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다 그랬다", "누가 시켰다" 진술하다 닷새 만에 자백
CCTV 분석결과 등 경찰 증거조사와 가족 설득에 심경 변화
과외앱서 만난 20대 여성 살해·시신 유기한 정유정 |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세)은 석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고도 검거 직후에는 살해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해 거짓말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치밀한 조사 증거를 제시한 경찰의 압박과 가족의 설득 등으로 닷새 만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4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정유정은 범행 하루 만인 지난달 27일 새벽 긴급체포된 이후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 같은 달 31일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긴급체포 이후 닷새간 거짓 진술로 일관한 것이다.
긴급체포 당시에는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 병원 응급실로 향했으나 결국 꾀병으로 드러났다.
이 바람에 범행 관련 조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살인 동기에 대해서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나에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고 둘러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피해자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이 마저도 계획된 범행을 숨기기 위한 거짓 진술이었다.
포렌식 결과 정유정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범행 석 달 전인 올해 2월부터 온라인에서 '살인' 등을 집중적으로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평소에 방송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 범죄수사 프로그램을 많이 보며 살인에 관심을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에 '살인', '시신 없는 살인', '살인 사건' 등의 검색을 한 데 이어 지역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도 빌려본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스스로 학부모 행세를 하며 과외앱으로 피해자를 물색하다 교복까지 구해 입고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이 CCTV 등으로 파악한 동선에는 정유정 외에 이번 범행과 관련된 제3의 인물은 없었다.
결국 정유정은 경찰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며 압박해오자 닷새 만에 "살인을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털어놓았다.
경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자백한 경위에 대해 "거짓말로 버티던 정유정이 경찰이 제시한 관련 증거와 가족의 설득 등으로 인해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행 수준이 아주 정교하지 않고 얼치기 수준"이라며 "살인 이후 여러 증거를 흘리는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자신의 환상을 한 번 실행해 본 정도"라고 분석했다.
모습 드러낸 정유정 |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후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6시께 정유정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피해자의 나머지 시신을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했다.
이 사건을 송치받은 부산지검은 강력범죄전담부(송영인 부장검사) 소속 3개 검사실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검찰 관계자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범행동기와 수법 등 사건의 실체를 명백히 밝혀 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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