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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이 한 마디에 영국 국민이 다시 일어섰다[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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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

전쟁의 참상에서 용기를 준 말더듬이왕 아버지처럼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을 일으켜 세운 여왕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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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올해 6월 즉위 70주년 기념 동영상에서 핸드백에서 샌드위치를 꺼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영국 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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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ike to save one for later.”(나중을 위해 아껴뒀지롱)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향년 96세로 타계했습니다. 영국에서 여왕의 인기는 절대적입니다. 왕실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픈 마인드’가 존경을 받은 이유입니다.

영국에서는 ‘여왕과 패딩턴의 티타임’ 동영상이 추억소환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6월 즉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왕실이 제작한 동영상에서 여왕은 곰 인형 캐릭터인 패딩턴을 버킹엄궁으로 초대해 오후의 티타임을 즐깁니다. 왕실 예법을 모르는 패딩턴이 식탁 위의 다과를 어지럽혀놓자 여왕은 “괜찮다”며 핸드백을 엽니다. 핸드백에서 나온 것은 식빵. 여왕이 좋아하는 마멀레이드(잼) 샌드위치입니다. 여왕은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둔 것”이라고 패딩턴에게 자랑을 합니다. 귀중한 것을 미래에 즐기기 위해 남겨두는 것을 “save for later”라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여왕의 ‘요술 핸드백’을 풍자한 것입니다. 여왕은 비싼 외국산 명품이 아닌 ‘로너(Launer)’라는 영국 브랜드의 핸드백을 애용했습니다.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그러하듯이 여왕은 몸에서 가방을 놓지 않았습니다. 외출할 때는 물론 집에서도 핸드백을 들고 다녔습니다. 영국인들에게 여왕이 매일 들고 다니는 검정색 핸드백은 수수께끼였습니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 나오는 것처럼 가방 안에서 보물이 튀어나오고 마술이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여왕이 핸드백에서 샌드위치를 꺼낸 것은 해리포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마술 할머니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촬영 뒷얘기에 따르면 패딩턴은 컴퓨터로 합성된 것으로 여왕은 허공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핸드백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여왕이 직접 냈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은 3개월 전만 해도 패딩턴과 유쾌한 케미를 선보였던 여왕이 갑자기 세상을 뜨자 황망하다는 반응입니다. 여왕은 뛰어난 연기력뿐 아니라 훌륭한 연설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여왕이 구사했던 고급진 영국 왕실 영어를 알아보겠습니다.

동아일보

1953년 6월 2일 거행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 TV를 통해 생중계된 첫 대관식이다.바이라인: 영국 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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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in sincerity pledged myself to your service, as so many of you are pledged to mine. Throughout all my life and with all my heart I shall strive to be worthy of your trust.”(수많은 국민들이 나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서약했듯이 나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진심으로 서약한다. 나의 일생과 마음을 바쳐 국민의 신임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찰스 3세 국왕 즉위식이 열렸습니다. 즉위식을 ‘proclamation’(프러클라메이션)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국왕을 대외적으로 ‘proclaim’(선포)한다는 의미입니다. 즉위식은 왕위 계승을 알리는 약식 행사입니다. 찰스 3세가 정식으로 왕관을 물려받는 대관식 ‘coronation’(커러네이션)은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여왕의 대관식은 아버지 조지 6세 타계 1년 4개월 후인 1953년 6월 2일 열렸습니다. TV를 통해 생중계된 첫 대관식입니다. TV 생중계는 당시 영국 정치권의 논란거리였습니다. 윈스턴 처칠 총리는 성스러운 대관식을 TV로 중계하는 것은 왕실의 전통을 해치는 것이라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25세에 왕위를 계승한 당찬 여왕은 국민들에게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생중계를 관철시켰습니다. 대관식 중계를 시청하려는 국민들로 TV 세트 판매율이 급증할 정도였습니다.

대관식은 왕실 결혼식에 버금가는 전 세계적인 ‘미디어 이벤트’지만 사실 재미는 없습니다. 여왕의 대관식은 3시간 넘게 열렸습니다. 2018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coronation’에 출연한 여왕은 “각종 기도가 이어져 나도 지루했다”고 말했습니다. 허기가 진 하객들이 미리 준비해온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꺼내 먹으면서 대관식 뒤쪽으로 갈수록 분위기는 어수선해졌습니다.

다행히 여왕의 연설은 행사 앞쪽에 진행됐습니다. 6분 정도 진행된 연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to your service’입니다. ‘당신들(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service’는 찰스 3세 즉위식에서도 자주 등장한 단어입니다. ‘룸서비스’ ‘애프터서비스’ 등 한국인들은 ‘편리’의 개념으로 ‘service’를 이해하지만 원래 ‘봉사’라는 뜻이고 영어권에서는 그런 의미로 많이 씁니다. 동사형인 ‘serve’는 ‘slave’(노예)에서 유래했습니다.

비서, 웨이터, 호텔 종업원 등 고용관계에서 을의 위치는 갑에게 “I’m at your service”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시켜만 달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 ‘여왕폐하 대작전’으로 번역된 007 영화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는 ‘여왕폐하를 위한 비밀봉사’라는 의미입니다. ‘On Her Majesty’s Service,’ 또는 줄임말로 ‘O.H.M.S.’는 영국·영연방 국민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로 정부 우편물의 소인이기도 합니다. 찰스 3세 즉위로 소인도 바뀔 예정입니다.

동아일보

1992년 11월 런던 길드홀에서 열린 즉위 40주년 기념식에서 “끔찍한 해(annus horribilis)였다”고 되돌아본 여왕. 영국 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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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is not a year on which I shall look back with undiluted pleasure. It has turned out to be an 'annus horribilis'.”((1992년은 희석되지 않은 즐거움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해가 아니다. 실은 ‘끔직한 해’였다)

1992년 여왕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습니다. 휴식처인 윈저성에 누전으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문화재와 귀중품들이 소실됐습니다. 복원에 5년이 걸렸고 당시 기준 3700만 파운드(한화 548억원)가 투입됐습니다. 여왕이 개인적으로 200만 파운드를 내놓았고, 나머지 70% 이상은 당시 무료였던 버킹엄궁 입장료를 1인당 8파운드씩 징수해 충당했습니다. 잇단 왕실 스캔들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아지던 때여서 “왜 왕실의 화재 복구를 국민들이 지불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여왕 4명의 자녀 중 3명의 결혼이 파탄에 이른 것도 이 때입니다. 1992년 발간된 앤드류 모튼의 전기 ‘다이애나’를 통해 찰스 3세와 당시 유부녀였던 카밀라 파커 보울스의 불륜설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찰스-다이애나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습니다. 앤 공주와 앤드류 왕자도 이 때 이혼했습니다. 1992년 여왕은 즉위 40주년 연설에서 “충만한 즐거움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한 해가 아니었다”며 “실은 끔찍한 해(horrible year)였다”고 말했습니다. 여왕은 “horrible”이라는 비속어를 쓰지 않고 라틴어로 돌려서 “annus horribilis”(애너스 허리블러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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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세인트 조지 성당에서 열린 남편 필립공 장례식에 참석한 여왕, 팬데믹 때문에 왕실 가족들이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앞줄에 여왕 혼자 앉아 았디. 영국 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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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mischievous, enquiring twinkle was as bright at the end as when I first set eyes on him.”(그 짓궂고 호기심 어린 시선은 내가 그를 처음 봤을 때처럼 마지막까지 반짝거렸다)

여왕은 남편 필립공 타계 1년 5개월, 정확히 516일 후에 눈을 감았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2021년 4월 필립공 장례식 때 세인트 조지 성당 앞줄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던 여왕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기억합니다. 여왕은 2021년 크리스마스 연설에 필립공을 그리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주로 왕실의 외교적 성과와 자선활동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해 연설들과는 달리 지난해는 필립공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영국인들이 뽑은 가장 로맨틱한 구절입니다. 여왕은 “필립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처음 봤을 때의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enquire’는 ‘inquire’(질문하다)의 영국식 표기입니다. ‘시선을 두다’라는 뜻의 ‘set eyes on’은 ‘see’(보다)와 같은 뜻입니다.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할 때 씁니다. 연애편지나 유행가에 등장하는 단골 문구 ‘당신을 처음 본 순간’은 ‘when I first set my eyes on you’라고 합니다.
명언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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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유럽 전승일에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군중들과 기쁨을 나누는 조지 6세 국왕(오른쪽 두 번째). 윈스턴 처질 총리(가운데)와 당시 18세의 여왕(왼쪽)의 모습도 보인다. 위키피디아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는 배우 콜린 퍼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킹스 스피치’에 나오는 말더듬 증을 가진 왕입니다. 영화는 조지 6세가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1939년 나치 독일에 항전 의지를 밝히는 연설을 준비하는 내용입니다. 이후 언어 훈련에 매진한 조지 6세는 1945년 유럽 전승일 연설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유럽 전승일(Victory in Europe Day)은 1945년 5월 8일 나치 독일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입니다. 나치의 공습이 거셀 때도 조지 6세는 피신하지 않고 버킹엄궁을 지켰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버킹엄궁 앞에 수많은 군중이 모여 환호했습니다. 조지 6세는 이날 오후 9시 승전 연설을 했습니다. 말투는 어눌했지만 연설 내용은 좋았습니다.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앞으로도 국가 재건을 위해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Never give up, never despair.”(절대 포기하지 말라. 절대 절망하지 말라)

조지 6세의 승전 연설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짧게 ‘never never’ 연설로도 불립니다. 실제 연설에서 이 구절은 나오지 않습니다. 승리는 했지만 폐허가 된 나라에서 용기를 잃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왕은 2020년 5월 8일 유럽 전승일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진을 옆에 놓고 아버지와 똑같이 오후 9시에 맞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여왕은 “지금이야말로 ‘never give up, never despair’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후 복구는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이 힘들어하던 때였습니다. 여왕은 “승전일 때와 달리 지금 길거리는 조용하지만 서로를 돕는 마음만은 살아있다”며 용기를 불어넣었습니다.

‘never give up, never despair’는 짧고 간결한 메시지 효과 때문에 정치 슬로건으로 자주 쓰입니다. 명연설가인 윈스턴 처질 총리는 이 구절을 약간 변형시켜 1955년 총리 퇴임 연설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Meanwhile, never flinch, never weary, never despair.”(그러는 사이, 주춤하지 말라, 지치지 말라, 절망하지 말라)
실전 보케 360

동아일보

비가 오는 가운데 워싱턴 근교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열린 9·11 테러 21주년 추모식에서 헌화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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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국에서 여왕 추모 행사들이 펼쳐지는 동안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가 열렸습니다. 9·11 테러 21주년 추모식입니다. 테러 공격을 받았던 뉴욕,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3곳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국방부 청사(펜타곤) 앞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중에 여왕을 추모하며 9·11 테러 후 여왕이 보내온 메시지 “grief is the price we pay for love”(슬픔은 사랑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We don’t always live up to it, but we've never walked away from it.”(우리가 항상 그것을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결코 포기한다는 것도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평등의 가치에 주목했습니다. 평등을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평등이라는 목표를 언제나 충족시켰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져버린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live up to’와 ‘walk away from’을 대비되는 개념으로 썼습니다.

‘live’(살다)와 ‘up to’(까지)가 결합된 ‘live up to’는 ‘충족시키다’ ‘부응하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에 높은 목표를 의미하는 ‘expectation’(기대), ‘ideal’(이상), ‘promise’(약속), ‘reputation’(평판) 등의 단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live up to’가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라면 ‘walk away from’는 어떤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걸어 나가다’라는 뜻의 ‘walk away from’은 일이나 가정생활로부터 벗어난다는 의미로 씁니다. 가족을 등지는 것을 ‘walk away from family’라고 합니다. 결혼생활을 끝내는 것을 ‘walk away from marriage’라고 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월 19일 소개된 여왕의 손자 해리 왕자 부부의 독립 선언에 대한 내용입니다.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의 독립 선언과 미국행은 영국 왕실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인종차별 의혹 등 왕실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들춰낸 해리-마클 부부 때문에 여왕은 말년에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칼럼에 나오는 칭호는 모두 여왕 타계 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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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타계 후 윈저성 앞에서 추모객들에게 인사를 답하는 윌리엄 왕세자 부부(왼쪽)와 해리 왕자 부부(오른쪽).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가 공식석상에 함께 등장한 것은 2021년 필립공 장례식 후 1년 5개월 만이다. 영국 왕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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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9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113/99192883/1


참 헷갈립니다. 영국은 최근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손 부부를 대역죄인 취급합니다. 반면 미국은 ‘잘됐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미국의 관심사는 ‘해리 왕손 부부가 독립하면 돈을 얼마나 벌까’에 모아져 있습니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 건가요.

“I really tried to adopt this British sensibility of a stiff upper lip.”(영국 특유의 감성인 불굴의 정신으로 왕실 생활을 이겨내려 했다)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손빈이 지난해 11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영국인들의 미움을 왕창 받게 되는데요. ‘stiff upper lip’은 직역으로 ‘뻣뻣한 윗입술’입니다. ‘입술을 꽉 문다’는 뜻이지요. 영국의 국민성을 말해주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입술을 꽉 물고 참는다는 뜻입니다. 메건 왕손빈은 “영국 특유의 감성인 불굴의 정신으로 왕실 생활을 이겨내려 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영국인들 사이에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감히 당신이 영국의 국민성을 들먹거려?”

“It’s a masterclass in wanting to have your cake and eat it.”(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하죠. “You can’t have your cake and eat it too.” ‘케이크를 보고 즐기면서 동시에 먹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속담으로 하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다.’ 해리 왕손 부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입니다. 왕실의 특권은 버리지 않으면서 왕실의 간섭이나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겁니다. 그냥 욕심도 아니라 명작(masterclass)급 욕심.

Harry and Meghan show us what happens when you have ‘an heir and a spare.’(해리와 메건 부부의 독립 선언은 ‘계승자와 여분’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영국 왕위 계승자는 형 윌리엄 왕세손입니다. 해리 왕손은 왕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계승 라인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spare’(여분)라고 부릅니다. ‘An heir and a spare’(계승자와 여분)는 왕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여분의 삶을 살아야 하는 해리 왕손이 자기 인생을 건설적으로 찾아가겠다는 것은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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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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