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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한국은 파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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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지난 9월 28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윤석열 대통령 예방 직후 백악관에서 나온 보도자료엔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윤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 부통령은 그것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핵심적 요소라고 강조했다"는 내용입니다. 백악관은 중국에 관련된 이 단락을 한미동맹과 확장억제, 북핵 대처 바로 다음으로 적시했습니다.

반면 대통령실에서 낸 첫 보도자료와 이재명 부대변인의 브리핑에는 중국과 대만과 관련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실은 백악관 보도자료가 배포된 뒤에야 보충 설명자료를 내고, "대만해협과 관련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양국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국가와 협상이나 면담 이후 각국이 스스로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 위주로 보도자료를 내는 건 외교 관례상 흔한 일입니다. 미국에게는 중국·대만 문제와 성 평등이, 한국에겐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한미동맹 70주년 계기 윤 대통령의 방미 계획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했던 겁니다. (미국 측 보도자료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의제인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에 대해 논의"하는 것과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건 엄연히 다릅니다. 아마도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이 그런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을 것이고, 윤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중국·대만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한국에 어떤 역할을 요청했고, 기대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지금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대만 문제를 북핵 위협보다 우선시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끊임 없이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6일 미국에서 열린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도 한미 양국 대표들은 대만해협 등과 관련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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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태도에 미국이 다소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국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역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에서 한국의 국력에 걸맞는 역할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계속 강조해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역내·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하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 문제에 얽매여, 때로는 일본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신남방 정책'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을 높였지만, 이 역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운신을 제약하는 요인엔 중국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체 교역량에서 대중국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과,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적 보복에 대한 기억이 뚜렷한 입장에선 섣불리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 동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앤드류 여(Andrew Yeo)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중국은 한국이 무엇을 하든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며 "어차피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 한국도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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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여(Andrew Yeo)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 빅터 차(Victor Cha)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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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빅터 차(Victor Cha)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윤 대통령이 미국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 석좌는 또 "중국은 상대국이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두려워하게 만듦으로써 경제를 무기화하고 있는데, 이를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호주 등도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직면하고 있지만,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이를 어떻게 저지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한다"는 겁니다.

미중은 군사적으로 충돌할까? 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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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해서 한국이 무언가를 해야하는 상황이 곧 닥칠까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 9월 18일에 방송된 CBS의 '60분(60 Minutes)'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이 발생할 경우에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양안 관계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일었습니다. 미국은 대만에 군사 지원을 하되 중국의 대만 침공 때 직접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고 대만도 중국을 상대로 독립을 선포하지 못하도록 하는 억지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 뒤에 곧바로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으며,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이 같은 의문에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도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니 로이(Denny Roy) 미 동서센터(East-West Center)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10월 시진핑의 3연임을 결정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미중 간의 군사적 충돌이 있더라도 내년 이후일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군사 개입에 대한 언급은 "중국과 대만 간에 무력 충돌이 있을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는 있지만, 자동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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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로이(Denny Roy) 미 동서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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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에 파병 등 직접적인 군사행동을 요청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 나아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선택지라는 겁니다.

주한미군 역시 대만 해협 혹은 해외에 파병할 수 있는 전투병력은 편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이 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이 강한 어조로 미국을 지지하는 '언급' 정도를 기대할 것 같다"며,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의 동원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중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국지전 이상의 전쟁으로 확산될 확률이 큰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아무런 역할도 맡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는데도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지난 7월 12일 VOA(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수행 지원이 됐든 무역과 경제 교역 중단이 됐든 역내 국가들은 분쟁에 말려들고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해 5월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활동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한 논문에서 "후방물자공급이나 의료 지원과 같은 동맹국으로서의 협력 요청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군용 수송기나 군수 지원함 등 지원 전력 파병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썼습니다.

결국 이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은 윤석열 정부가 11월 이후 발표할 인도·태평양 전략에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도 미국이 기대하듯 한국의 군사적 참여 등이 명시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어떤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과 중국 간에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한국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야한다"는 겁니다. 이어 "이를 위해 군사적인 개입보다는 소프트한 영역에서 지원을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방향이 어떤 쪽이든, 지금쯤 그 고민이 구체적인 수준까지 진전돼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East-West Center)의 '2022 한·미 언론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해 작성되었습니다.

조효정 기자(hope03@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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