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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연루 홍보모델 어쩌나’···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악재 속 계약 연장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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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의 아이돌그룹 ‘토키오’가 2011년 출연한 ‘푸드액션 일본’ 캠페인 홍보영상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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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한 일본 정부의 조치로 인해 ‘풍평’(소문) 피해에 직면한 후쿠시마현이 최근에는 홍보 활동을 둔 논란으로 골치를 썩고 있다. 오랜 홍보모델인 아이돌그룹 ‘토키오’가 기획사 ‘쟈니스’의 성폭력 문제에 연루되며 인연을 이어갈지 고심하게 된 것이다. 현 측은 일단 의리를 선택했으나, 쟈니스 경영진이 반성없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어 회의적인 목소리가 식지 않고 있다.

아이돌그룹 토키오, 후쿠시마와 ‘20년 인연’


후쿠시마현의 홍보모델인 토키오는 쟈니스 계열사에 소속된 이들로 1989년부터 현재까지 30여년간 활동을 해왔다. 전성기에는 5명으로 구성됐으나 2명의 멤버가 탈퇴해 현재는 3명으로 활동 중이다. 중년에 접어들며 가수로서보다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에서의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지도는 일본의 유명 아이돌 ‘SMAP’이나 ‘아라시’와 비견된다.

토키오는 지난 20여년간 후쿠시마현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2000년대초 일본판 ‘무한도전’으로 알려진 ‘더 철완 DASH’ 프로그램을 통해 후쿠시마현 외곽에 새로운 마을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대지진으로 프로젝트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현 측은 그 뒤 이들과의 인연을 잊지 않고 지역 농수산물 등의 홍보 모델로 이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토키오가 후쿠시마의 얼굴로 명확히 각인된 계기는 일본 정부의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이었다. 일본 안팎에서 여러 논란이 있던 캠페인이라 이들의 활동에 우려를 보이는 팬들도 있었으나, 토키오는 캠페인의 한 축인 ‘푸드 액션 닛폰’의 홍보 모델로 수년간 활동했다. 이들이 후쿠시마산 채소나 과일을 베어물고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은 지금까지 ‘먹어서 응원하자’ 캠페인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다.

후쿠시마현 측은 2018년 토키오의 한 멤버가 강제 외설 혐의로 탈퇴했을 당시 포스터 철거 등의 조치는 시행했으나, 홍보 모델로서의 활동은 유지토록 했다. 심지어 2021년 4월에는 현청 내에 ‘토키오 과’라는 이름의 가상 부서까지 만들었다. 청사 내에 장소나 직원들을 두지 않는 가상의 부서다. 실제 하는 일은 없었지만, 팬들의 관심을 끄는 등 일종의 마케팅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쟈니스 성폭력 사태, 결정적 시험대로


하지만 토키오와 후쿠시마현의 우정은 최근 결정적인 시험대를 맞았다. 토키오의 소속사인 쟈니스가 창업자인 고 쟈니 기타가와의 미성년자 성 착취 문제로 후폭풍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최근까지 경영진으로 활동해 온 쟈니의 누나 메리 기타가와나 조카인 후지시마 줄리 게이코 등이 이 문제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컸다. 아사히 그룹이나 일본항공(JAL) 등 쟈니스 소속 아티스트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기업들은 쟈니스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손절’을 시작했다.

쟈니스에 대한 손절 움직임이 확산되자, 일본 내에서는 후쿠시마의 선택이 주목됐다. 특히 일본 정부가 최근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서 풍평 피해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던 와중이라, 후쿠시마현의 고심은 커진 상황이었다.

후쿠시마현은 고심 끝에 의리에 힘을 실었다. 성폭력 등을 은폐한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지만, 토키오가 그간 보여준 성의를 볼 때 홍보모델로서의 활동을 계속 맡기겠다는 것이다. 현 측은 “토키오는 지진 재해와 원전 사고로 우리가 가장 괴로워하고 있었을 때도 후쿠시마에 계속 용기를 줬다”라며 “후쿠시마는 부흥을 위해 앞으로도 길고 괴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만큼, 토키오가 향후 변함없이 현을 응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현의 결정을 두고 내부적으로는 양호한 반응이 나왔다. 후쿠시마TV와 후쿠시마민보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현민 7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3.9%가 현의 이번 결정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쟈니즈 사무소가 과거 동일본대지진 뿐만 아니라 한신·아와지대지진 등 다른 재난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돼야 하며, 소유주 일가의 잘못이 소속 연예인의 피해로 전가돼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쟈니 일가인 후지시마가 여전히 쟈니스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는 상황은 여전히 회의적인 여론을 부르고 있다. 이들이 실질적인 소유주인 이상, 토키오의 활동으로 이익을 보는 주체도 이들이기 때문이다. 후지시마는 2025년 5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 거액의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에 자리를 지키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사죄 기자회견 뒤 하와이에서 쇼핑을 즐긴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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