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통하지 않은 손정의 정성…이재용, 'ARM 빅딜' 물러선 이유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머니투데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뉴스1,머니투데이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RM 인수가 사실상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AMR 최대 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ARM 매각에 공을 들였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600억달러(84조6000억원)에 달하는 몸값도 부담이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최근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등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1일 방한한 손 회장과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찬을 겸해 늦은 시간까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삼성전자와 전략적 협력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알려졌던 ARM 지분 매각이나 프리 IPO 참여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날 회동에서)"지분매각이나 프리IPO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ARM의 가치가 고평가됐고, 독자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양사 간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면서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외화 투자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애초에 이 부회장이 ARM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중남미와 영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AMR 인수와 관련해 "아마 다음 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텐데, 그 때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수 제안의 주체가 손 회장이고 이 부회장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였다.

실제로 ARM과 관련해 마음이 급한 쪽은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올 2분기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급한대로 우버와 알리바바 등의 지분 매각으로 투자 손실을 줄이고 있다. 최근엔 ARM 주식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금을 유치해 자금을 조달할 정도로 재무사정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ARM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ARM의 가격은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할 당시 400억달러(56조6000억원)보다 50%가량 오른 6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ARM은 연매출 27억달러(3조8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로열티 수익이 연간 2억달러(2800억원) 수준에 달할 정도긴 하지만 최근엔 사이파이브 등 오픈 소스 방식의 리스크 파이브 기술에 기반한 대체제가 등장하면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애플은 AR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코어 칩 설계기반을 리스크 파이브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 매출의 5분1 정도를 차지하는 ARM 차이나가 최근 사실상 중국 정부로 넘어간 것도 ARM의 가치를 낮추고 있다.

공동 인수 시나리오도 물건너 간 모양새다. 앞서 ARM 공동인수 의사를 밝혔던 SK하이닉스와 인텔, 퀄컴 등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공동 인수 비용이 IP(지적재산권) 로열티를 내는 것과 비교해 별반 차이가 없고 이사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 않은 까닭에 인수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손 회장은 삼성전자 외에 유력한 공동인수 파트너로 알려진 SK하이닉스와의 면담도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비전펀드의 대규모 손실로 마음이 급한 쪽은 손 회장"이라며 "ARM이 충분히 매력적인 회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당장 들인 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크지 않은 만큼 현시점에서 굳이 '빅딜'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