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11시 20분쯤 안산 단원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8발의 총성이 울렸다.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고 14㎞를 도주한 A씨(28)가 주차된 차량 17대(오토바이 2대)와 순찰차 2대를 잇따라 들이받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차량 타이어에 공포탄 2발과 실탄 6발을 발사했다. 차량이 멈추자 경찰은 운전석 유리창을 깨고 테이저건을 발사해 A씨를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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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9일 경찰청이 ‘저위험 권총’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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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흉기난동 사건 이후 경찰이 범인 검거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총기를 꺼내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4일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흉기를 든 80대 남성이 난동을 부리자 테이저건을 쏴 제압했다. 지난달 27일 청주에선 경찰이 흉기를 든 남성을 향해 권총을 꺼내며 “칼 버려! 엎드려!” 등을 외치고 피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윤 청장 지시 이후 현장에서 범인 제압 시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저위험 권총을 신규 지급하는 등 총기 보급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3년 안에 지구대·파출소 경찰관 5만명 가량이 ‘1인 1총기(저위험 권총 2만 9000정가량, 기존 권총 2만 2000정가량)’를 보유하도록 만들겠다는 게 경찰청의 목표다. 특히 저위험 권총은 플라스틱 탄두의 저위험탄을 사용해 살상력을 기존의 주력 총기인 ‘38구경 리볼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현장 경찰관들도 이런 총기 사용 장려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서울 한 경찰서의 과장(경정)은 “범인 검거에 확실한 제압 방법은 총기 사용”이라며 “적극적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장도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경우 총기를 써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위급 상황에선 과감하게 총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총기 사용에 따른 소송 리스크 등 위험성이 주로 부각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위급 상황에서의 총기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우호적인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8~9월공식 유튜브 채널에 피의자 제압 상황에서 총기·테이저건을 사용한 영상을 4건 올렸다. 대체로 “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테이저건이 아니라 실탄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긍정적인 댓글이 많았다. 파출소에서 공익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이모(25)씨는 “총기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불필요하게 오랜 시간 투입되는 경찰 인력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범인 입장에선 ‘실제로 총을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범죄 발생이 감소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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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총기가 살상도 가능할 정도로 위험성이 큰 무기인 만큼 “항시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5일 중랑경찰서 먹골파출소에서는 B경위가 격발 연습을 하다 실수로 실탄을 발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예기치 못한 사고는 총기를 사용한다면 감수해야 하는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총기 사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지휘부가 총기 사용을 권장한다고 해서 따랐다가 사고가 나면 결국 책임지는 건 현장 경찰관들”이라며 “면책 범위를 과감하게 넓혀야 비로소 자신감 있게 총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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