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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무역장벽 세우던가"…동맹국 불만에도 IRA 바꿀 수 없다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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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심 인근 조지타운의 한 식당 앞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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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본격 시행이 1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와 미 의회는 정권의 핵심 공약인 IRA 법안을 바꿀 수 없다며 차라리 동맹들도 비슷한 무역장벽을 세우라고 권하는 분위기다. 취임 전부터 미국 산업 부흥을 외치며 미국산 제품 소비 촉진을 외쳤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대규모 예산 지출 가운데 경제 관련 부문만 추려 IRA라고 이름붙인 뒤 의회로 보냈다. IRA는 의회 결의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지난 8월 16일에 발효되었으며 법률의 구체적인 하위 규정(시행령)은 내년 1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동맹 맞나?" 유럽, 美 일방적 IRA에 분노

IRA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및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3690억달러(약 481조원)를 들여 각종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는 북미에서 조립 혹은 생산하는 전기차를 사면 최대 7500달러(약 977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규정도 포함됐다.

전기차와 친환경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EU는 IRA 도입으로 유럽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격분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열리는 바이든과 정상회담 전날에 미 워싱턴DC에서 미 국회의원들과 만나 IRA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프랑스 업계 사람들에게 아주 공격적"이라면서 "미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범위한 통상 이슈가 조율되지 않을 경우 그것은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면서 "IRA가 논의될 때 누구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내 입장을 생각해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지난 11월 29일 “EU는 IRA에 대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해야한다는 규정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EU의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미국과 EU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미국을 WTO에 제소하고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였던 EU는 바이든이 전임자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이미 불만이 쌓였다. 아울러 EU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 대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면서 미국 가격의 약 4배를 치렀다. 지난달 익명의 EU 외교관은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IRA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워싱턴은 여전히 우리 동맹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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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올해 3분기 순수 전기차 판매량 /그래픽=정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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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美와 협상으로 '시간 끌기'

미국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일단 IRA 시행 과정에서 유예 조치를 받은 뒤 시간을 벌어 미국 내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일 미 재무부에 의견서를 보내 IRA의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들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WTO 등 국제 통상 규범에도 위반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대해 IRA의 지원금 요건을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6개 경제단체도 지난달 17일 미 주요 국회의원 10명과 4개 부처 장관에게 IRA의 차별 조항을 우려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현대차그룹이 건설한 미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2025년부터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며 IRA 시행이 유예되면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주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EU와 일본같은 IRA 이해당사국과 정기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국회 협상팀은 오는 4일에 미국으로 향해 바이든 정부의 IRA 관계자와 접촉할 예정이다. 미국 상원에는 지난 9월에 IRA의 북미 조립 규정을 2025년 말까지 연기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하원에서도 지난달 5일에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연설에서 "IRA는 한쪽이 이익을 취하는 형태가 아니며 친환경에너지 분야의 규모를 키우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IRA를 통해 한미 양국이 이익을 얻을 때까지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IRA 법안 처리 중에 경제산업상이 교체된 일본은 한국에 비해 대응 속도가 느렸다. 일본의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지난 9월에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 장관과 만나 IRA로 인해 일본 브랜드의 전기차 판매가 타격을 받을 수 있고 해당 조치가 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니시무라는 지난달 5일 미 재무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IRA가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양국의 정책에 "일관되지 않는다"며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차량의 전기화에 대한 추가 투자를 망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투자와 고용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새 공장을 건설해 38억달러(약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2025년부터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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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하고 있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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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럽판 IRA 만들어 대응" 예고

바이든 정부 관계자들은 동맹들의 우려를 알고 있지만 이미 법안이 통과된 만큼 극적인 변화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EU와 해법을 찾겠지만 EU가 기업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력 부분에서 미국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도 어렵다. 마크롱은 지난 11월 30일 미 의원들과 회동에서 IRA의 북미 조립 조항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 상원에서 재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론 와이든 의원(오리건주)은 정치 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IRA의 법조문에 대해 다시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법안이 "미국의 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구상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데비 스태버나우 상원의원(미시간주)도 "우리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짓기를 바란다"며 "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 속한 민주당 댄 킬비 의원(미시간주)도 "IRA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 전기차 생산을 주도할 수 있도록 투자를 돕는다"고 주장했다. 법을 바꾸려면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공화당은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개정을 위해 상·하원에서 필요한 의석(3분의 2)을 확보하지 못했다. 공화당은 일단 IRA가 바이든 정부의 예산 낭비라며 반대하고 있다.

EU는 미국을 바꿀 수 없다면 '유럽판 IRA'를 만들어 똑같이 대응할 계획이다. 독일의 하베크는 지난달 22일 발표에서 EU가 '유럽산 우선 구매법'을 만들어 EU 기업들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EU는 내년 1·4분기 안에 주요 산업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의 유통과 공급을 감독하는 '핵심원자재법'을 입법할 계획이다. 법안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EU가 해당 법안에 IRA와 비슷한 조항을 넣어 비관세 장벽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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