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0 (목)

"집권여당 땐 가만히 있더니"… 민주, '대통령 힘빼기법' 잇단 추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법원장 임명 시 대통령 재량 줄이는 법안 발의
방송법 개정안도 정권 교체 이후에야 드라이브

한국일보

2017년 9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접견실에서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판사 출신 최기상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44명이 대법원장 임명 시 대통령 재량을 대폭 줄이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원내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론 추진을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기간에는 손대지 않았던 대통령의 힘을 빼는 법안들을 정권 교체 이후 추진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장 임명에 대통령 재량 줄이는 내용 법안 발의


헌법상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방식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앞으로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자를 마음대로 지명하지 않고 ‘대법원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위가 추천한 사람 가운데 후보자를 지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제안 이유로 "대법원장은 대법관보다 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므로, 대법원장도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 제도와 동일하거나 가중된 절차를 거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을 두고 3권 분립에 어긋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 문 전 대통령도 2017년 19대 대선후보 시절 대법원장을 독립적으로 추천할 '독립추천위원회 구성 및 의결기구화' 공약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공약집 초안에 들어갔다가 최종본에선 빠졌다. 문 전 대통령 임기 초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 선출 과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국민의힘은 정권이 바뀐 뒤 대법원장 교체 시점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법 개정에 나선 속내를 의심하고 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신설하려는 대법원장추천위원회 11명 중 사실상 7명을 현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사법기관마저 발아래 두고 마음껏 뒤흔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현행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 속하는 법무부 장관을 대법원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을 법안에 담은 것을 두고도 '한동훈 장관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한국일보

지난해 12월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법 개정안도 정권 교체 이후 드라이브


지난 정부에서 속도를 내지 않다가 정권 교체 이후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대통령 힘 빼기 법안으로 방송법 개정안도 있다. 개정안은 KBS와 EBS 등 공영방송 이사회를 확대 개편해 정치권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상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는데, 앞으로 정치권과 학계, 시청자위원회, 직역단체 등이 추천한 인사를 방통위가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대통령 재량이 축소된다는 점은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비슷하다. 민주당은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국민의힘 반발 속에 단독 의결했다.

분권을 지향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집권여당 시절엔 그대로 두었던 법을 이번 정부 들어 개정에 나서는 것은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는 반응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내용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여당일 때 하지 그랬냐'는 지적에는 솔직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