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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제대로 포기할 줄 알았다…‘시총 1300조’ 엔비디아의 진짜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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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그의 기조연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행사장에 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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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0조원)를 찍었다. 장 초반 주가가 치솟으면서 전 거래일 대비 7.68% 오른 419달러를 기록하면서다. 이후 상승 폭이 줄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1조 달러를 조금 못 미친 상태에서 마감했지만, 반도체 기업 사상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오르는 역사를 쓴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됐다”



지난주 어닝서프라이즈(예상 밖 호실적)부터 시작된 ‘엔비디아 열풍’은 이날도 월스트리트를 도배했다. 외신에서는 “월스트리트 전역에서 열광하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엔비디아만큼이나 인공지능(AI)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관심을 구현해준 회사는 없었다”(블룸버그통신)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구 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 됐다”며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몇 년간 사업이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시총 1조 달러가 넘는 회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4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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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엔비디아는 1993년 AMD 엔지니어 출신인 젠슨 황을 포함해 3명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초창기에는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기획했다가 시장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해 게임을 실감 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래픽카드 개발로 눈길을 돌렸다. 초창기만 해도 컴퓨터 그래픽은 CPU에서 처리가 가능했지만, 그래픽 수준이 높아지며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줄 장치가 필요했다. 엔비디아는 1999년 ‘지포스256’을 내놓으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꾸준히 GPU 강자로 자리매김 오던 엔비디아가 시장의 조명을 받은 건 2017년부터였다. 코인 열풍으로 이 회사가 공급하는 그래픽카드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다. 암호화폐 채굴은 복잡한 계산을 반복해야 하는 특성상 CPU에 비해 GPU가 더 효율적이기에, 수요가 폭등하며 주가도 함께 치솟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급증에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2020년 8월 삼성전자의 시총을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챗 GPT 등 거대 AI 개발을 위한 GPU 시장의 90%를 차지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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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타임스지는 젠슨황 엔비디아 CEO를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으로 선정했다. 타임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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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비결은 미래를 내다본 선택



이 같은 성공에는 미래를 내다본 선택과 포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그 선택의 잣대는 ‘컴퓨팅 혁명’이다. 2006년 엔비디아는 GPU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를 출시했다. 컴퓨터 연산과 시뮬레이션, 그래픽 처리 등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의도와 달리, 쿠다는 기존의 CPU 연산 모드에 가로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국립대만대 졸업식 축사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투자자들은 쿠다를 회의적으로 바라봤지만, 가속 연산의 순간이 언젠가는 올 거라 믿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2012년 즈음부터 쿠다를 사용한 AI 모델 훈련이 시작됐고, 이는 AI 열풍의 시초가 됐다.

최근에는 머신러닝이 보편화하며 쿠다의 중요성도 상승하고 있다. 쿠다는 엔비디아 이외의 그래픽카드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개발자들이 AI 개발을 하기 위해선 엔비디아 GPU와 함께 쿠다를 사용해야 하며, 이는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한 것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딥러닝의 잠재력을 일찍 확인하고 준비했다. 10년 후 AI 혁명이 시작됐고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사업 비전과 맞지 않으면 눈앞의 거대한 시장도 결연하게 포기했다. 2010년 스마트폰 태동기 때 구글 안드로이드와 엔비디아는 좋은 파트너였다. 질주하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기회를 잡은 것이다. 황 CEO는 그러나 “새로운 컴퓨팅 혁명을 하겠다는 비전이 있었기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르게 철수했다”며 “전략적인 탈출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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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황이 자사 신제품을 손에 들고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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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터틀 넥, 황의 가죽 재킷



엔비디아 열풍에는 황 CEO 개인의 매력도 한몫했다. 스티브 잡스 고(故) 애플 창업자의 상징이 검은색 터틀넥인 것처럼, 황 CEO의 트레이드마크는 검은색 가죽 재킷이다. 그는 2013년부터 실적 발표나 신제품 발표 등 중요한 행사 때 항상 검은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한쪽 팔뚝에는 엔비디아 로고 문신을 하고서다. 로이터통신은 “잡스 이후로 CEO가 그 기업 자체와 동음이의어가 되는 인물은 거의 없었다”며 그다음을 잇는 인물이 황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쇼맨십도 뛰어나다. 스마트폰과 같은 완성형 제품이 아닌, 중간재인 반도체를 가지고도 그는 멋진 퍼포먼스를 매번 선보인다.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박람회 기조연설에서는 자사 신제품인 슈퍼칩을 손에 들고 연설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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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엔비디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젠슨황은 오븐에서 반도체를 꺼내며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큰 그래픽 카드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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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간에는 유튜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조끼 차림으로 자신의 집 부엌에서 오븐을 열고 대형 반도체를 꺼내며 “신사숙녀 여러분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그래픽카드입니다”고 소개했다. 이 27초짜리 영상으로 엔비디아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2021년 타임은 황 CEO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하며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CEO 중 한 명이며 자비로운 관리자이자, 과학과 기술 교육에 대한 관대한 후원자”라고 평가했다. 2017년 포춘은 그를 ‘올해의 사업가’로, 201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재임 동안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세계 100대 CEO’로 선정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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