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환자 60만명 넘었다
편두통의 정체와 치료법
두통은 전 세계인의 골칫거리다. 전 세계 인구의 52%가 두통을 앓고, 편두통을 앓는 사람은 14%에 달한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이 두통 유병률 연구 논문 357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한국에서도 편두통 환자가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0만명이 넘는다. 10년 전(50만4000여 명)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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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양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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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병원은 잘 찾지 않는다. 대한두통학회는 편두통 환자 5명 중 2명은 최초 편두통 인지 후 병원에서 확진을 받기까지 11년이 넘게 소요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진통제를 먹거나 그냥 버티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대한두통학회 회장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약이 되레 두통을 유발하는 ‘약물 과용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과 개인에게 맞는 치료만이 두통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본인도 편두통 환자인 주 교수는 27일 본지가 새롭게 선보인 의학 유튜브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편두통에 대한 오해를 풀고 어떻게 해야 만성 두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들려줬다. 사람들은 흔히 편두통을 한쪽 머리만 아픈 경우를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의학적 정의는 다르다. 주 교수는 “한쪽이든 양쪽이든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심한 두통과 속이 울렁거리거나 메슥거리는 증상이 겹치는 경우가 편두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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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
편두통의 원인은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부터 환경적 영향 등 다양하고 사람마다 발현 계기나 주기도 다르다. 주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아프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해소될 때 두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며 “두통 지속시간도 4시간에서 72시간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에 두통학회는 환자들에게 두통 일기를 쓰라고 권고한다. 두통을 느낄 때마다 당시 상황과 증상 등을 꾸준히 기록해 놓으면 두통 유발 요인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 교수가 강조하는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하는 두통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분 이내 갑자기 나타나는 고강도의 급성 두통이다. 이른바 ‘벼락 두통’으로 뇌출혈이나 뇌종양에 따른 통증일 수 있어 곧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둘째는 50세 이후 처음 경험하는 두통이다. 마지막은 자세에 따른 두통이다. 눕거나 일어날 때 등 움직이는 방식에 따라 두통이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두통은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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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
급성 편두통 치료 약물로는 트립탄제와 에르고타민제, 타이레놀로 유명한 아세트아미노펜이 있다. 다만 통증 주기가 짧은 사람은 약 복용도 조심해야 한다. 사람 몸은 기본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는데, 매일같이 진통제를 복용하면 몸이 약에 대항하며 통증 민감성을 끌어올려 통증 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주 교수는 “트립탄제와 에르고타민제는 일주일에 이틀 이상, 타이레놀은 3일 이상 먹으면 오히려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새로운 치료법들은 난치성 편두통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항체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CGRP는 통증을 매개하는 물질인데, 이를 억제하는 항체를 주사하는 방식이다. 주 교수는 “첫 주사에서 환자의 60%가 통증 완화를 느꼈고, 10%는 아예 통증이 없어졌다”며 “한 달에 한 번씩 투여하는데 12개월 정도 맞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CGRP 항체 치료제는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피부 미용에 쓰이는 보톡스 주사도 편두통 치료에 쓰인다. 머리 신경 부위 31군데에 보톡스를 주사하는데, 약 3개월간 통증 억제 효과가 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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