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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오배송’ ‘양 적다’고 환불 요청”…상담원 울린 진상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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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해당 기사와 사진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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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님이 배달한 음식을 다 먹은 후 오배송을 주장하고, 양이 적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며 배달시킨 가게가 아닌 애꿎은 배달 앱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화풀이에 가까운 ‘갑질’을 저질렀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특히 고객센터 상담원이 이 손님의 갑질에 펑펑 울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다른 자영업자들은 “악질 중에 최악이다”라며 해당 손님을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한 손님이 취식 후 오배송을 주장하고 양이 적다며 환불을 요구하며 배달 앱 고객센터에 애꿎은 화풀이를 했다. 결국 상담사를 눈물 쏟게 한 진상 손님의 사연에 자영업자들이 분노했다.

지난 27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어제 새벽 폭탄 진상을 만났습니다. 취식 후 환불 요청, 배달앱 고객센터 상담사가 울면서 전화 왔습니다’라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전라도에서 쌀국수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자영업자 A씨는 이날 새벽 한 손님의 주문을 받았는데, 이 손님은 요청사항에 “국물 진하고 맛있게, 고기 등 전체적으로 양 많이 주시고 안 식게 잘 부탁드린다”며 “문 앞에 두고 문자 주고 가세요”라고 남겼다.

A씨는 “음식 나가면서 요청사항을 확인하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껴 그전 주문내역과 요청사항을 확인해봤는데, 그 전에도 ‘무조건 많이, 빠르게, 식지 않게 가져다 달라’고 했던 주문 요청사항을 남겼던 손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손님이 주문한 음식은 주문이 들어온 지 40여분만에 조리가 완료됐고, A씨는 새벽에 그의 가게만 거의 전담 배달해주는 기사에게 평소처럼 전달했다.

그러다 A씨는 배달 앱 고객센터로부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상담원이 “고객이 기사가 오배송해서 전액 취소 환불 요청을 요구한다”라고 말했고, 이에 그는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음식 회수 후 환불 처리를 바로 도와드릴게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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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사진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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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씨는 밀려드는 주문을 먼저 처리하려던 찰나 또다시 고객센터의 연락을 받았는데, 손님이 이미 음식을 먹어 회수가 어렵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고객센터에 상황을 물어보니 이 손님은 “기사가 원룸 같은 층 다른 호수에 갖다 둔 것을 내가 가져와서 취식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음식을 취식했으면 음식 값은 환불해드리기 어렵다. 대신 지불하신 배달료 3000원은 환불 처리를 도와드리겠다. 손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라고 고객센터에 전했다.

그러자 손님과 A씨 사이에 낀 고객센터 측은 “고객이 어떠한 정보도 넘기지 말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배달 기사는 “문자 남겨달라고 해서 남겨 놓은 건 확실한데 호수 확인하고 문 앞에 놓기 때문에 잘못 놨을 일은 많이 없다”라고 억울함을 표했다.

결국 A씨는 고객센터에 “내일 제가 그 건물에 가서 기사가 음식 놓고 가는 모습을 CCTV로 확인한 뒤, 오배송이 맞으면 그때 손님에게 배달료를 환불해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손님은 “보복성 피해 볼까 봐 A씨가 CCTV 확인하러 오는 것도 싫고 불쾌하다. 날 의심하는 거냐”며 “환불해줄 때까지 고객센터로 전화하겠다”라고 대응했다.

이렇게 A씨와 손님 사이에 1시간 여 동안 실랑이가 계속되자 그 사이에 낀 고객센터 상담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결국 참다못한 A씨가 직접 손님과 통화해 상황을 해결하려 했지만, 상담원은 난처한 기색을 표했다고 한다.

A씨는 “고객센터에 제가 직접 손님에게 전화하고 배달비를 환불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미 이때부터 상담원분 목소리가 울먹거렸다”며 “한참 어려 보이는 상담원은 본인이 똑바로 (일을) 못해서 가게에서 전화가 온 거로 될 수 있다고 그러지 말라고(손님에게 직접 연락하지 말라고) 부탁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상담원이 ‘이미 음식 값을 환불해주지 않아서 (손님이) 제 상관에게 통화 요청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화를 내면서 말씀하신다. 이번엔 쌀국수에 고기가 적다고, 가게 CCTV 화면에서 고기 넣는 모습 그램(g) 수를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고 울면서 말했다”라며 “손님은 가려진 번호 뒤에 숨어서 고객센터에 애꿎은 화풀이를 하는 상황 같았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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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씨는 손님의 황당한 요청에도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CCTV에 그램(g) 수가 보일 정도면 지나가는 개미도 보일 것”이라면서도 “환불을 안 해주는 게 맞지만, 이 손님 때문에 상담원분이 너무 심하게 우시길래 더는 스트레스받지 마시라고 환불해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불해주라고 하자 상담원분이 울면서 감사하다고 하더라”라며 “전화만 두 시간을 받았다. 안심번호가 있었지만 한참 어려 보이는 상담원분이 ‘본인이 피해를 입는다’라고 하길래 (손님과 통화하려던 것을) 참았지만, 이런 건 어찌 처리해야 하냐. 누구의 잘못이냐”라고 답답해했다.

아울러 A씨는 “경찰에 전화해보니 사기죄가 성립되면 경찰 동행 하에 CCTV를 확인할 수 있다고, 법률자문을 구해보라고 하더라”라며 “음식값 1만 3000원이 아까워서 환불 안 해준 게 아니었다. 배달 앱 정책을 역이용하는 사람들 버릇을 고쳐줘야 하는데... 배달 앱 정책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장뿐만 아니라 자회사 직원들도 죽이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다른 자영업자들은 ‘너무 악질적이다. CCTV 확인이 가능하다면 일단 보겠다’,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 많은 건 알았지만 이건 악질 중에 최악이다’, ‘앞으로 저런 개진상 손님 받지 말아야 한다. 요청사항에서 느낌이 이상하면 바로 잘라야 한다’, ‘다 먹어놓고 환불이라니... 이런 건 뉴스에 났으면 좋겠다. 너무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회사가 진상 손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잘못은 이상한 손님이지만, 시스템을 이상하게 만들고 운영하는 배달 앱 회사가 실질적인 잘못이다’, ‘배달 앱 회사에서도 그냥 환불만 해주고 끝낼 게 아니라 뭔가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배달 앱 자체에서 (진상 손님들은) 주문을 할 수 없도록 블랙리스트에 등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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