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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다른 증명사진… 범죄자 신상공개 실효성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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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동의때만 머그샷 공개
비동의땐 신분증 증명사진 사용
마스크로 얼굴 가려도 제지 못해


파이낸셜뉴스

전주환 증명사진 검찰 송치 당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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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지난달 19일 전주환에 대한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다. 하지만 검찰 송치 시 드러난 그의 얼굴은 사진과 달리 왜소했다. 경찰이 신상공개용 사진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과거에 촬영된 사진을 썼기 때문이다. 공개된 증명사진과 실제 모습간 차이가 커 네티즌 사이에선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시 촬영 시점이 확인조차 안 된 증명사진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증명사진이 공개된 피의자가 검찰 송치 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경우 경찰이 이를 막을 방도가 없어 '국민의 알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전주환 증명사진, 언제 촬영됐는지 몰라"

2일 경찰청이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최근 2년간 신상공개 결정으로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한 피의자는 총 18명이다.

공개된 증명사진 18장의 촬영 시점을 묻는 질의에 대해 경찰 측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간 촬영 날짜가 확인조차 안 된 사진들이 피의자 신상공개 목적으로 공개된 것이다.

경찰은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2019년 말부터 검찰 송치시 얼굴 공개 뿐 아니라 피의자 사진도 함께 배포하고 있다. 당사자가 동의하면 수의를 입은 상태의 현재 사진(머그샷)을 찍어 공개하고, 거부하면 피의자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한다. 현재까지 공개 대상이 된 대다수의 범죄자들이 머그샷을 거부한다. 경찰 관계자는 "머그샷 거부 시 사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보니 국가 시스템에 등록된 주민등록증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권해석 이후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21명 중 머그샷을 공개한 피의자는 이석준 단 한 명이었다.

현재 신분증 증명사진 공개 관련 경찰 세부 규정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증 촬영 시점을 10년 기준으로 한다는 등의 설은 있었지만, 세부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n번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의 경우 학생 때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교복 차림의 증명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문제는 신분증 사진을 공개한 피의자가 언론 포토라인에 설 때 코로나19를 이유로 마스크를 쓴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때다. 감염 우려로 피의자가 마스크 착용을 원할 시 경찰은 방침 상 이를 막을 수 없다. 이 경우 공개되는 것은 신분증 사진 뿐인데, 그마저도 오래전 찍은 사진일 때 피의자의 현 얼굴을 알 길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지난해 9월 강도살인 등 6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강윤성은 공개된 주민등록증 사진이 폐쇄회로(CC)TV 화면으로 반쯤 드러난 현 얼굴과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을 낳았다. 강윤성은 검찰 송치 때 끝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 사진 공개 방식 재검토 필요

현 신상공개 제도에서의 사진 공개 방식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의자 신상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한다"며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 측면에서 피의자의 현 사진 공개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언제 찍힌 지도 알 수 없는 증명사진이 공개되는 현 방식은 제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머그샷의 경우 인권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힌 뒤 현재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재범 예방 등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경찰은 신상공개 제도 개선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 제도에 실효성이 없으니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회나 법무부 등 소관 부처에서 제도 개정 논의를 낸다면 적극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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