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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친엄마 사라져서 ‘출생신고 방치’됐던 아이들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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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인정

해당 가족관계등록법 조항 위헌 결정


한겨레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부 김지환씨가 2020년 2월17일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8번 출구 앞에서 출생신고라는 아동의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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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남편이 있는 여성이 혼외 자녀를 낳을 때 출생신고를 친아빠에게 허용하지 않는 가족관계등록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 등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심판대상조항은 ‘혼외 출생자의 신고는 엄마(모)가 하여야 한다’ ‘아빠(부)는 엄마가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할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즉각 무효로 하면 법의 공백이 생길 수 있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형식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늦어도 2025년 5월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헌확인 신청은 다른 남성과 법적으로 부부관계인 여성과 동거하다가 자녀를 낳고 그 여성과는 나중에 연락이 끊긴 남성 3명과 혼외 자녀 4명이 냈다. 이들은 친아빠인데도 이 조항으로 인해 곧바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자녀는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친아빠는 양육권, 가족생활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독자적 기본권으로 자유로운 인격실현을 보장하는 자유권적 성격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지녔다”고 판단했다. 출생신고를 못 하면 △사회보험, 사회보장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민등록이나 신분확인이 필요한 거래도 하기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학대당하거나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헌재는 “출생신고가 출생자의 인격 형성 및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도 진단했다.

그러나 현행법은 남성 ㄱ씨와 결혼한 여성 ㄴ씨가 다른 남성 ㄷ씨와 혼외 자녀를 가졌을 때 친아빠 ㄷ씨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엄마 ㄴ씨도 부정한 행위를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라 출생신고할지 미지수다. 법률상 아빠 ㄱ씨도 출생 경위를 알고도 출생신고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헌재는 “혼외 출생자에 대한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실효적으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가족관계등록법이 친아빠에게 출생신고의무를 부여하지 않은 이유는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 체계(친생추정조항) 와의 모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헌재는 “신고 기간 내에 엄마나 법률상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친아빠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료기관 등이 출생신고 정보를 제공한다면 민법상 신분관계와 모순되는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출생신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혼외 출생자의 신고를 엄마로 한정한 것은 친아빠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유남석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친아빠는 출생자와의 혈연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고, 출생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족관계등록부는 엄마를 중심으로 출생신고를 규정하고 엄마가 혼인 중일 때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한 민법 체계를 따르도록 한다”며 “신고의무를 엄마에게만 부과하고 친아빠에게 혼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유전자검사로 친아빠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혼외 출생자를 양육하려는 친아빠가 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조항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친아빠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내어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부담시켜 자발적 신고가 없으면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인지하기 어렵다”며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출생신고의 누락·지연에 따른 아동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출생등록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출생신고 책임을 의료기관(미국, 캐나다, 영국 등) 혹은 의료기관과 부모 모두(독일, 이탈리아 등)에 부여하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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