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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선고 5년 기다리다 벌어진 일... "원고가 사망했습니다" [헌법 27조 3항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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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27조 3항이 사라졌다②] 마지막 결론 끝내 보지 못해..."신속 재판 요청? 불가능"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27조 제3항입니다. 하지만 이 헌법 조항은 잘 지켜지고 있지 않습니다. 재판 지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판결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어렵거나 당사자가 사망했다면, 정의가 실현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정의의 유효기간'이 지난 재판 지연 사례를 추적하고, 우리보다 먼저 사회적 논의를 진행한 독일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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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 위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오른손에 천칭저울을 글고 왼손에는 법전을 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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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계속 중 당사자 사망으로 집행 곤란, 지연이자 과다, 감정 등이 늦어지며 피해가 계속 발생.

- 의료 소송 진행 중 당사자가 사망하는 바람에 소송 수계 등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아직도 진행되지 않음.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지난 8월 12일 전국 변호사 회원(전국 회원 2만 7899명, 666명 회원 응답)을 상대로 진행한 재판 지연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소송 당사자의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응답한 409건의 사례 중에서, 재판 결론을 보지 못하고 사망한 당사자들의 사연이 소개돼 있다. 그 가운데는 대법원 선고 5년을 기다리다 눈을 감은 한 원고의 사례가 있었다.

- 1, 2심에서 승소하고도 상고심에서 선고를 미루고 있는데, 그동안 당사자가 사망하셨습니다. 선고를 지나치게 미루는 바람에 당사자는 결국 판결 결과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단순했다. 원고가 재산 상 피해를 입었고, 책임이 있는 당사자와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과실 여부는 경찰과 소방의 조사로 명확히 가려진 상태. 다만 배상 금액을 두고 법리 다툼이 발생했다.

소가 제기된 것은 2015년.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다. 1심 결론은 이듬해인 2016년, 항소심은 그 다음해인 2017년에 선고됐다. 대부분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5년 뒤. 상고심의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강제력 없는 훈시 규정이긴 하지만, 민사소송법 199조에 따르면 소가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 항소심과 상고심에선 기록을 받은 날로부터 5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돼 있다.

"내 재판 왜 이렇게 늦어지나" 따질 수 없다

"충격적이었죠. 굉장히 미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사건을 대리해 온 하성협 변호사는 지난 10월 5일 대구광역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당사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망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생전 결론을 기다리며 꾸준히 연락해왔다는 당사자. 하 변호사는 그때마다 "죄송하다. 왜 미뤄지는지 모르겠다. 대법원에서 처리할 사건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건은 상속인들이 승계해 진행 중이며, 여전히 지연 중이다.

법리가 복잡할수록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5년이라는 시간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재판이 아무리 지연돼도 '신속한 재판'을 재판부에 요청할 방법이 없다. 하 변호사는 "사건 대리인으로써 굉장히 조심스럽다. 혹시나 재판부도 본인들의 일정이 있는데, 재촉했다가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재판 지연 구제책을 마련해 놓은 독일과 같은 국가의 상황과 빗대 보면, 당사자로썬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독일은 당사자가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내 재판이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느냐"고 법원에 '지연 경고(Verzögerungsrüge)'를 보낼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상고심뿐 아니라, 다른 심급에서도 재판지연을 호소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 변호사는 민사뿐 아니라, 불구속 사건의 형사 재판 또한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불구속 사건은 민사와 다름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당사자는 언제 처벌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몇 년을 살아야 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앞에 소개한 대한변협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회원 응답자 중 89%가 최근 5년간 재판 지연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는 다만, 재판지연보상법 등 대안을 도입하기에 앞서 "절대적으로 적은 판사 수를 우선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일은 판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야 개인이 담당하는 숫자도 적어지고, 재판도 빨리 진행하면서 충실하게 심리할 수 있다. 지금 판사들은 너무 사건에 치이다보니, 재판을 끌 수밖에 없고, 충실하게 심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아래는 하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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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협 변호사가 지난 10월 5일 대구광역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며 사건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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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과 2심 각각 언제 판단이 나왔나.

"1심은 2016년 8월 원고 일부 승으로 나왔다. 청구 금액 중 상당 금액을 인정하는 것으로 선고됐다. 항소심은 2017년 5월, 결론은 항소기각. 1심과 같았다."

- 재판부의 판단이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예상하나.

"정확한 원인은 우리도 모른다. 일단 사건이 많이 밀려 있을 것 같다. 대법원이 판단하기에 중요한 사건부터 처리하고 덜 중요하다 싶은 것은 뒤로 미루고 있지 않겠나,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던 중, 원고 당사자가 사망했다고 들었다. 결론을 많이 기다렸을 것 같은데.

"당사자는 당연히 빨리 판결을 받고 법적 분쟁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재판을 해 본 모든 사람은 재판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5년이 넘도록 확정이 안 나니까, 많이 힘들고 지쳐 하셨다. 사망하셨다는 소식은 지난해 6월 들었다."

- 생전 직접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셨나.

"당연히 그런 말씀을 하셨다. 연락을 계속 주셨다. 저도 '죄송하다'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미뤄지는지 모르겠다, 아마 대법원에서 처리할 사건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계속 달래드리고...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 다행히 이 의뢰인 분들은 그럼 좀 더 기다려 보자, 양해해주시곤 했다. 때에 따라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고 변호사가 뭐 하고 있느냐, 하시는 분들도 많다."

- 사건 담당 변호사로서, 사망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충격이었다. 굉장히 미안하고... 제가 꼭 큰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은 생각도 들고 안타깝고."

-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건이었나.

"사실관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만 법리가 상당히 복잡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두고 결론을 미루는 것은 사건 당사자나 대리인인 변호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 재판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나.


"자녀 등 상속인들이 소를 승계하게 된다.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가끔씩 연락하신다. 저희들이 대법원에다 대고 빨리 해 달라 요청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씩 사건 검색을 해보고 있다."

- 지연을 해소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없나.

"판결을 빨리 내려달라고 의견을 내기는 사실 어렵다. 사건 대리인으로서도 굉장히 조심스럽다. 혹시나 판사들도 본인 일정들이 있는데, 재촉했다가 조금이라도 불리한 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 지난 8월 대한변협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변호사 89%가 재판 지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재판 지연 상황은 어떤가.

"소를 제기하고 첫 재판 기일이 잡히는 게, 소장 접수 후 빨라도 4개월이 넘어야 한다.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보통 1년 정도는 소요된다. 항소심에 상고심까지 진행하다 보면 1년 이상, 2~3년 정도 소요되는 사건이 많다. 그러니 변호사는 물론 당사자 대부분은 재판이 너무 지연된다, 느끼는 경우가 많다."

- 동료 변호사들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나.

"물론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해선 많은 변호사들이 공감한다."

"신속한 재판만큼 충실한 심리도 중요... 판사 수 증원 필요"

- 설문조사 결과, 형사사건보다 민사사건의 지연 정도가 더 심하다는 현장 변호사들의 목소리가 통계로 나왔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어떤가.

"아무래도 형사사건은 민사보다 덜 지연되는 편이다. 구속 사건의 경우 구속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불구속사건의 경우엔 민사와 다름 없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그때 당사자가 받는 고통은 민사 당사자보다 형사 피고인들이 훨씬 크다. 언제 처벌 받을지 모른다는 그 두려움으로 몇 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스트레스는 말로 못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 독일의 경우 재판 지연 피해 발생 시 이를 국가에서 배상하는 재판지연보상법을 제정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재판 지연으로 인한 당사자의 불이익을 보상, 또는 최소화하려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가장 시급한 일은 판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법관도 마찬가지고...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 개인이 담당하는 사건 숫자도 적어지고, 재판도 빨리 진행하면서 충실하게 심리할 수 있다. 지금은 판사들도 사건에 치이다 보니 재판을 끌 수밖에 없고 충실하게 심리할 수도 없다."

- 판사 수 증원이 우선 돼야 한다는 뜻인가.

"충분히 숫자를 늘린 상태에서, 재판이 지연된다면 재판 지연에 대한 보상 등을 도입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숫자가 절대로 적은 상황에선, 오히려 손해를 배상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판결해 충실한 심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단점도 생길 것 같다. 재판받는 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내 사건을 제대로 검토해 결론을 받는 것이다. 충실히 심리하면서도 빨리 재판을 끝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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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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