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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없으면 앱 못 까는데 눈물 나" 시장서 할인 받으려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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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형마트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60대 A씨는 최근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더운 날씨에 30분 가까이 진땀을 뺐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연다고 홍보하면서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A씨는 "평소 쓰는 앱은 몰라도 새 앱을 깔고 가입을 하는 건 어려워 아들에게 부탁하는 편인데 앱도 깔아야 하고 회원가입 시 주소 찾기 등도 복잡해 진땀이 다 났다"며 "상인도 손님이 몰리니 짜증스럽게 말하길래 할인을 안 받고 그냥 샀는데 뭔가 울컥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다음달 12일까지 추석맞이 농축수산물 할인대전을 연다. 정부가 발급한 할인쿠폰을 사용하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이커머스에서 추석 제수품을 20~3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할인쿠폰 예산만 65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문제는 할인쿠폰 사용 방식이다.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할인 받으려면 전통시장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놀러와요 시장'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거나 전통시장 온라인몰 공식 홈페이지에 방문해 할인쿠폰을 미리 내려받아야 한다. 제로페이 앱에서 모바일상품권을 선구매한 뒤 시장 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쓰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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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대형마트의 경우 회원가입만 돼 있으면 농축수산물 구매 시 계산대에서 자동 할인된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를 비롯해 중소형 마트와 지역 직매장 모두 가능하다. 이커머스에서도 쿠폰이 발급돼 결제 시 즉시 적용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에서 할인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전통시장을 찾은 30대 B씨는 "제로페이를 오래 사용해 왔지만 전통시장에선 잘 안 쓴다. 전통시장엔 제로페이 가맹점이 드물기 때문"이라며 "나도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는 건 번거로운 일인데 고령층이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거나 할인쿠폰을 내려 받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대형마트의 경우 자체 할인이 더해져 기존 가격의 30~40%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일부 상품은 반값에도 판매해 소상공인 위주의 전통시장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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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놀러와요 시장 앱 자체에서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상품 정보를 상인이 직접 기입하도록 하면서 대형마트 전문인력에 비해 상품 설명이 부족하고 비전문적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앱의 일부 상품 설명엔 '어제 입고돼 오늘 포장한 상품'이라고만 돼 있고 게시물 게재 날짜는 써 있지 않아 입고 날짜를 정확히 알 수 없거나, 원산지 표기에 가게명이 써 있는 등 관리가 엉망이란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유통기한에 '냉동'이라고만 써 있는 상품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물 할인쿠폰 등 전통시장에서 고령층도 쉽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현 제도로는 정부 지원이 대형마트에 쏠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집행예산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당시 예산 2307억원 중 80% 수준인 1848억원이 대기업이 이용하는 마트와 온라인몰에서 쓰였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 쓰인 비율은 14%였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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