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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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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로 쪼개진 사회 下] "혐오 부르는 혐오…포용 문화 자리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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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가락' 이전에도…게임 속 성별 갈등 처음 아냐

게임서 시작된 성별 갈등 '불똥'튈까…기업들 '좌불안석'

"표현의 자유 중요하지만, 서로 포용하는 자세 가져야"

뉴시스

메갈리아의 로고. 현재 메갈리아 커뮤니티는 폐쇄된 상태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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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집게 손가락' 논란이 촉발한 게임 업계의 극단적 성별 갈등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곳에서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게임 서비스에서 터져 나온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단순 게임 업계 내부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인 문제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또또또…남녀 갈등의 골 깊어졌다, 쪼개진 사회


'집게 손가락'으로 논란이 된 게임 업계의 성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넥슨의 게임 성우가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가 유저들의 거센 항의로 교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넥슨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가 SNS 상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메갈리아와 페미니즘에 대한 공방을 벌였고, 문제에 부담을 느낀 넥슨이 해당 성우를 하차시킨 사건이다. 녹음료와 계약금 등은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당시 '메갈리아' 활동자와 일부 넥슨 게임 이용자들이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넥슨이 해당 성우를 하차시킨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 비판했고, 일부 게임 이용자는 넥슨 게임의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성우가 직접 나서 "공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이 예상치 못하게 커졌다"며 "녹음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 부당해고는 아니다. 나로 인해 생기는 오해와 비난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18년에는 중국 게임 '소녀전선'의 국내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 관련 트위터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퇴출된 사건도 있었다. 2020년에는 게임 '크로노 아크'의 개발자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했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아 사과하는 사진을 게재한 일도 있었다.

정치적 이념에 따른 이슈도 있었다. 2016년 모바일게임 '이터널클래시'에서 '일베(일간베스트)' 용어가 쓰였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것. 당시 게임 속 스테이지의 이름 ▲4-19 스테이지 '반란 진압' ▲5-18 스테이지 '폭동' ▲5-23 스테이지 '산 자와 죽은 자'가 각각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사건으로 게임 배급사 네시삼십삼분(4:33)과 개발사 벌키트리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성별 갈등 '불똥' 튈까…기업들 '좌불안석'



성별 갈등은 게임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게임에서 시작된 갈등이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전 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내부에서 문제가 됐다. 사내 게시판(나우톡) 로그인 이미지에 집게 손가락이 들어간 것이다. 또 사내 메신저 녹스에서는 집게 손가락으로 전화기를 든 이모티콘이 발견됐고, 화장실에는 집게 손가락으로 비상 버튼을 누르는 포스터가 붙어 남성 혐오 의혹을 일으켰다. 해당 이미지들은 외부 사이트에서 가져와 사용한 것으로, 의도성은 없었고, 현재 모두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경우에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2023 포스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영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영상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집게 손가락을 만들어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또 다른 영상에선 여성 캐릭터가 뜬금없이 집게 손가락을 들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와 의혹을 키웠다. 이런 장면이 수차례 반복되자, 남성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포스코 측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상태로 바꿨다.

이전에도 GS25와 BBQ 같은 기업 광고에 집게 손가락과 유사한 모양의 이미지가 등장해 남성들이 집단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반대로 여성 혐오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유명 유튜버 A씨는 자신만의 유행어이자 인사말이 여성의 성기를 비유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논란을 제기했던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여성 혐오적 표현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받고 최근 복귀했다. 유명 웹툰 작가 B씨도 자신의 작품에서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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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논란이 된 포스코 채용 광고 영상(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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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서로 포용하는 자세 가져야"



게임 업계는 이번 논란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성별 갈등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위기다.

특히 게임 업계의 맏형 격인 넥슨이 쟁점화한 '집게 손가락' 논란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성별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판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유독 게임 업계에서 성별 갈등이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로 남성 중심의 게임 문화를 지목하기도 한다. 게임 개발자, 게임 유저, 게임 커뮤니티 등 게임 업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남성 중심의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이들의 여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녀를 떠나 특정 성별을 겨냥한 의도적인 혐오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누구든 개인의 사상이나 이념을 표출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회사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이번 이슈로 인해 게임 콘텐츠가 혐오 표현의 온상으로 비춰져 게임 산업까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고 전했다.

또 "이번 일로 더 이상 불필요한 남혐·여혐 논란에 휩싸여선 안 된다는 게임 업계의 공감대가 커졌다"면서 "업계가 게임 콘텐츠에 대한 사전 검수 시스템을 보다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이 '온라인 군중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의 혐오라는 감정은 평소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익명을 보장하는 인터넷 상에선 거리낌 없이 표출되기도 한다"면서 "사건의 진실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집단과 함께 여론몰이를 하거나 격분하기도 한다. 일종의 군중 심리"라고 밝혔다.

이어 곽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별 갈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서로 배려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특정 단체들도 성별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장의 잘잘못을 가리려다 보면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혐오라는 감정은 한 번 생기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를 자주 접하게 되면 성인이 됐을 때 더 심각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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