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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1 (일)

어머니에게 게으름이 허락되는 하루… 해피 마더스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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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민지의 런던 매일]

영국 ‘어머니의 날’ 전통

모두에게 사랑 받는 이유

조선일보

‘어머니의 날’을 맞아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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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일요일 침대에서 아침상을 받았습니다. 잠옷을 입은 그대로 양치도 하지 않은 채 말이지요. 나무 트레이엔 제가 아침마다 먹는 꿀과 견과류를 넣은 그릭요거트가 올라와 있었고요. 종종 영화나 책에서 무척 로맨틱한 아침을 묘사할 때나 나오는 그 장면을 저에게 선물한 것은 바로 저희 아이들이었습니다. 제대로 닫히지 않은 냉장고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들을 꺼내기 위해 받쳐 놓은 의자가 어지러이 펼쳐진 부엌 앞에서 아이들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큰소리로 외치더군요. “엄마, 오늘은 요리하지 마!” 그러고 보니 그날이더라고요. 일년에 한번 찾아오는 호사스러운 게으름이 허락되는 날, 어머니의 날 (Mother’s Day) 말입니다.

영국의 어머니의 날은 많은 전통, 축제와 마찬가지로 종교적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절 넷째 일요일인 이날은 원래 성모 마리아를 기리고 감사하는 날이었고 축하 행사 기간에 사람들은 가족 지역의 주요 교회인 ‘어머니’ 교회(어린 시절 세례를 받은 교회)를 방문했습니다. 이 모임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이 다시 결합하는 기회가 되었고, 이는 곧 독립한 자녀들이 돌아와 어머니를 만나는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어머니의 날을 축하하면서 널리 알려져, 오늘날 꽃, 선물 및 카드를 주며 엄마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날이 가까워지면 영국의 거리와 상점은 이를 준비하고 축하하는 모습으로 단장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카드를 준비해 와 일요일이 될 때까지 숨겨놓고요. TV와 신문에서는 모성과 유대를 화두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일요일이 되면 아이들은 주말 내내 힐끔대던 가방에서 준비한 카드를 꺼내 건네지요. 하트 모양으로 채워진 카드의 속지처럼 곳곳에 ‘사랑’이 나부낍니다. 이날 왕실에서는 어머니의 날에 맞추어 소셜미디어에 아기 시절의 찰스왕과 함께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사진과 함께 적힌 문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어머니에게. 그리고 그들의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을 이들에게. 우리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상담가이자 관계(relationship) 코치인 제나 엘리스는 어머니의 날에 대해, “우리는 돈과 같이 유형의 가치를 지닌 것을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수많은 역할과 책임에는 가격표를 매길 수 없지요. 우리는 자녀를 온전한 성인으로 만드는 데 드는 노력, 에너지, 그리고 시간과 집중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우리가 어머니의 날을 축하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저 어머니들이 축하를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지요.” 런던에 살고 있는 엠버의 엄마인 베카는 ‘우리는 엄마가 하는 모든 것들을 깨닫지 못한다’며,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에서 의도적인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잠시 시간을 내어 엄마의 삶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어머니의 날에 기쁨을 나누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인 You Gov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9%의 어른이 부모를 잃는 슬픔을 겪었고 3분의 1이 여전히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영국의 사별 자선단체 Cruse Bereavement Support의 최고 경영자는 “어머니의 날은 많은 사람들, 특히 엄마가 돌아가신 사람들이나 자녀를 잃은 엄마들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며, 상점, 식당 및 웹 사이트가 어머니의 날에 대한 언급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이는 부모나 자녀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상기시키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협동조합인 Co-op은 매년 어머니의 날이 다가오면 사람을 잃은 이들이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추모식을 지원하거나 상담을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 그룹을 만드는 등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인 레베카 솔닛은 당신이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을지라도 우리 모두에겐 어머니의 날을 축하할 자격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Mother라는 단어에는 ‘어머니’라는 명사뿐 아니라 ‘관심과 애정으로 길러내다’라는 동사의 의미도 있다면서, 각자가 이 ‘동사로서의 어머니’를 찾아보자고 제안하지요. 동료의 친절, 자연, 책과 일상으로 인해 돌봄받고 성장하는 우리는 어쩌면 1만 가지의 어머니를 찾을 수도 있다고요. 그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자신은 여전히 많은 존재들을 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돌보는 존재들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우리에게 돌봄의 힘과 사랑과 지지를 가르쳐주지요. 마치 어머니처럼요.

시인 서정주는 나를 키운 것은 팔할이 바람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당신을 키운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바람이든, 바다든, 가족이든, 무엇에 의해 돌보아지고 키워지는 우리는 동시에 어떤 것의 어머니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각자의 어머니로부터 나서, 어머니가 되며 살아가는 우리 존재를 기념하고 축하하며. 해피 마더스 데이!

[김민지 유튜브 '만두랑' 진행자·전 S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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