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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극우' 총리 탄생에 유럽 긴장...'우향우' 도화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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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에 뿌리를 둔 극우 '이탈리아의 형제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이 승리하면서 '여자 무솔리니'로 불리는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탈리아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로 인한 에너지 위기 등 악재들이 켜켜이 쌓인 가운데, 유로존 3대 경제국에서 극우 총리가 탄생하자 유럽은 즉각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유럽의 정치 및 경제 위기가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전 세계가 이탈리아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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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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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로니는 누구

멜로니 대표는 1977년 로마에서 노동자층이 많이 살며 전통적으로 좌파들의 보루로 여겨지는 가르바텔라 지역에서 태어나 15살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멜로니는 2006년 29세에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08년부터 3년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로 청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2012년 멜로니는 MSI를 이어받은 '이탈리아의 형제들(Fdl)' 당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멜로니는 본인도 워킹맘이자 미혼모이며, '강한 이탈리아'를 표방하는 극우 정치인으로 반이민·반유럽통합 등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져왔다.

◆ 유럽, 극우 확산 도화선 될라

이탈리아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우파 성향이 강한 정부가 탄생하자 유럽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러시아 추가 제재, 에너지 위기 극복 등 단합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탈리아가 유럽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균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정치권의 변방으로 치부되던 극우 세력은 최근 들어 주류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6월 총선에서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이달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우파연합 최대 세력으로 부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내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가 그나마 경제 이슈에서나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 멜로니 총리 지휘 하에서는 이탈리아가 유럽 주류로부터 더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탈리아가 2026년까지 유럽연합으로부터 1915억유로(약 265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받아야 하며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하는 국가 채무 등 어려운 재정 상황 때문에 노골적인 반유럽연합 정책을 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멜로니의 승리는 유럽 내 새롭게 우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바마와 클린턴 행정부 모두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문제 수석 보좌관을 지낸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 찰스 쿱찬은 "유럽의 정치 모멘텀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팬데믹 와중에는 중도가 주류였지만 이제는 확실히 우파쪽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고, 이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럽위원회 외교관계 담당국장 마크 레오나드도 이미 헝가리와 같은 (비교적) 작은 나라에서 극우 정치인(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이 얼마나 큰 분열을 일으켰는지 봤기 때문에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이 멜로니의 당선에 "극도의 불안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두 명의 문제 정치인이 EU의 정책 결정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데, 만약 그 세력이 5~6명으로 늘어난다면 앞으로 정책 일관성이나 컨센서스를 형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당장 8차 러시아 제재에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제재를 포함시킬지, 징집을 우려해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을 받아줄지 등에 관해 이견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이탈리아가 EU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멜로니 대표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갈등의 시대'를 열지 않을 것이라며 EU 회원국들을 안심시켰지만, 태도가 돌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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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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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서방국 대러제재 '균열' 우려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 승리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마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탈리아에서의 (정치) 지진 여파가 백악관까지 전달됐다면서,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이탈리아의 형제당 승리에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멜로니 총리의 이름을 끝까지 언급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매체는 대변인이 공식 발언에서 멜로니 대표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백악관이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우 돌풍에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 헝가리,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에서까지 극우 세력이 득세하면서 주요 7개국(G7)의 단합 역시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아직까지는 서방국이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지만, 에너지 위기로 당장 힘겨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유럽에서 극우 세력들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측은 올 겨울 당장 유럽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멜로니 대표가 전쟁 지원에서 발을 뺄 수 있고, 대러 제재가 아닌 종전 협상 쪽으로 서방국 내 입장이 바뀔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伊 경제도 '악화일로' 예상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탈리아 형제당이 받게 될 가장 첫 당선 선물은 악화된 경제 전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은 수일 내로 이탈리아의 성장률과 적자 전망치 등을 새롭게 제시해야 하는데, 익명의 소식통은 당장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4월 제시했던 2.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공식 전망치는 양호한 편으로, 블룸버그 조사에서 3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이탈리아 성장률이 0.4%에 그쳐 올해의 3.3%에서 대폭 후퇴할 것으로 점쳤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물가 상승세, 금리 인상 기조 등이 합쳐지면 이탈리아 경제는 더 큰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는 경기 방어를 위해 이미 660억유로 정도를 지출한 상태인데, 성장 전망 후퇴로 재정적인 운신의 폭이 줄어들수록 가계와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개입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매체는 멜로니 대표가 정부 재정을 잘 관리하겠다고 다짐하고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지 않게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늘어나는 비용과 끝이 안 보이는 인플레이션 부담 속에서 약속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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