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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토)

투자·운영 모두 낙제점…수원, 예견된 2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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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 앞에 고개 숙인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 대행. 2부 강등은 1995년 창단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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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관중석 분위기는 싸늘했다. 여기저기서 팬들이 울음을 터뜨렸고, 분노에 가득한 고성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관중석을 향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 선수단의 얼굴에도 실망과 좌절로 가득했다. 한때 ‘레알 수원’을 자처하며 아시아 최고의 축구클럽을 지향하던 프로축구 명가 수원 삼성(이하 수원)은 그렇게 2부리그 강등을 맞이했다.

수원은 2일 강원 FC와의 올 시즌 K리그1(1부리그) 최종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시즌 승점 33점(8승 9무 21패)에 머물렀다. 같은 시간 제주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긴 수원 FC와 승점은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9골이 모자랐다. 최종 순위는 12위. 꼴찌에게 주어지는 ‘K리그2 강등’의 벌칙을 피할 수 없었다.

수원은 지난 1995년 창단과 동시에 K리그의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을 모델로 삼아 ‘아시아 최고의 명문 축구팀’을 지향하며 야심차게 출범했다. 성과도 좋았다. 파격적인 투자와 선진적인 운영 시스템을 앞세워 1999년 정규리그와 각종 컵대회를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K리그 무대에서 4차례 정상에 올랐고 FA컵 5차례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차례 우승 등의 성과를 거뒀다. 벤치 멤버만으로도 다른 팀 1군 수준의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이 ‘레알 수원(레알 마드리드+수원)’이다.

화려한 시절이 있었기에 2부 리그 강등에 대한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강원전 종료 후 수원 팬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단 버스를 막아 세웠다. 2시간여 동안 이어진 대치 끝에 길을 터준 서포터스는 “선수단은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여기 남겠다”며 절규했다.

수원의 내리막길은 ‘예고된 인재’에 가깝다. 지난 2014년 삼성그룹 내 여러 회사에 흩어져 있던 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통합되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효율적 운영’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비용 대폭 삭감’의 다른 표현이었다.

K리그가 승강제를 처음 도입한 2013년 기준 수원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90억6742만원으로 인건비 1위였다. 지난해에는 88억7584만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8위로 떨어졌다. 올 시즌 우승팀 울산의 지난해 인건비(176억원)에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과거 수원 지휘봉을 잡았던 한 지도자는 “매년 예산이 줄었다”면서 “잘하는 선수, 몸값이 비싼 선수부터 쫓겨나듯 팀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선수단 내부에 패배의식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올 시즌 포함 최근 5년간 수원의 순위는 8-8-6-10-12위다.

재정 감축 못지않게 수원 구단의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포항(2위), 광주(3위) 등 수원보다 돈을 적게 쓰고도 K리그1 무대에서 상위권 성적을 낸 팀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3시즌 동안 수원은 6명의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했지만, 단 한 명도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 시즌 수원의 득점은 35골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11위에 그쳤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금전적 지원이 줄어든 것 못지않게 주어진 재정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프런트의 계획 및 기획 능력이 모자랐다”면서 “대다수의 수원 팬들은 강등의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 못지않게 향후 어떤 계획과 과정을 거쳐 구단의 경쟁력을 끌어올릴지에 대한 대책을 원한다”고 밝혔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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