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강경 탄압 속 '찔끔' 회유책... 중국의 반정부 시위 대처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폭스콘 공장' 정저우시 전면봉쇄 해제
회유책 제시하면서도 시위는 '원천 차단'
한국일보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시위가 일어나는 가운데 쓰촨성 성도 청두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시민들이 연설 및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로이터 통신이 입수해 27일 공개한 일자 미상의 소셜미디어 동영상 장면을 캡처한 것. 청두=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확산하자, 중국 정부가 강경한 탄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민심을 달래기 위한 회유책을 내놨다. 아이폰 생산기지가 있는 허난성 정저우시의 '전면봉쇄'를 해제하는 등의 조치를 내린 것인데, 봉쇄 자체가 풀린 것이 아니어서 '제로 코로나' 완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시위 차단에는 여전히 강경한 모습이다. 공권력을 총동원해 불심검문을 하고, 시위가 벌어질 수 있는 장소 등은 폐쇄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 색출 작업에도 돌입했다. 정저우시 '전면봉쇄' 해제 조치가 이반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찔끔 회유책'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이폰 생산기지' 정저우, 전면봉쇄 해제

한국일보

애플의 최대 생산 협력업체 폭스콘 로고. 타이베이=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정저우 방역당국은 기자회견을 열고 "30일부터 시 전역에 내려진 전면봉쇄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도심 주요 건물에 대한 부분 봉쇄는 지속되고, 외출할 땐 48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정저우는 지난 25일부터 전면봉쇄를 시행해왔다.

정저우 봉쇄를 완화한 이유는 아이폰 최대 생산기지인 폭스콘 공장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콘은 애플의 생산 협력업체로, 정저우 공장이 아이폰14 세계 출하량의 80%를 생산한다. 이런 폭스콘 공장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전면 폐쇄되고 노동자들의 대탈출극이 벌어지며 생산 차질이 깊어졌다. 결국 애플이 생산기지를 인도 등으로 옮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중에 이번 조치가 발표됐다.

봉쇄 완화는 "불필요한 전면봉쇄를 남발하지 말라"는 베이징 당국 지시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 국가질병통제예방국은 29일 브리핑에서 "장기 봉쇄는 대중의 정상적인 생활과 업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쉽게 불안을 유발할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지방 정부가 장기간 봉쇄를 남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중앙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 부작용을 지방정부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정저우의 일일 확진자 수가 29일 기준 882명으로, 다른 도시보다 적어, 봉쇄 완화 조치를 내리기에 부담이 덜했다는 분석도 있다.

봉쇄 중 아파트 화재 발생으로 인명 피해가 컸던, 신장 우루무치에도 민심 달래기용 회유책이 도입됐다. 저소득층에게 300위안(약 5만5,0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분야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한 것. 화재 발생 당시 봉쇄용 구조물 때문에 진화가 늦어졌다는 의혹은, 이번 반정부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도심 폐쇄·휴대폰 검열에도…광저우 시위 재개

한국일보

29일 밤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경찰 수십 명이 방호복을 입고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늘어서 있다. 광저우=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민심 수습용 회유책을 내놓긴 했으나,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가차 없이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시위가 벌어질 만한 장소는 속속 폐쇄되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던 우루무치중루 거리와 인근 광장 접근이 금지됐다. 길거리와 지하철, 쇼핑몰 등 도심 곳곳에서는 '불심검문'이 강화됐다.

공안이 시민들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이 깔려있는지 확인하고 앱을 강제로 지우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미국 CNN방송은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서 쓰던 감시책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한 상하이 시민은 경찰서로 연행된 뒤 지문과 망막 등 신체 정보를 채취당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서로 가는 버스에서 휴대폰을 압수당했고, 모든 사진과 SNS 앱을 지운 뒤에야 휴대폰을 돌려줬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베이징에서는 시위에 참가한 후 경찰에게 '전화 조사'를 받았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한 시위 참가자는 "(시위를 할 때) 마스크를 썼던 친구들에게도 새벽 1시에 (경찰이) 전화를 해 시위에 참여했냐, 시위에서 무엇을 봤냐고 묻더라"고 밝혔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의 폐쇄회로(CC)TV에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장착돼있는데, 이를 감시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압박에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시위는 29일 밤 광둥성 광저우에서 다시 일어났다. SNS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방호복을 입은 경찰을 향해 무언가를 던지고, 경찰이 최루탄으로 반격하는 모습의 영상이 올라왔다. 경찰이 시위대에 수갑을 채워 어디론가 이송하는 장면도 담겼다. 로이터통신은 "이전에도 시위가 벌어졌던 하이주구 지역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의 강경 진압에도 시민들의 불만이 오래 쌓여온 터라,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