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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은 왜 빌딩 옥상에 몸을 묶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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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하이트진로 점거 및 고공 농성에 들어간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고공농성자가 서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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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30m 상공은 잠자리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18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 도로에 설치된 대형스피커를 타고 화물기사 김건수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로 일하던 그는 지난 16일부터 동료 기사들과 본사 옥상 광고탑에 몸을 묶고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본사 앞 3개 차로를 메운 1000여명의 화물기사들에게 그는 전화연결로 상황을 설명했다. “고공농성의 긴장감과 피로, 스트레스로 모두 이틀 저녁 잠을 설쳤습니다. 모두 밝게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힘든 내색입니다.” 이어 말했다.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끝까지 투쟁해 승리하겠습니다. 큰 에너지를 받아 기필코 승리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화물기사들은 “고공농성단 힘내라”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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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사흘째인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고공농성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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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이 접점을 찾지 못하며 78일째 장기화되고 있다. 투쟁 돌입 시점부터 세면 19일로 100일째가 된다. 사측과의 교섭에 전혀 진전이 없자 화물기사 70여명은 지난 16일부터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일부 조합원은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화물연대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물가는 매년 오르고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도 매년 상승하지만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은 15년째 그대로다.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돼 절박함을 호소하고자 파업투쟁에 돌입했다”고 했다.

물가 못 따라가는 운임···응답은 ‘손배·계약해지’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은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하이트진로의 물류 위탁 계열사인 ‘수양물류’ 소속으로 이천·청주공장에서 소주를 운반하던 기사들은 2022년 3월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기사들은 노조 가입 이전부터 사측과 비공식적 협상을 하고 있었으나 큰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2008년 유가 하락으로 8.8% 삭감된 운임이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지난해는 요소수 파동으로 화물차 기사들의 출혈이 심했던 데다 이들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도 아니다. 일하는 공장에 따라 기사의 운임이 다른 점도 문제다.

화물연대 가입 이후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기사들은 지난 6월2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천·청주공장을 중심으로 공장 문을 막고 입·출고를 방해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측은 기사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지난 6월8일 수양물류 소속 기사 132명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사측은 “실제 계약해지한 파업 적극 가담자 12명을 제외하면 통보만 한 상태이며, 언제라도 복귀하면 받아줄 의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수양물류가 기사 30여명이 소속된 도급사와도 계약을 해지’하는 등 실제로는 더 많은 인원을 사실상 해고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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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사흘째인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고공농성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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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업무방해·불법행위를 이유로 지난 6월17일 기사 11명에 대해 5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금액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28억원으로 늘었다. 주택 등에 대한 가압류도 진행됐다.

지난 7월22일 법원이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 앞 집회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자 기사들은 지난 4일부터 집회 장소를 강원 홍천 공장으로 옮겼다. 경찰은 12개 중대를 투입해 이들을 해산했다. 그 과정에서 공장 출입로인 교량 위에서 농성하던 조합원 5명이 강에 떨어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기사들은 지난 16일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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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사흘째인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고공농성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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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각 공장에서의 시위에 이은 본사 무단 점거 같은 불법행위는 현재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퇴거명령 및 경찰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이런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운송료를 둘러싼 입장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유류비를 제외한 이송단가를 지난 10년간 26.3% 인상했고 올해도 단순 이송단가는 5% 올랐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핵심비용인 유류비를 빼고 계산한 인상률을 공개한 이유를 모르겠고,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도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진짜 사장’도 정부도 보이지 않는다


파업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은 원청인 하이트진로의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트진로는 “수양물류와 본사는 별도의 회사이며, 원청이 화물기사들의 교섭에 개입하는 것은 하도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이 사태의 책임은 명백히 원청 하이트진로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이트진로가 수양물류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수양물류 대표이사와 임원 등이 하이트진로 임원이기 때문이다. 임금 등 처우에 관한 사실상의 결정권은 하이트진로에 있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운송사 수양물류는 화주사 눈치만 보고, 화주사 하이트진로는 위탁운송사와 화물노동자간의 문제라고 선긋기를 하며 뒤로는 노조파괴와 손배소송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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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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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화물기사들은 법적으로는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다. “화물차주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이들의 파업도 노조법상 쟁의행위라고 보기 어려워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고용노동부의 공식 입장이다.

지난해 6월 노동당국은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화물기사들처럼 ‘자영업자’인 택배기사들의 교섭 요청에 원청 CJ대한통운이 나서야 한다고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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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 사흘째인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고공농성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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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종교·법률 등 55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불능력이 충분한 사용자가 실질적인 교섭 없이 노조파괴로 나서도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화물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파업을 빌미로 한 손배가압류를 금지하는 노란봉투법을 제정하고, 하이트진로에 성실 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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