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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물 많아 유독가스 급속 확산… 직원들 미처 대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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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

주차된 화물차 주변서 불꽃 치솟아

박스·의류로 삽시간에 불길 번져

당국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조사”

27일 화재 원인 규명 합동 감식

석달전 소방점검 24건 문제 지적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선 제외돼

업체 측 “지적사항 모두 개선 조치”

고용부 “중대재해법 적용 검토”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에서 큰 인명피해가 난 것은 지하주차장에 유독가스가 급격히 확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6일 대전소방본부와 유성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5분쯤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화재 발생 한 시간 만에 40대 남성이 구조됐지만 사망했고, 이후 실종자들도 수색 끝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직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상을 입은 1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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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현장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후 4시20분쯤 소방 구조대원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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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왜 컸나… 의류 등 불로 유독가스

인명피해가 커진 것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연기와 유독가스가 지하주차장에 급격히 퍼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화재를 목격한 택배업체 직원은 “지하주차장에서 뭔가가 터지듯 ‘딱딱딱’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청소하는 소리인가 했는데 곧바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발화 지점은 하역장 부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이 사고 현장 관련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 남성이 하역장 근처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물건을 내린 직후 화물차 인근에서 불꽃이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소방대원 등 126명과 장비 4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가 발생한 지 5시간 만인 오후 1시10분쯤 큰 불길을 잡았다. 특수 차량을 이용해 내부 열기·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벌인 뒤 잔불 정리와 인명 수색에 나섰으나 짙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명피해가 늘었다.

화재 당시 지하 하역장에 쌓여 있던 종이박스와 의류 등 적재물로 연소가 확대되면서 직원들이 미처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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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조로 구성한 구조팀은 아웃렛의 동측과 서측으로 나눠 인명 수색을 벌여 탈의실과 하역장에서 2명을 발견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또 오후 4시30분쯤 발화 추정 지점에서 반대 쪽인 호텔 방향의 화물용 엘리베이터 안에서 3명을 발견했으나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번 불은 지하 곳곳에 있던 가연성 적재물로 인해 빠르게 번졌다. 발화가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안 돼 지하주차장(4만1300㎡) 전체를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역장엔 의류 등이 담긴 물품 박스와 폐지 박스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게 불이 번진 데다가 밀폐된 구조로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수평의 지하층부터 뒤덮으면서 인명피해가 컸다. 소방 관계자는 “모든 출구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미뤄 다량의 유독 연기에 의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는 추가로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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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화 모습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 대형 아웃렛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이 건물 지하에서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모습.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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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점검 대상서 제외 등 관리 부실 도마

해당 시설은 3개월 전 소방안전점검에서 화재감지·피난 설비 등에 문제를 지적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아울렛에 따르면 지난 6월3∼12일 현대아울렛이 자체적으로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점검 때 24건이 지적됐다. 당시 지하 1층 주차장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어졌거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스프링클러나 제연장치 등에서는 별다른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울렛 측은 지적된 사항을 모두 개선하고 그 결과를 유성소방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아울렛은 대전지역 대형 유통점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안전대진단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독기관인 대전 유성구는 지난 8월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생활·여가 5곳, 건출시설 19곳 등 67곳을 대상으로 민관합동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아울렛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전시가 진행한 국가안전대진단 등 다중이용시설 33곳에 대한 특별 안전진단에서도 현대아울렛은 빠졌다. 대전의 다른 대형 유통점인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NC백화점은 점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구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내린 지침에 따라 노후시설과 고위험시설이 아닌 현대아울렛은 국가안전진단 점검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사고는 누출·화재·폭발 사고 예방 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보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화재 원인을 살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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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불 확인 작업 소방대원들이 26일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위해 지하층으로 진입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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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오열… 27일 화재 원인 합동감식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27일 오전 10시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과 함께 합동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화재 발생 초반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폭발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소방당국은 “전기차 발화가 아니다”라며 “연소가 급격히 확대돼 폭발로 추정했으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전기차 충전소를 관리해온 전기차 충전업체 ‘차지인’은 “충전 관련 화재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오열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고 채호병(35)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선병원에서 채씨의 작은어머니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추석 때 현대아울렛으로 옮겼다고 했는데 결혼도 못하고 몇 달 만에 이런 날벼락을 맞게 됐다”고 흐느꼈다. 채씨의 어머니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오열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장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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