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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美 대선판 달구는 ‘자동차 노조 票心’… 바이든 좌불안석, 트럼프도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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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조’ 앞세웠던 바이든, 전기차 정책 반발 차 노조에 좌불안석

그 틈타 트럼프 자동차 노조 상대로 연설 계획

바이든, 트럼프 경합 지역 미시간 하루 차이로 찾기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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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 UAW(전미자동차노조)가 22일(현지 시각) 파업 확대를 선언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 연설을 통해 “파업 참가 사업장을 20여 주에 걸쳐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의 38개 부품 공급 센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UAW는 임금 46% 인상 등을 요구하며 포드, 스텔란티스, GM 등 이른바 ‘빅 3′로 불리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UAW 조합원 가운데 빅3 소속은 14만6000여 명이고, 현재 파업 참여중인 조합원은 1만8000여 명이다. CNN은 “파업 인원이 (빅3) 조합원의 13%에 불과해 앞으로 파업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자동차 노조 파업이 확산 및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票心)이 내년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 친화’ 정책을 내세웠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정책에 반발한 UAW가 바이든 지지 표명을 유보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조 관련 행사 참석을 예고하는 등 노조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 지지 기반(노조)을 되찾으려 분주한 반면, 공화당 주자들은 바이든과 자동차 노조 간 사이가 소원한 것을 기회로 삼고 그 틈을 더 벌리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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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건주 버튼의 GM 공장 밖에서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건주는 지난 2016년 자동차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거 표를 모아주면서 그의 당선을 이끈 지역이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곳에서 승리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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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W는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조직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초부터 전기차 육성 정책 드라이브를 걸자 지난 5월 UAW는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우대 정책이 내연자동차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우려가 큰데, 바이든 정부는 충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로이터는 “(빅3 조합원이) 14만6000명에 이르는 UAW는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등 주요 경합 지역에서 승리의 키를 쥐고 있다”며 “(민주당에) 노조는 내년 재집권 플랜의 핵심”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전기차 등 친환경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면서도 내년 대선을 위해선 내연기관 자동차 노조의 요구도 들어줘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전기차 전환 정책을 지금 속도로 강행하면 내연기관 노조의 계속되는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노조 측의 요구를 대폭 받아들여 전기차 전환에 속도 조절을 할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 성과와 효과가 낮아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UAW의 파업이 더욱 확대·장기화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바이든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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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GM 디트로이트 공장을 찾아 전기 픽업트럭인 ‘허머EV’를 시승하고 있는 모습. 이 차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만든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돼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말 GM과 포드 공장을 모두 방문했고, 전기차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1등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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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미시간주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2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피켓 라인(picket line)에 동참하기 위해 미시간으로 가겠다. 그리고 자신들의 공정한 몫을 얻고자 싸우는 UAW의 남성 및 여성 (조합원들)과 연대하겠다”고 했다. 피켓 라인은 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시위 대열을 뜻한다. 현직 대통령이 노조의 피켓 라인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는 27일 디트로이트를 찾아가 전·현직 노조원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설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 자리에는 500명 이상의 노조원이 참석할 예정이며 현재 파업 중인 자동차 노조원도 대거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 폐기를 내걸고 노조 표심 구애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UAW는 트럼프와 선을 긋고 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최근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경제와 억만장자 계층이 노조의 투쟁 대상이다”라고 언급하는 등 트럼프를 비판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미시간주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자동차 노조원들이 트럼프에게 대거 표를 모아주면서 대통령 당선을 이끌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이 이곳에서 트럼프를 이겼다.

☞UAW(전미자동차노조)

미국 최대 자동차 노동자 조합으로 1935년에 설립됐다. UAW(United Auto Workers)로 통용되지만, 정식 명칭은 ‘미국 자동차·항공우주·농업기계 노동조합’이다. 차·항공·기계 부문 40만명이 가입한 거대 노조다. 미 산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강성 노조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외국의 완성차 기업 상당수가 이른바 ‘선벨트(미 남부 지역)’에 생산 기지를 구축한 이유가 UAW와 관련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지아·앨라배마주 등 선벨트가 미 북부의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보다는 상대적으로 UAW의 세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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