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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이미 조용한 감염 물결 시작된 듯…못믿을 감염자 통계, 최대 10배 추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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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9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진료소 앞에 환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한 중국에서 이미 조용한 감염 물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를 축소하면서 당국이 공식 집계하는 감염자 숫자는 실제 감염 확산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제로(0)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방역을 개인에 맡기면서 고령자 등 취약계층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방역 완화에도 감염자 급감…관변 논객 “누가 믿나” 지적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9일 집계한 전날 본토 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자 수는 1만6363명(무증상 감염에서 확진으로 전환된 사례 제외)이다. 하루 전 2만797명에서 4000명 이상 줄었고 일주일 전(3만3683명)과 비교하면 감염자 숫자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겨울철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한창 확산되던 상황에서 당국이 방역 정책을 큰 폭으로 완화했음에도 감염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실제 감염 확산세가 꺾여서가 아니라 당국이 코로나19 검사를 대폭 축소해 실제 감염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변 논객으로 잘 알려진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당국의 감염자 수 발표에 대해 “누구도 그 진실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 감염자 밀도와 계속되는 빠른 증가세로 미뤄 베이징의 일일 감염자 수는 이미 올봄 상하이에서 기록한 최고치를 넘어섰다”며 베이징에서만 현재 하루 신규 감염자가 2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당국이 발표한 전날 베이징 내 감염자 수는 2654명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PCR 검사 결과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주민은 “최근 이틀에 걸쳐 두 번이나 PCR 검사를 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항원 검사는 양성인데 PCR 검사는 음성인 경우도 많아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사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는데 반나절이면 나오던 PCR 검사 결과가 이틀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당국은 최근 혼합 검사에서 양성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10명의 검체를 한 통에 담아 검사한 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개별 검사를 통해 감염자를 가려낸다. 그런데 최근에는 혼합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도 개별 검사를 하지 않고 검사 결과를 아예 폐기해 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부러 감염자 숫자를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 알아서 개인 방역…당국은 고위험군 관리 집중


숨은 감염자는 증가하고 있다. 주민들은 스스로 개인 방역을 책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자구책을 찾고 있다. 약국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항원검사 키트와 의약품은 동이 나고 있다. 감염이 확인돼도 자가 격리를 하고 별다른 의약품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으면 알아서 항원검사를 한 뒤 집에서 조용히 약을 먹으며 버티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도 이런 상황을 묵인하는 분위기다. 당국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PCR 검사를 받지 말고 항원검사를 통해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라고 권장한다. 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신고할 것을 요구하지만 강제할 방법은 없다.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병원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이며 중증 사례는 드물다”며 “감염자 대부분이 집에서 관찰·치료 할 수 있으며 개인 건강 모니터링을 잘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의료 자원의 배치와 활용을 잘하기 위해서는 중증 감염자와 중증 위험요인에 대한 치료·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첫 번째 사람이 돼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 방역 책임을 강조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중국은 방역 완화 이후 높은 감염 파도를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신문주간은 이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대규모 감염 물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누적 감염률이 전체 인구의 최대 90%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중국 당국이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길을 택한 것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경제 상황 악화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폭스콘 창업자인 궈타이밍(郭臺銘)이 지난달 중국 지도부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면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갖는 중심적 위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이 편지가 방역정책 수정 가속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은 중국 전체 수출의 3.9%를 점유하고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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