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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붙는 OTT 시장

방송도 케이블도 "이러다 다 죽어"…넷플릭스 쩐의전쟁 어느 정도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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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변의 OTT ②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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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국내 진출과 매체 이용 형태 변화 등으로 약속한 콘텐츠 투자가 어려워졌습니다."(A방송사)

지난 4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에 약속한 콘텐츠 투자계획을 이행하지 못한 지상파 A사를 상대로 투자 이행 목표치를 깎아주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A사는 2019년 정부로부터 UHD 방송국 재허가를 받으면서 2020~2024년 UHD 콘텐츠 투자에 약 80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외 OTT의 국내 진출 등으로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고 회사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자 이를 도저히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A사를 질타하면서도 정부에 약속한 투자 목표치를 결국 6230억원으로 크게 낮춘 안건을 의결했다. 넷플릭스라는 공룡 OTT의 국내 진출로 드라마 제작, 시청자 확보 경쟁에서 밀리는 KBS,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3사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이러다 다 죽어"라는 대사가 떠오를 만큼 충격적인 수치였다. 매일경제가 한국을 포함해 세계 OTT 시장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로 부상한 넷플릭스와 국내 지상파 3사의 2020년 콘텐츠 투자액을 확인한 결과 지상파 3사 투자액은 넷플릭스의 18조원 대비 5.4%에 불과한 9698억원이었다.

이른바 '코드 커팅(유료방송 해지 및 OTT 신규 가입)'으로 불리는 지상파와 유료방송(IPTV)의 위기는 국내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OTT 가입 여부를 묻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7년 36%에서 2018년 43%, 2019년 52%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2020년 66%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70%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지상파 3사는 '시청률 하락→광고 수입 급감→프로그램 제작 투자 역량 추락'이라는 전례 없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넷플릭스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시청률이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막대한 돈을 뿌려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키우며 제작비 인플레이션이라는 겹악재까지 덮쳤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해외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제작 생태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지상파나 종편과 같은 국내 방송업계는 '쩐의 전쟁'에서 완전히 밀려 있다"며 "콘텐츠 제작사들이 모두 넷플릭스에 줄을 선 상황에서 투자 압박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료방송의 콘텐츠 확보 스트레스도 심각한 수준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OTT들이 콘텐츠를 빨아들이자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1000억원씩을 갹출해 콘텐츠 제작 공동기금을 조성했다. 넷플릭스로 '콘텐츠 줄 서기'에 대응해 경쟁이 아닌 협력을 선택할 만큼 콘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넷플릭스에 맞설 수 있는 한국 토종 OTT 플랫폼(티빙)을 가진 CJ ENM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 OTT의 공격적인 국내 진출과 투자로 인해 제작비 급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똑같은 드라마도 편당 제작비가 몇 배로 뛰면서 토종 업체들은 콘텐츠 투자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을 전했다.

해외 OTT발 충격에 영화 상영업도 고전하고 있다. 2020~2021년 팬데믹 쇼크로 급격한 매출 하락 위기를 맞았던 CJ CGV는 올해 상반기 엔데믹(일상 회복)에 따른 매출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2019년 상반기 매출액(9465억원) 대비 57%가량에 불과한 5417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OTT 중심으로 바뀐 탓에 기대했던 'V'자 형태의 신속한 회복력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해외 OTT 공세에 시달리는 미디어·콘텐츠 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의 정부 규제 정책이 해외 OTT의 영향력을 급격히 키워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대표적인 게 수익성과 직결되는 광고 관련 규제다. 지난 5월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김숙 컬쳐미디어랩 대표는 지난해 TV 광고 지출이 12.5% 감소한 반면, 동영상 광고가 30.1% 급증하는 시장 추세를 거론하며 방송과 OTT 간 정부의 차별적 광고 심의 규제가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방송사 콘텐츠를 유튜브와 포털 사이트에 3~5분 분량 영상으로 올릴 때 간접광고나 협찬이 포함될 경우 이를 명시해야 하지만 OTT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광고 규제뿐만이 아니다. 국내 실시간 방송 사업자들은 방송법, IPTV법 등에 의해 편성부터 제작, 내용, 기술까지 규제 올가미에 포획된 반면, OTT는 유료방송 플랫폼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넷플릭스의 출현으로 초토화되는 방송시장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연례 보고서(방송백서)에서 전체 비디오 시청 시간에서 전통적 TV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부터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지상파 중심의 매스미디어 시대는 끝났다"고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은 최근 OTT 등장으로 인한 시장 구조 변화에 발맞춰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AVMSD)을 개정하고 OTT를 규제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였다.

반대로 중간광고 규제 완화(20분에 1회), 간접광고(PPL)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기존 지상파 생태계에 대한 광고 규제를 걷어냈다. OTT가 전통 TV 방송을 빠르게 대체하는 가운데 전통 매체에 대한 비대칭적 규제를 해소한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방송업계 인사는 "지상파든 IPTV든 국내 업체들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투자는 물론 국내 규제에서도 현저히 불리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 모두 해외 OTT의 콘텐츠·판권 독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종 OTT 업체 관계자도 "콘텐츠 제작비를 후하게 주는 해외 공룡 OTT에 제작 업체들이 줄을 서는 걸 시장 논리로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흥행 시 수익의 압도적 비율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 귀속되는 계약 구조에서 한국 콘텐츠 생태계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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