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바람맞을 때마다 미소짓는 영국…에든버러에 무슨 일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英 해상풍력 현장 가보니


매일경제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 해안의 킨카딘 해상풍력 단지의 모습. [사진 = 주한영국대사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찾은 ‘해리포터의 고향’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우크라이나발 에너지 대란이 유럽 곳곳을 강타한 만큼 을씨년스러운 겨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질 것으로 상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기우였다. 에든버러의 밤은 형형색색 불빛이 건물 곳곳을 비추며 포근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트에선 냉장식품이 진열된 냉장고의 문이 활짝 열려 있지만,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에너지 부족을 이유로 주요 건물의 조명을 끊어버린 독일·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의 모습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비결은 섬나라 특징을 활용한 해상풍력 덕분이었다. 에든버러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인 에버딘은 스코틀랜드 해상풍력 단지가 몰려 있다. 그곳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에니샴 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해상풍력 덕분에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버딘 비치에서 영국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해상 풍력발전소의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96.8MW 용량을 가진 해당 발전소는 연간 8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영국 도로에서 약 3만 5000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13만 4000t을 대체하고 있었다. 영국 정부가 해상풍력을 앞세워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현장인 셈이다.

매일경제

영국 지도


영국 정부는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법을 제정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해당 법안은 2050년 탄소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최소 80%로 명시했고, 2019년 개정하면서 목표치를 1990년도 대비 최소 100%(넷제로)로 다시 올렸다. 영국은 13.6GW 수준인 해상풍력 규모를 오는 2030년 50GW 규모로 4배가량이 늘려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영국 해상풍력은 지난 1999~2001년까지 영국 정부에 의해 추진된 해상풍력 개발권리 1단계 입찰부터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시범 사업에 불과했던 해상풍력은 2010년 이후 급성장 했다. 영국 발전량 가운데 해상풍력의 비중은 지난 2010년 0.8%에서 지난해 11%를 넘어섰다. 바람이 많이 불고 풍력터빈을 설치하기에 적합한 해양 환경을 갖춘 덕분이다. 영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맞서 해상풍력에 보다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풍력 산업의 발전 기조는 육상보다 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300m 높이인 대형 육상풍력 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상 풍력 발전에 힘을 기울인 영국 정부와 산업계는 부유식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부유식 발전은 기존 고정식 해상풍력과 비교해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지반 등 설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는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2곳이 운영되고 있다. 부유식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킨카딘과 세계 최초 상업용 부유식 단지인 하이윈드 스코틀랜드가 있다. 킨카딘과 하이윈드 스코틀랜드는 해안에서 각각 15㎞, 25㎞나 떨어져 있다.

사이먼 월리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SDI) 에너지 전담 선임 매니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효율성이 늘어나고 있다”며 “해상풍력에서 발생하는 전력 가격이 4년 전 MW당 140파운드에서 현재 37파운드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다듬은 영국의 경우 해상풍력 관련 발전 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전 세계적 화두인 ‘RE100’과 관련해 월리스 선임 매니저는 “지난 2020년 스코틀랜드에 필요한 모든 전력 97%가 재생에너지에서 생산 중”이라며 “올해나 늦어도 내년에는 100% 달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에 맞춰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산업인 위스키 산업에도 기후 대책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월리스 선임 매니저는 “위스키 제조의 특징상 생산에서 판매까지 10~20년가량 걸린다”며 “위스키 산업의 기업들은 더 빨리 저탄소 생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는 북해 유전을 활용한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이 주류였다. 하지만 세계 에너지 트렌드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생에너지 개발 압력이 더욱 높아졌다. 월리스 선임매니저는 “석유·가스 산업에 활용하던 엔지니어링 능력이 해상풍력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며 “우려했던 고용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유럽 인구 1%의 스코틀랜드가 유럽 풍력 25%를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해상 풍력에 대한 관심은 영국을 넘어 전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국제 풍력에너지위원회(GWEC)가 발표한 전 세계 해상 풍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그리드 연결이 3배 증가하고, 21.1GW의 신규 설치로 전 세계 해상 풍력 에너지의 용량이 56GW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해상 풍력 설치량은 2021년 21.1GW에서 2031년 54.9GW로 2배 이상 증가할 듯 보이며. 글로벌 신규 풍력 발전량 중 해상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3%에서 2031년까지 최소 30%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에든버러·애버딘/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