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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코인 가격 99% 급락하자 벌어진 일…금융권 '못' 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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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상자산 발행사, 실수로 물량 풀리자 시세 개입
삼성증권 유령사태 닮은꼴…처벌은 아무도 못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거래소'…발행사 내부통제는?


최근 A가상자산은 통상 3~4달러로 거래되던 가격이 일순간에 0.0008달러로 급락했다. 한 가상자산의 가치가 순식간에 99% 급락한 것이다.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코인을 발행하고 유통하는 기업의 실수였다. 이 기업은 당첨자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었는데, 시스템 상 문제가 생기면서 당첨자에게 수억원 규모의 코인이 지급된 것.

당첨자는 A가상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B코인으로 환전 후 모두 현금으로 인출했다. 가격이 급락한 이유로 분석된다. 발행하는 기업이 이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후 발행사는 A가상자산을 직접 사들여 가격을 회복시켰고 A가상자산의 가격은 소폭 회복했지만 지난 21일 0.5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당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아직도 A 가상자산의 급격한 하락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해외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 가상자산 발행 기업에서 최근 발생한 일이다. 이 회사는 발행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자 회사 측이 직접 사들이는 방식을 취하며 시세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일은 회사 내에서 쉬쉬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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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사례가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핵심 이유라고 보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발행 기업들 역시 촘촘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대외적으로 신뢰를 구축한 사업자라 할지라도 '아무런 통제나 제한 없이' 쉽게 자산의 가치 평가에 나설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증권 사태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

이는 과거 발생했던 삼성증권 배당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은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 1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하는 것을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1000주를 발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애초 계획대로 였다면 30억원 가량만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시스템 오류로 인해 약 100조원이 넘는 주식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 것이다.

이후 일부 직원들이 이를 그대로 시장에 매도해 삼성증권의 주식 거래량이 전날보다 40배 이상 많아졌다. 주가 급락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당시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측에 과태료 1억4400만원 및 신규 위탁매매 업무정지 6개월, 일부 임직원등에 대한 중징계 등을 처분했다. 아울러 일부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A의 가격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은 과거 삼성증권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라며 "다른 점은 삼성증권은 제도권에 있는 자산을 발행하는 회사라는 점에서 이후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이번 가상자산 발행사에게는 관련 규제가 없어 그 어떤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규제 벗어나 시세 개입?

시세회복을 위해 회사 측에서 가상자산을 임의로 사들인 점도 따져 볼 문제로 보고 있다. 상장기업 역시 자기주식(자사주) 매입이라는 카드를 통해 주가하락을 방어한다고 하지만 자사주 매입과는 결이 다르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상법상으로는 금지된 행위다. 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경영권 안정, 주가안정 등 예외적 상황 시에만 자사주를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해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에 알린 후 공시해야 한다. 살 수 있는 물량도 한정돼 있다. 상장사가 자사주 가격에 지나치게 관여해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발행한 곳이 가격이 회복될 때 까지 물량을 사들였다는 것인데 이는 (제도권 시장이라면)시세조종으로 볼 여지가 있어보인다"라며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반영이 된다고는 하지만 자사주 매입에도 규제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수준까지 주가를 조정할 수 없어 같은 선상에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만 규제…발행사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의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승인한 이후 국내에서도 관련 ETF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총선 공약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동시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률은 올해 7월부터 도입된다. 다시말해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으로 점점 들어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발행사가 임의로 가상자산의 가격 조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상자산의 법제화는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시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에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사업면허를 주고 있는데, 거래소 뿐만 아니라 발행사들 역시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으로 규제하고 국내에서의 유통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규제체계를 보면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등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갖춰야 하는 내용이 주"라며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주체들은 현재 '백서' 형태로 운영방안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신뢰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주체들 역시 깐깐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규제장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라며 "이를 통해 국내 ICO(가상자산 시장공개)가 활성화 되는 등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이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 이를 바탕으로 탈 중앙화를 추구하는 만큼 발행사에 법적 테두리 안에서 발행 등을 강제한다면, 국내 가상자산 업계 나아가서는 블록체인 업계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는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부과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후 검토될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추가 입법까지는 규제 공백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이 경우는 시장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질서 확립에 나서도록 당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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