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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이태원 참사 잊었나"…경각심 잃은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완화' 입법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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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 완화 관련 건축법 개정안 발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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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가 이행강제금 부과 감경률을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번 달 내 처리할 전망이다. 2022년 이태원 참사를 키운 것이 불법건축물이었음에도, 도리어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어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국토위는 이번 주 중 전체회의를 열어 이행강제금 부과 경감률을 현행 50%에서 75%로 상향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를 통과하면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위 관계자는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위원 간 합의가 이뤄져 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전체회의에서도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의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이행강제금은 건축법을 위반해 허가권자의 시정명령을 받은 후에도, 주어진 기간 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부과되는 벌금이다. 건축법을 어기면서 무단으로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증축, 내부구조 변경, 내부설비 변경 등을 실시한 불법건축물이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다. 대표적인 불법건축물로는 비주거용인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은 뒤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나 내부 구조를 불법 변경해 세대 수를 늘리는 '방 쪼개기' 건물이 있다.

이행강제금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은 총 4건이 발의돼 있다. 이행강제금 감경 비율을 상향하는 내용(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이행강제금 감경 대상을 확대하고 부과 횟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담은 개정안 등이다.

문제는 이행강제금이 사실상 유일한 불법건축물 규제수단이어서 이행강제금 부과 경감률을 완화할 경우 불법건축물 양산을 막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2006년까지는 '공급거부'를 통해 불법건축물에 대한 규제 조처를 내렸지만, 해당 제도가 사라지면서 현재는 이행강제금이 주된 방지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급거부란 불법건축물에 대한 전기, 전화, 수도 공급을 중단하는 행위다.

특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불법건축물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이 드러난 이후임에도 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비판의 이유가 되고 있다.

이태원참사특별수사본부는 수사 결과 해밀턴호텔 불법건축물이 사태를 키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밀턴호텔의 불법건축물로 인해 도로가 좁아져 병목현상이 일어났고 이것이 압사 사고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해밀턴호텔은 건축법상 도로에 접한 부분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건축한계선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를 어겼다. 해밀턴호텔은 건물 북쪽에 테라스 형태의 건축물을 무단으로 설치해 17.4㎡ 규모 공간을 주점으로 운영하며 수익을 올렸다. 해밀턴호텔은 용산구의 위반건축물 철거 통보에도 불구하고 5억553만 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영업을 지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있기 전인 2019년 용산구청 단속에 따라 철거했다가 열흘 만에 다시 건축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서울시는 불법건축물 이행강지금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2022년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을 대폭 상향하겠다 밝힌 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건축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의회 제동으로 무산됐다.

국토교통부는 꾸준히 불법건축물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위 법안소위에 출석한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이행강제금 제도의 실효성이나 위반건축물에 대해 강화된 안전 관리 인식 등을 고려했을 때 동 법안(건축법 개정안) 처리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1일 법안소위에서도 국토부는 같은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위 내에서도 이행강제금 규제 완화 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토위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경감률을 최대 90%까지 상향하자는 안과 이행강제금 감경 대상을 늘리고 부과 횟수를 낮추는 내용의 법안 등 여러 법안이 나왔었다"며 "우려가 있어 이행강제금 경감률 상향에 대해서만 합의가 이뤄졌고 이 역시 75%로, 발의된 개정안보다 수치를 낮춰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유는 '선의의 피해자 보호'지만, 옹색한 주장이라는 전문가 견해가 나온다. 이행강제금 완화 법안을 낸 한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소유한 경우 벌금 부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과거 불법건축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워 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축물 소유자는 계약 과정에서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불법건축물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을 완화하면, 이를 통해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도 임대수익보다 이행강제금이 적은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부족해 오히려 이행강제금 상향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허지은 기자 (hj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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