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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화)

‘세계 1위 OLED’ 기술 탈취 당한 삼성디스플레이… 유출 최종 목적지는 中 청두 BOE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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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중국 베이징에 있는 BOE 건물./BO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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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1일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중국 청두시 사무실. 삼성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 톱텍 직원들과 중국 물류업체 대표 등 4명이 BOE 관계자 앞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엣지(곡면) 패널 제조 기술이 포함된 제안서를 프레젠테이션했다. 탈취된 기술 자료를 본 BOE 측은 이들에게 수정 사항을 전한 뒤 이메일로 다시 기술 제안서를 받았다.

여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에서 유출된 플렉시블(휘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엣지 패널 3D 래미네이션 기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3D 래미네이션은 스마트폰 화면 모서리를 곡면 형태(엣지 패널)로 구현하는 데 쓰인 기술이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만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 그대로 중국 경쟁사 BOE에 넘어간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을 노린 중국의 탈취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의 기밀 기술을 BOE에 유출한 일당 8명이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달 28일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받았다. 범행 당시 21년차 톱텍 영업부장이던 A씨는 징역 3년, 톱텍 전 설계 엔지니어는 2년 6개월, 중국인 2명은 2년, 톱텍 전현직 임직원 등 4명은 1년~1년 6개월을 각각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을 유출했다”며 “이는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 측으로부터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 법원에 따르면, 중국 물류업체 대표 B씨는 중소형 OLED 세계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에서 합착설비 생산 기술을 빼돌려 BOE 등에 설비를 공급하기로 계획하고 중국인 동료들과 당시 톱텍 영업부장 A씨에게 접근했다. 톱텍은 201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모바일 패널 제조 설비를 제작해 납품해왔다.

B씨는 “BOE를 비롯한 중국 OLED 생산업체와 3D 래미네이션 설비 공급 관련 협의가 완료돼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자금도 확보돼 협의가 잘 이뤄지면 바로 수주할 수 있다”고 A씨를 꾀어냈다. A씨는 “연봉 1억8000만원을 달라”고 역제안했다. 뒷거래가 성사되자 A씨는 B씨 일당과 중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9%를 받았다. 새 회사에서 기술총감을 맡은 A씨는 톱텍 엔지니어들과 공모해 기밀 기술을 빼돌리는 이른바 ‘A프로젝트’ 계획을 주도했다. 이들의 목표는 OLED 래미네이션 설비를 자체 수주해 2018년 말까지 중국에서 이 설비를 양산·납품하는 것이었다. 기술 탈취에 공모한 톱텍 엔지니어들은 연봉 약 1억원과 중국 아파트, 자동차를 제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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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에 곡면 화면이 적용된 갤럭시S6 엣지 플러스./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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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톱텍 서버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톱텍의 2D 래미네이션 기술 자료와 3D 래미네이션 기술 자료를 수차례 내려받아 중국 회사에 유출했다. 톱텍의 장비 제조 공장에 몰래 들어가 공정을 염탐할 계획도 세웠다. 중국 회사에서는 빼낸 기술 자료를 토대로 3D 래미네이션 설계 도면과 설비 제안서를 작성하고, 중국 특허를 준비하기도 했다.

3D 래미네이션 기술 기반의 엣지 패널은 2014년 삼성 갤럭시 노트 엣지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됐다. 삼성은 이 기술 개발에 6년간 연구비 1500억원과 엔지니어 38명을 투입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의 첩보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톱텍 전 대표도 이번 사건과 별개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엣지 패널 기술을 BOE에 팔아넘긴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톱텍과 거래를 끊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식자산 도용과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가 2017년 말부터 톱텍을 통해 삼성 OLED 패널과 모듈 기술 관련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IT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가 아이폰12 제품에 사용된 디스플레이와 같은 패널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특허 소송과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BOE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2년 연속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의 특허 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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