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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롯데 팬'에 마지막 선물 안긴 거인군단 [ST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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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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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케리 마허(미국) 전 영산대학교 교수의 마지막 가는 길에 승리를 선물했다.

롯데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8-6으로 이겼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6위 롯데는 46승 4무 56패를 기록, 5위 KIA 타이거즈(51승 1무 51패)와의 격차를 5게임 차로 유지하며 가을야구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는 롯데 선수들 및 롯데 팬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전날 롯데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마허 교수가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아들이기도 한 마허 교수는 지난 2008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2011년부터는 부산 소재 영산대에서 강의를 했다.

우연히 학생들과 사직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의 홈 경기를 본 순간이 마허 교수를 열렬한 롯데팬으로 만들었다. 현장의 열광적인 응원 분위기에 흠뻑 빠진 마허 교수는 이후 10년 이상 롯데의 홈 경기를 빠짐없이 관람했다.

이런 마허 교수를 부산 팬들도 더 이상 이방인으로 여기지 않았다. '사직 할아버지', '롯데 할아버지' 등의 친근한 별명으로 부르며 '진정한 친구'가 됐다.

2015년과 2017년 롯데 홈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서기도 한 마허 교수는 2019년 영산대에서 정년 퇴직해 한국을 떠나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롯데는 그를 잊지 않았다. 성민규 단장을 필두로 한 구단의 배려에 의해 홍보위원으로 위촉됐다. 이후 마허 교수는 롯데 외국인 선수와 외국인 코치들의 부산 생활과 적응을 도왔다.

2020년부터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병마가 마허 교수를 괴롭혔지만 롯데를 향한 그의 애정만큼은 막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롯데의 홈 경기를 모두 찾았다. 그러나 최근 건강이 악화됐고, 마허 교수는 결국 16일 세상을 떠나게 됐다.

이에 롯데의 중심 타자인 이대호는 16일 개인 SNS를 통해 "마허 교수님의 롯데를 위한 마음을 항상 간직하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빈소가 마련된 아시아드장례식장에도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17일 마허 교수가 즐겨 앉던 사직야구장 좌석에는 마허 교수의 활짝 웃는 영정사진과 함께 팬들이 보낸 조화가 가득했다. 경기 전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1회초 수비가 흔들리며 먼저 4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이어진 1회말 공격에서 이대호의 3타점 적시 2루타와 박승욱의 2타점 적시타, 상대 투수의 폭투 등을 묶어 6-4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롯데는 6회초 동점을 내주긴 했지만 6회말 박승욱의 볼넷과 잭 렉스의 안타, 정훈의 희생번트로 연결된 1사 2, 3루에서 전준우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8-6 승리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한 전준우의 응원가는 마허 교수가 생전에 가장 좋아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결국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마허 교수. 하지만 승리라는 롯데의 선물을 비롯, '진정한 친구'로 거듭난 많은 팬들의 배웅 덕분에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을 듯 하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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