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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명박 정부도 추진한 안전운임제가 명분없는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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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9일 화물연대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하면 정부도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날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명분 없는 집단 운송거부로 인해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로 접어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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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련 파업 정부 합동 브리핑 2022년 11월 29일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의 요구가 명분이 없다고 몰아세우고 있으니 대화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외에 품목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해서 30일 2차 교섭도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끝났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정부가 3년 시한의 일몰제로 운영했던 제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도 아니고 지금대로 3년 더 연장하겠다는데 뭐가 그리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왜 도입됐는 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이명박 정부도 추진했던 안전운임제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수업계의 최저임금제로 불립니다. 이전에는 표준운임제라는 이름이 쓰였습니다.

화주-운송업체-차주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적정 운임을 책정해서 차주(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화물연대는 2002년 출범 당시부터 표준운임제를 요구해왔습니다. 2004년 노무현 정부와 2008년 이명박 정부는 표준임금제 도입을 약속했지만, 결국 법제화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표준운임제 도입이 본격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 당시 정부는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결의하자 화물연대와의 협의를 통해 표준운임제를 도입하고 운송료를 현실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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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운임제 도입을 결정한 2008년 6월 당시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한나라당 당정협의회
국무총리실 산하에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2010년에는 컨테이너와 철강 화물에 대해 1년 동안 표준운임제 시범 운영하는 사업까지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 간의 입장 차이로 결실을 보지는 못했고, 추진위원회는 별다른 성과없이 2012년 해산됐습니다.

합의 끝에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왜 일몰제가 되었을까?
대통령 후보 시절 표준운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제도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대선에 앞서 2016년 11월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금의 안전운임제를 말하는 '표준운임제'를,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별도의 '참고원가제'(화물운송 주체들이 원가정보를 제공해 계약 시 협상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각각 발의한 상태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양당은 이 두 안을 놓고 치열한 협의를 이어갑니다. 법안의 성격에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여야 모두 열악한 화물차주의 현실을 개선해야 할 필요 자체는 인정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업계 이해당사자들과 40여 차례나 되는 협의 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 합의안의 내용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합성수지 3가지 품목에 대해서 표준운임제를 시행하고,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참고원가제를 도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치면서 합의안 내용은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3개 품목 중 합성수지 품목이 빠지게 됐고,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제도를 적용한다는 일몰제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이때 일몰제가 추가된 이유는 제도가 시행되면 여러 품목들의 차주들 간에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대상 품목 간에 형평성 문제가 있으므로 계량이 쉬운 컨테이너와 시멘트부터 시행하고 다른 품목은 제도 운용 성과를 바탕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 일몰제의 도입 취지였습니다.

당시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기본적으로 모든 화물에 대해 안전운임제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입법 과정에 오랜 진통을 겪은 만큼 일단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에 한해서라도 시행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당시 국토부는 국회의 일몰제 제안을 수용하게 됩니다.

화물연대 파업 부른 국토부의 책임 방기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차주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법을 추진했습니다. 불과 4년 전, 국토부는 지금의 제한적인 안전운임제가 결국 모든 화물에 대한 안전운임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다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 취지는 시행 이후 오간 데 없게 됐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안전운임제는 2018년 법안 통과 후, 2020년 1월 시행됐습니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공언했던 대로라면 당시 시행된 안전운임제가 일몰을 맞기 전에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같은 추가 입법을 차례로 추진해 나가야 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1월 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일몰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화물주들이 2022년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전략으로 안전운임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일몰제를 폐지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었습니다. 실제로 안전운임제 위반 신고 건수는 2020년 1,346건, 2021년 2,213건으로 해가 갈수록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조 의원의 법안은 상임위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 법안 통과 당시, 여야는 일몰 1년 전에 제도 운용 성과를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보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실제 국토부는 일몰 1년 전 국회 보고를 위해 한국교통연구원에 안전운임제 관련 연구 용역(2020년10월∼21년 10월)을 의뢰를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국토부는 이 연구용역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보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몰제 폐지 법안은 계속 계류했고, 품목 확대 논의도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화물연대는 국토부에 입법 당시의 합의대로 국회 보고와 법안 개정을 추진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검토 중’이란 답변이었습니다. 결국 지난 6월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합니다. 이때부터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180도 달라집니다. 화물연대의 집단적 운송거부에 대해 ‘뚜렷한 명분이 없는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파업 8일째에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와 협상을 통해 다음과 같은 합의문을 발표하고 화물연대는 일단 화물 운송 업무에 복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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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합의문
당시 화물연대가 운송거부를 철회한 것은 그동안의 요구사항이 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는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품목 확대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 합의 내용입니다. 합의문 1번 항목의 국회 보고는 법 개정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었습니다. 2번 항목인 현행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는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사항입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국토부 주장대로 ‘명분 없는 소모적인 행동’이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었던 합의문이 5차례에 걸친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교섭 끝에 나온 겁니다.

7월에는 민주당의 최인호 의원이 안전운임제의 일몰 조항을 삭제하고 대상 품목을 철강재와 자동차 등 5개 품목을 늘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180도 달라진 국토교통부…사실상 합의 파기
21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끝나고 여야는 민생특위에서 안전운임제를 논의하기로 합니다.

국토교통부도 그제야 교통연구원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9월 29일 국회 민생특위에서 국회 보고를 마쳤습니다.

다음 표는 국토교통부 어명소 2차관이 보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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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시멘트의 경우 월 근로시간이 여전히 주 90시간에 육박하지만 월 근로시간은 다소 줄었습니다. 경유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인상분을 적정 임금에 반영해 주는 안전운임제 덕분에 소득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교통연구원 자료를 보면 화물 운송 운임은 지난 10년 사이 컨테이너는 0.41%, 시멘트 운임은 14.41% 인하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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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대상이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차가 78%를 차지하는 견인형 화물차의 경우 사고 건수는 20년에는 줄었다가 21년에는 다시 늘었습니다. 사망자도 조금씩 늘었습니다.

국토부 어 차관은 안전운임제가 안전에 미치는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 최인호 위원은 사고 건수나 사망자 수는 여러 변수가 있으므로 장기적인 추세를 봐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실제 안전운임제를 실시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32년간 장기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도입이 추진됐던 안전운임제는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70%를 차지하는 화물차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화주에 비해 차주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물류 시스템과 이로 인해 끊임없이 불거지는 과로와 과적 문제, 유가 폭등을 차주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문제, 반복되는 파업으로 인한 조 단위의 경제적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기 때문에 도입됐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날 국토부의 전체적인 입장은 안전운임제라는 제도 자체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인 화주 단체의 주장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제도에 대해서 다른 나라 OECD 국가에서 정부 차원에서 왜 시행을 하지 않고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한번, 왜 기업 간의 문제에 대해서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규제를 안 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한번 검토를 고민을 했으면 하는 부분이고요…화주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 지금 화주를 처벌하는 규정도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많이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 국토교통부 어명소 제2차관 2022년 9월 29일 민생특위


이미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에 합의됐던 여야정 간의 합의 취지를 되돌리는 발언이었습니다. 2018년 제도 도입 당시 국토부 2차관의 발언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합니다.

저희들이 볼 때는 현재 있는 체제를 조 금 보완해서 좀 더 앞으로 나가면 사고도 줄이고 그다음에 파업 같은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특히 사회 구성원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좀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준비를 하게 된 겁니다.
- 국토교통부 맹성규 제2차관 2018년 2월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국토부는 합의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TF를 제안했지만 화물연대가 거부했다고 말합니다. 화물연대는 파업이 있었던 6월 구체적인 내용과 틀도 없이 구두로 전달해 거절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는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부와 화물연대간의 공식 논의 테이블은 9월과 11월 딱 두 차례뿐이었고 그조차 국토부가 3년 연장, 품목 확대는 불가 입장만을 통보했을 뿐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합의가 파기된 셈입니다.

국회는 어디에…
민생특위는 9월 29일 회의에서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토부의 보고를 받았을 뿐 이후 단 한 번도 논의를 하지 못하고 활동시한인 10월을 마감했습니다. 11월 15일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와의 교섭에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회로 책임을 미뤘습니다.

국회는 민생특위 종료 이후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토교통위에서는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에 대해 정부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못했습니다. 급기야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삭감한 공공임대 주택 예산안을 복구하면서 여당이 반발해 11월 16일 예정됐던 법안심사소위도 열리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국회로 책임을 미루고, 국회에서는 여당이 정부가 반대한다며 논의를 하지 않다가 11월 22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를 통해 일몰제만 연장하고 품목 확대는 불가하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11월 24일 화물연대는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안전운임제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국민의힘과 국토교통부의 책임은 별개로 하더라도 안전운임제 확대를 주장했던 민주당의 책임도 비난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도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자 화물연대를 만나 우선적으로 법 개정을 약속하더니 이번 11월 파업 때까지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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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화물연대 파업 돌입 이틀 뒤 민주당은 화물연대와 간담회를 열고 조속한 법 개정을 약속했습니다. (위 사진) 11월 24일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자 다음날 간담회를 열어 조속한 법 개정안 처리를 또 약속합니다.(아래 사진)
민생을 살피는 정치의 부재
국토교통부는 법 제정 당시 약속했던 대로 일몰 1년 전에 성과 보고를 국회에 제때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해당됩니다.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약속한 합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안전운임제의 일몰 시한이 2022년 말로 끝나는 만큼 국회는 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 진행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영업용 화물차 42만 대 가운데 안전운임제의 적용을 받는 화물차(컨테이너,시멘트)는 2만 6천여 대에 불과합니다. 법 시행 3년 동안 최저임금을 법적으로 보장받은 화물차주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극히 일부입니다.

이번 파업에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외의 화물차주들과 비조합원들도 품목 확대를 바라며 대거 참여했습니다.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조건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여당은 자신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합의해온 역사까지 덮어가며, '노조와의 전쟁'을 운운하고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명분이 없는 건 누구일까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노동자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요.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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