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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단 금지법’ 총대 메더니 한마디 반성조차 없는 통일부·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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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북한 인권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에서 대북 전단을 매단 풍선을 날리고 있다. /조선DB


문재인 정부가 만든 ‘대북 전단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3년 전 이 법을 밀어붙인 사람 누구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3년 전 북한 김여정이 “법이라도 만들라”고 겁박한 지 4시간 만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법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하고, 이후 민주당이 주도한 입법 과정에 적극 협력했다. 탈북 단체들이 전단 살포를 강행하자 수사 의뢰하고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그래 놓고 지금 와선 언제 그랬냐는 듯 남 일 대하듯 하고 있다.

역대 민주당 정부는 북한 정권의 거부감이 큰 전단 살포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다. 그때마다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해 왔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전단 금지법’을 만들거나 기존 법으로 옭아매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단 풍선이 수소를 쓴다는 점에 착안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으로 전단 살포를 막으려 했던 것도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그랬던 통일부가 ‘김여정 하명’이 떨어지자 ‘접경 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개발해 전단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다. 전단 살포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한 해설 자료를 만들어 주한 대사관 수십 곳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자료엔 ‘전단을 통해 북에 코로나가 유입될 수 있다’는 북한의 억지 주장까지 그대로 담겼다. 북한과 문 정권 눈치를 보느라 양심을 팔았다.

대북전단 금지법이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을 저해할 것이란 비판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거셌다. 서방 국가 대부분이 우려를 나타냈고 미 의회 초당적 기구는 청문회까지 열었다. 이 기구의 청문회 대상이 된 나라는 대개 중국과 아프리카·남미의 이른바 ‘인권 후진국’들이었다. 그런데도 유엔 인권기구 부대표 출신의 당시 외교부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온 날도 외교부는 “통일부에 물어보라”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정부가 바뀌었으니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비겁함과 뻔뻔함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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