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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 (일)

“아직 금리 내리긴 힘들어”…물가·가계부채 부담에 9연속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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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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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한국은행이 22일 다시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은의 목표(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뚜렷하게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금리를 내리면 자칫 이들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미국(5.25∼5.50%)과의 역대 최대(2.0%p)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한은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앞서 금리를 낮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을 부추길 이유도 없다.

하지만 2021년 8월 이후 2년 반 넘게 이어진 긴축 탓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졌고, 고금리가 계속 민간 소비를 압박하면 올해까지 경제 성장률이 2년 연속 1%대(실질 GDP 기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국 한은도 연준을 따라 하반기부터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새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결정의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소비자물가 상승률 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크다”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도 점검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물가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상승률이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이후 다시 완만히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전망치(2.6%)를 유지했다.

경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세가 더디고 건설 투자가 부진하겠지만,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년 11월 발표한 올해 성장률 예상치(2.1%)도 바꾸지 않았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말부터 이날까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9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물가·가계부채·부동산 PF·경제성장 등 상충적 요소들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식료품·에너지 가격 등에 따라 언제라도 다시 뛸 수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도 여전히 높다”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경제 규모(GDP)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개발 공약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한은이 조기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 이유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1월까지 10개월째 불었다. 특히 1월에만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55조3000억원)이 4조9000억원 늘었는데, 1월 기준으로는 2021년 1월(+5조원) 다음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빚,가계대출+미결제 카드 사용액) 잔액(1천886조4000억원)도 직전 분기(1천878조3000억원)보다 0.4%(8조원)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또 갈아치웠다.

그렇다고 물가와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없다. 금리 부담이 더 커지면 태영건설과 같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줄줄이 터지고, 소비도 위축돼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2.1%) 달성이 어려워진다.

미국의 인하 시점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계속 늦춰지는 점도 한은의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 시각) 미 연준이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 수준(2%)을 향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되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 리스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한은의 동결 행진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이 6월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 한은도 하반기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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