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나만 뒤처질라" 영끌·빚투의 부메랑…늘어난 '파산선언'[2030 빚의 굴레]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30세대 1인당 평균 대출액 3년 새 23.9% 증가…파산 비율도 늘어

“무리한 대출과 투자가 문제…취업과 소득이 개선 안될 경우 청년층 대출 더 악화될 것”

[편집자주] 요즘 2030 세대는 '빚지면 큰 일 난다'고 생각했던 과거 세대와 인식이 다르다. '빚=보증=패가망신'으로 이어지던 '빚의 공포'는 옛말이다. 요즘 빚의 개념은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권리'이자 '능력'으로까지 치부된다. 돈을 빌리는데 두려움도 덜하고, 비대면 기술이 발전하며 대출 자체도 쉬워졌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청년 빚'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뉴스1

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금융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규제를 우회해 가계부채를 늘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DSR 산정이 적정했는지 살핀 뒤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가입 연령 제한 등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발표 여부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8.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빚을 갚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비대면 대출로 시작된 빚이 계속 불어나면서 저축은행·카드론 등 제2 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도 손대기 시작하다 결국 상환능력이 부족해 청년층이 ‘빚 갚기’를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0대 이하 대출 잔액은 지난해 은행권 354조8000억원과 2금융권 159조7000억원 등 총 514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전인 2019년 404조원과 비교하면 27.4% 급증한 수치다. .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의 1인 평균 은행권 대출액은 7081만8000원으로 3년 전 5980만6000원 대비 18.4% 늘었다. 같은 기간 제2 금융권의 30대 이하 1인 평균 대출액은 5413만6000원으로 32.0% 뛰었다.

2030세대의 대출 증가세도 다른 연령층 보다 앞섰다. 지난 3년 사이 은행권과 2금융권을 합친 대출 잔액 증가율은 50대 2.3%, 40대 9.2%, 60대 이상 25.5%다. 30대 이하의 증가율은 27.4%로 가장 높다. 청년층의 1인당 평균 대출액 증가 폭도 가장 크다. 30대 이하의 경우 은행과 비은행을 포함한 1인당 평균 대출액이 3년 새 23.9% 증가했다. 이는 40대(13.3%), 50대(4.0%), 60대 이상(2.6%)을 크게 웃돌았다.

한은도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차주 가계대출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높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3~2019년중 취급된 가계대출은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이 전체의 29.6%였지만 2020~2021년 중 취급된 가계대출의 경우 이들의 비중이 38.3%로 확대됐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2030세대 차주들의 소득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다소 취약한 만큼, 30대 이하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30 청년층은 빚 갚기를 포기하는 ‘파산선언’도 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신용회복 채무조정을 신청한 2030세대는 3만7768명이고, 같은 기간 신용회복 채무 재조정을 신청한 2030세대도 2만5588명으로 나타났다. 둘을 합한 전체 2030세대 채무조정은 6만3356명으로 전체 신청 건 19만7121명의 32%에 달한다.

2030세대는 유행처럼 번졌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열풍에 휩쓸려 빚을 내 투자에 나섰다. 시작은 상대적으로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인터넷뱅크 생활비 대출’ 등이었지만 이후 신용대출, 담보대출 등으로 대출잔액을 늘렸고 결국 더 큰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제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까지 손을 대는 실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낮은 대출 문턱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 또는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크게는 수천만원까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보니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2030세대가 무분별하게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리한 대출과 투자가 문제였고 취업과 소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청년층의 대출 연체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취업, 원리금 감면, 장기 대출 전환 등 중장기적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