아닌 ‘육감’의 영역에 가깝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외부 컴퓨터의 조력 없이도 쥐의 다리 움직임을 감지해 인공 시냅스에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줘서 다리의 과도한 움직임으로 근육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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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가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네이처지에 등재되는 인공 신경을 통한 척수 손상 동물 움직임 구현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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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기술로는 환자가 자의적으로 신체 부위를 움직일 수 없다.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넣어 근육의 움직임을 유도하고 예측하는 수준이다. 뇌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포착하더라도 신호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교수는 상상력을 가지면 현재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인공 신경도 10년 전에는 상상에 불과했다. 20년 이내에 이 기술을 발전시켜 척수손상, 루게릭병, 파킨슨병 같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트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 전에도 병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을지라도 병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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