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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헤매는 사이… 아시아 금융허브 1위 오른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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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제금융평가서 아시아 최고점… 국가신용등급도 ‘AAA’ 유지

국가보안법·대규모 反中시위로 홍콩 자본유출 잇따르며 반사이익

F1 자동차 경주대회 개최하는 등 각종 국제행사도 600~700개 유치

서울은 미래가능성 부문에서 128개 도시 중 첫 1위

조선일보

9월 30일 싱가포르 그랑프리를 앞두고 포뮬러1 레이싱이 펼쳐질 레이스 트랙에 스탠드가 설치돼 있다.뒤로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과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보인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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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가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F1(포뮬러원) 그랑프리를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유명 관광지인 마리나 베이 일대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그동안 코로나 펜데믹으로 중단됐다가 30일 3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인도 경제지 비즈니스스탠더드는 “이번 F1 대회엔 사흘간 30만명 이상의 관중이 몰릴 예정”이라며 “글로벌 금융 허브이자 대규모 이벤트 개최국인 싱가포르가 그 위상을 회복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방역을 점차 완화했던 싱가포르는 올해 600~700개의 행사를 개최하며 4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규모 전시 행사의 메카로 불렸던 홍콩은 엄격한 중국식 방역 정책으로 인해 각종 이벤트가 취소되며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두 금융 허브의 명암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지난 22일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홍콩을 제치고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뉴욕·런던에 이은 세계 3위다. 영국계 싱크탱크 지옌(Z/Yen)과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공동 주관하는 GFCI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수로, 세계경제포럼(WEF) 등 외부 기관 평가와 전 세계 금융 종사자들의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매년 3·9월, 두 차례 결과를 발표하는데 싱가포르는 지난 3월 때보다 3계단 뛰어 올랐고, 홍콩은 4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서울은 한 계단 오른 11위였다. 서울은 2007년 발표 이후 처음으로 5대 평가 항목 모두 상위권에 진입했고, 인적자원과 기업환경, 금융산업발전, 인프라, 도시평판 등에서 모두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미래부상 가능성 부문에선 128개 도시 중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서울을 세계 5대 금융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금융산업 육성 종합 마스터플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GFCI 순위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도쿄는 7계단이나 내려간 16위를 기록했는데 GFCI는 상대적으로 더딘 소비 활동 회복세를 이유로 봤다.

싱가포르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8일 발표한 국가신용등급에서도 미국 등과 함께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다. 홍콩은 한국과 함께 3계단 아래인 ‘AA-’다. 싱가포르는 무디스(Aaa)와 S&P(AAA)가 매긴 국가신용등급에서도 최고 등급에 올라 있다.

영국의 컨설팅회사 헨리앤드파트너스는 “1000만달러(약 144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8040명이 있는 싱가포르는 뉴욕과 도쿄, 샌프란시스코,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 부자 도시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홍콩이 국가 보안법과 ‘제로 코로나’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이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고 금융 허브로 등극했다. 골드만삭스는 “홍콩에서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6~8월 싱가포르로 흘러들어 간 자금이 40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홍콩 내 반중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전면 시행되기 직전인 2020년 4~5월 싱가포르 금융기관의 싱가포르 외 거주자의 예금 총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홍콩의 경제적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안전하다고 느낀 싱가포르로 눈을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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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정세는 홍콩인들의 ‘헥시트(HKexit·탈홍콩)’로 이어졌다. 다국적 금융기관과 기업도 중국식 ‘질식 방역’에 등을 돌렸다. 홍콩은 지난해 해외 금융 인력을 대상으로 2600개의 취업 비자를 발급했는데 이는 2019년보다 5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영국 가전제품 제조사인 다이슨과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 유럽 명품 기업 LVMH 등이 작년 홍콩 쪽 인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사업 본부를 폐쇄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홍콩에 아시아 거점을 둔 미국 기업이 2020년 282개에서 지난해 254개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CNBC는 “2020년에만 9만3000명, 이듬해엔 2만3000명이 홍콩을 떠났다”고 전했다.

아시아 거점 사무실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긴 헤드헌트 기업 웰즐리의 크리스티안 브룬 CEO는 “경쟁 아시아 허브이자 경제 규모와 세제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싱가포르가 홍콩 고급 인재 유출의 주요 수혜자가 됐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이 17%로 홍콩(16.5%)과 비슷하다. 기업이나 관공서에서 통용하는 제1언어가 영어란 점도 글로벌 금융 도시의 조건을 갖췄다.

대외 개방형 경제가 바탕인 ‘스마트 국가’를 기치로 내건 싱가포르는 2020년엔 ‘가변자본기업(VCC)’이란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펀드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기업 형태로 펀드를 만들면 케이맨 제도와 같은 조세 피난처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싱가포르의 운용 자산 규모는 3조4000억달러로 홍콩(3조달러)을 추월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홍콩 경제가 최근 부침을 겪고 있지만, 시가 총액 등 자본시장의 발달과 평균 임금 수준 등에선 여전히 싱가포르에 앞서 있다”며 “홍콩이 앞으로 코로나로 인한 고립에서 탈피하게 된다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글로벌 허브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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