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조두순 막겠다” 이사 올 집 앞에 세워 놓은 트럭…언제까지 주민이 나서야 할까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는 28일 월셋집 계약 만료 조두순…선부동의 한 주택으로 이사 예정

이사 올 주택 앞에 세워 놓은 트럭…중간 통로에는 쇠창살도

안산 여성단체 등 “조두순은 안산을 떠나야 한다” 기자회견…“자녀와 부모들 불안에 떨 것”

향후 비슷한 일 반복 가능성…성범죄자의 거주까지 제한할 장치는 없어

미국은 ‘제시카법’으로 주거 제한…안산시 대책 마련 돌입

세계일보

24일 오전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주택. 출입구를 막고 선 1톤 트럭 한 대가 눈에 띄었다. 이 주택 중간층 통로에는 조두순이 들어오지 못하게 주민들이 설치한 붉은 쇠창살도 있다. 나흘 뒤인 28일 와동 월셋집 계약이 만료되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이곳에 이사 올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느 주택가와 다름없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골목. 24일 오전 찾은 이곳에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일부 주민들이 보였다.

한쪽으로 향하는 주민들의 시선을 따라가니 3층짜리 다가구 주택 출입구를 막고 선 1톤 트럭 한 대가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트럭 앞에는 사람이 쉽게 오가지 못하게 가림막이 세워져 흡사 공사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걱정스레 주택 출입구를 바라보는 건 나흘 뒤인 28일 와동 월셋집 계약이 만료되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이사 올 곳이어서다. 조두순이 이사할 것으로 알려진 중간층 통로에 주민들이 붉은 쇠창살을 설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두순이 이사 올 집 반경 500여m 안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한 주민은 최근 외부에서 온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고 느꼈는지 현장을 둘러보던 기자에게 “어디서 나오셨느냐”고 물었다.

세계일보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다음 날인 2020년 12월13일 경기도 안산시 한 주택가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후 2020년 12월 출소했다. 와동에 있는 현 거주지 건물주가 2년 계약이 만료되자 조두순에게 퇴거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두순이 이사 올 집은 현 거주지처럼 아내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했으며, 보증금과 계약금을 한꺼번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두순과 임대차계약을 하지 않으려 안산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그의 아내 신상정보를 공유하지만, 어찌 된 이유에서인지 선부동에서는 계약이 성사됐다. 이 과정에서 조두순의 아내는 새로운 거주지를 계약하면서 조씨의 신분을 ‘회사원’이라고 속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뒤늦게 조두순이 이사 온다는 것을 알게 된 집주인이 부동산사무소를 통해 계약 해지를 시도했지만, 이에 조두순은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조두순 측은 계약 해지 요구에 대해 보증금과 위약금을 합쳐 2000만원을 돌려달라고 맞서고 있다.

이달 초 고잔동 지역에 이사하려던 조두순 측은 계약이 해지되자 계약금만큼의 위약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의 신상이 탄로 나 계약이 취소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번에는 아예 계약금 없이 보증금을 한꺼번에 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부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두순의 이사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산시 여성단체와 일부 주민 등은 24일 오전 안산시청 현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두순은 안산을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선부동에는 수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학교 등이 있다”며 “조두순이 이사 오는 순간 우리 자녀들과 부모들은 얼마나 불안에 떨며 살아가겠는가”라고 물은 뒤 “우리는 조두순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두순은 선부동에 오지 말고 안산시를 떠나라, 안산시는 조두순이 더는 안산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세계일보

안산시여성단체협의회와 선부동 주민 등 60여명이 24일 오전 9시30분 안산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두순은 안산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조두순이 다른 거주지로 이사할 경우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과 계약금을 돌려줬더라도 이를 계약 파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집주인이 소송을 걸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까지 들린다. 안산시도 자문변호사를 통해 ‘조두순이 계약금과 보증금을 일시불로 집주인에게 줬으므로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는 조두순의 이사를 막을 근거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출소 후 성범죄자가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접근을 금지하도록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헌법이 규정한 ‘거주·이전의 자유’에 따라 성범죄자가 출소 후 자신의 거주지를 정하는 것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것만이 성범죄자에 대한 최선의 조치인 셈이다.

다른 나라 사례는 어떨까.

미국은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 최소 25년의 형량을 적용하고 출소 이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채워 집중 감시하도록 한 이른바 ‘제시카법(Jessica's Law)’을 시행 중이다. 성범죄자가 학교와 공원 주변 600m 이내에 살 수 없도록 하는 성범죄자 주거 제한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아동 성폭행 전과자에 의해 살해된 9살 소녀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을 따 제정됐다.

조두순이 관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을 확인한 시는 부랴부랴 긴급 대책을 마련 중이다.

조두순이 이사하면 현 거주지 집 주변에서 운영 중인 방범순찰 및 감시기능을 그대로 옮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다. 시는 현재 와동 순찰초소 2개소를 선부동으로 이전하고, 태권도와 유도 유단자인 청원경찰 9명을 3개 조로 나눠 24시간 순찰하기로 했다.

조두순이 살게 된 집 주변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 10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조두순의 움직임을 24시간 모니터링 해 법무부·경찰과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불안해할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셉테드(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 조두순 집 인근 보도에 태양광 조명 100개와 안심귀갓길 표지판 6개도 새로 설치한다.

조두순 거주지 주변의 낡은 가로등과 보안등은 밝은 LED 등으로 교체하고, 주변에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스마트 문열림센서와 스마트홈카메라 등 여성안심 패키지도 지원할 예정이다.

조두순은 현재 사는 집의 계약만료일이 28일이지만, 건물주에게 며칠 더 이사 준비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