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전문가들 "과도한 의무·형벌책임 부과하는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의 '제6회 공정경쟁포럼' 28일 개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 주제로 논의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로 ‘대기업집단 제도개선’을 추진중인 가운데, 동일인 지정제도의 불합리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8일 '제6회 공정경쟁포럼'을 개최하고,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동일인에게 친족 등 동일인관련자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는 반면에 동일인 정의규정 부재, 이의제기 절차 미비 등 문제점이 많아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공정거래정책의 문제점을 연속으로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는 전문가 패널로 박세환 서울시립대 교수, 이선희 성균관대 교수, 신영수 경북대 교수, 강지원 김·장법률사무소 미국변호사, 이승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참석했고, 경제계 패널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형희 SK수펙스 SV위원장과 주요기업 공정거래 분야 담당 임직원이 참석했다. 그리고 정부를 대표해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이 참석했다.

현 제도 문제점은동일인 판단기준, 지정·이의제기·불복절차의 불명확성

주제발표를 맡은 박세환 교수는 최근 동일인, 동일인 관련자, 기업집단 지정과 이에 수반되는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요청에 있어서 내용상·절차상 불합리한 점들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동일인 지정은 대기업집단 규제의 출발점이자 핵심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동일인 및 기업집단 지정이 불명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으로는 ▲동일인 판단기준, 지정·이의제기·불복절차가 불명확 ▲동일인이 법인인지 자연인인지에 따른 규제 차이(형평성) ▲ 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에 관해서 일어나는 지나친 형벌주의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장 법률사무소 강지원 미국변호사는 "최근 공정위의 동일인 변경 사례에서도 법령상 명시된 기준 외에 다양한 고려요소들이 판단에 반영되는 등 동일인 지정의 예측가능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외국인 지정, 세대간 경영권 이전, 경영권 분쟁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기준을 담은 고시나 심사지침의 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선희 교수는 "최근 유럽연합과 미국은 거대 기술 플랫폼을 사전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방식과 유사점이 있지만, 이들 국가가 규제 대상으로 삼는 초대형 플랫폼(FAANG)은 그 숫자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며 "우리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규제대상이 지나치게 많은 면이 있는데 그 숫자를 대폭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FA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애플(Apple),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이른다.

신영수 교수 역시 "최근 논의되는 대기업집단 규제 개편의 방향은 일률적인 완화보다 합리화에 맞춰져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되, 경제력의 집중이나 사익편취 가능성이 큰 부문에서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는 규제의 실효성 확보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인 관련자 축소하는 시행령 개정안 방향성 긍정적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발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친족범위를 혈족 6촌에서 4촌으로, 인척 4촌에서 3촌으로 각각 축소하면서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친족 범위에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박 교수는 "친족에 대한 관념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친족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동일인의 지배력 보조에 관한 예외조항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부담이 실질적으로는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행 대비 기업부담을 줄이면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유) 율촌 이승재 변호사는 "예외조항을 남겨둠으로써 사업자 입장에서 친인척들을 대상으로 이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어 당초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외이사 지배회사를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에 대해 이승재 변호사는 "사외이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전제로 하는 제도로 사외이사 지배회사가 아닌 사외이사 자체를 특수관계인 범위에서 제외시키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계 관계자는 동일인관련자 중에서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세기본법상 특수관계인인 비영리법인은 출연재산의 범위를 ‘설립을 위한 출연재산만 해당한다’고 한정하고 있는 반면에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비영리법인 출연재산을 '총출연재산'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공시 과다…하도급법 공시제도 등 신규 공시의무 부과는 신중검토해야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기업집단현황 공시 등 다양한 공시의무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기업집단 공시제도는 공시대상 정보가 방대하여 업무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공시대상이 계속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왔다"며 "23년 시행될 예정인 하도급법 공시제도의 경우 대기업집단 소속 원사업자가 자신의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는 것과 2차 이하 하도급거래 단계에서 결제조건이 수급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설정되는 것이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을 주재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30~40년 전 일부 기업의 국내시장 독점이 우려되던 시기에 도입됐지만, 국내·해외 기업 구분이 의미 없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리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막고 있지 않은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