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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지난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내년 1분기 완전 정상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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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제강 공정과 압연공장 18곳 중 7곳 정상 가동

압연공장 3곳 제외한 나머지 생산시설 연내 정상화

자체 복구·해외 철강사 지원 등으로 복구 작업 가속

“사전 대비 태세 덕분에 복구 기간 줄일 수 있었다”

[포항(경북)=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 23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제1열연공장. 고로(高爐·용광로)에서 녹인 쇳물이 길이 7~8m의 슬래브(철강 반제품)로 만들어져 공장에 들어섰다. 이후 압연·냉각·권취(코일 형태로 감는 작업) 등 열연 공정을 거치자 10여분 만에 두꺼웠던 슬래브는 얇은 열연코일로 척척 바뀌었다. 불과 79일 전 성인 남성의 가슴팍까지 물이 들어찼던 공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1열연공장은 지난 9월 6일 상륙한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 피해를 봤지만, 32일 만인 지난달 7일 복구를 마치고 정상 가동을 시작했다. 임직원들이 바닥에 들어찬 진흙을 걷어내고, 설비를 하나하나 뜯어내 손수 세척·조립하며 복구 속도를 높인 덕분이다. 포스코는 성공적인 복구 작업으로 연간 350만톤(t)의 제1열연공장의 생산 능력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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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6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모습(왼쪽)과 지난달 7일 복구를 마친 뒤 포항제철소 제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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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기존 생산하던 모든 제품 정상 공급 약속”

포스코는 이날 포항제철소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힌남노 침수 피해를 본 지 79일 만이다. 당시 포항 지역에 시간당 최대 강수량 101mm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했고, 이에 따라 제철소 전 지역에 약 620만t의 흙탕물이 들어찼다. 포스코는 당시 유입된 흙탕물이 서울 여의도 면적을 2m 이상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스코는 피해 직후 곧바로 복구 작업을 시행해 현재 고로 3기와 제강 공정, 18개 압연공장 중 7개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구 작업엔 회사 임직원 등 연인원 100만명이 투입됐다. 포스코는 연내 압연공장 중 도금CGL·STS 1냉연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15곳도 복구·재가동해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정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부소장은 “공장을 재가동한 이후 제품 품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지금 가동되는 공장들은 2~5일 만에 품질과 생산성 등을 침수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도금CGL은 올해 대부분 라인이 가동에 들어가고, STS 1냉연도 일부가 재가동되기 때문에 연내 포항제철소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정상 공급한다는 약속은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천 부소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철소 복구 시점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내년 1분기에 복구가 완료될 것이라는 산업부 의견과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시각의 차이일 뿐”이라며 “포스코는 그동안 모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기를 말해왔고, 산업부는 전체 복구가 완료되는 시점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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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직원들이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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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건조기·헤어드라이어 동원…100만명 복구 참여

포스코는 빠른 속도로 제철소를 복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회사의 기술력과 임직원의 노력을 꼽았다. 각 공장 설비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모터 4만4000대 중 31%가 침수, 신규로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제작·설치에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의견이 나오자 직원들은 이를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했다. 설비를 말리는 과정엔 고추건조기와 헤어드라이어도 동원됐다.

포스코가 그간 선정해 온 명장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 분야에서 30~40년이 넘는 그들의 경력은 복구에 큰 힘이 됐다. 포스코 명장 1호인 손병락 상무보는 “국내·외 수많은 설비 전문가 등은 수리가 어렵겠다고 단언했지만, 성능을 복원하는 일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47대 압연기용 메인 모터 중 33대를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자체 복구가 어려운 설비들은 국내·외 철강업계 도움을 받기도 했다. 제철소 침수 과정에서 쇳물을 받아 제강 공정으로 옮기는 장비인 용선 운반차(토페도카)가 못 쓰게 된 포스코를 위해 현대제철은 토페도카 5대를 긴급하게 지원했다. 광양제철소 토페도카를 가져오는 과정에선 협력사들의 도움이 있었다.

또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인 제2열연공장의 모터 드라이브는 총 15대 중 11대 교체가 필요한데, 단기간 내 공급이 어려워 인도 철강사인 JSW가 미리 제작하던 설비를 받아와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과 사쟌 진달 JSW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으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이번 지원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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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고객사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4일 포항제철소 복구 현장에 응원 커피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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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 중지 덕분에 더 큰 사고 막아”…백서도 작성

포스코는 이번 제철소 침수 사태가 천재지변이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황종연 포스코 기술연구원 그룹장은 “집중호우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지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철소 쪽으로 물이 흘러들어왔다”며 “냉천교 인근이 떠내려온 나무와 쓰레기들로 막히면서 댐 역할을 해 제철소는 더 큰 침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포스코 경영진이 매뉴얼에 따라 고로 작동 등 조업을 미리 막아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도 제철소 곳곳에서 나왔다. 김진보 선강담당 부소장은 “만약에 정상 조업을 하고 있다가 이런 침수 사태를 맞이했다면 고로를 아예 못 쓰게 됐을 것”이라며 “고로가 망가졌다면 복구는커녕 쇳물을 만드는 제철소의 제 기능 자체를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국내 고객사 피해 최소화와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춰 복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원료·설비·자재 공급사에도 맞춤형 지원 방안을 실행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철강 ESG 상생펀드’와 ‘상생협력 특별펀드’의 1707억원을 재원으로 수해 피해기업들에 유동성도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는 내년 1분기를 완전 정상화를 목표로 안전에 초점을 맞춰 나머지 복구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수해 피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자세히 백서로 기록해 분석하고, 기후 이상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재난 대비 체계를 이른 시일 내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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