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4 (일)

[윤희영의 News English] 한센病 재일교포 시인 김하일을 아시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최정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6월 10일 세상을 떠났다(depart this life). 처절하고 비통했던 삶(desperate and sorrowful life), 버겁게 버텨오던 그 고된 세월의 고삐를 스르르 놓았다(let go of the arduous years). 96년 인생 80년 넘게 살았던 일본, ‘조센진 문둥이(ethnic Korean leper)’로 갇혀 지냈던 어느 산중턱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breathe his last breath).

일제강점기(under Japanese colonial rule), 경상북도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be born into a poor farming family). 하루 세 끼 때우기도 어렵던 시절, 이리저리 치이다가 현해탄 너머 일본으로 휩쓸려갔다. 고작 열세 살. 낯선 땅에서 빌어먹느라 눈이 벌게진 그 어린 것에게 불행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학대를 시작했다.

낮에는 과자 공장, 밤에는 야학에 다니던 2년 후 어느 날, ‘문둥병’ 진단을 받았다(be diagnosed with ‘leprosy’). 그렇게 열 다섯 김하일은 일본 정부가 시행한 ‘나병(癩病) 금지법’에 따라 즉각 요양원으로 강제 격리됐다(be forcibly segregated in a sanatorium). 전염을 우려해서가 아니라 패전국의 추한 모습을 감추는 데 급급하던 일본 정부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됐다(become another scapegoat).

한센병은 시력을 먼저 앗아갔다(rob him of his eyesight). 손가락으로 점자를 배워야 하는데, 지문(fingerprint)마저 문드러졌다. 그에게 남은 삶과의 소통 수단은 입안의 혀밖에 남지 않았다. 혀로 핥아가며 점자 읽는 법을 독학해(teach himself to read braille by licking it with his tongue) 한국·일본 점자와 시(詩)를 공부하며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삶을 위로하고(comfort his absurd life) 매정한 세상 원망을 달랬다(mollify his resentment toward the callous world).

혀로 핥다보니 점자는 녹아버리기 일쑤였다. 혀는 쓸리고 까여서 피가 났다(be chafed, chapped, and bleeding). 재일 조선인(ethnic Korean in Japan)이자 한센병 환자라는 두 가지 차별을 한꺼번에 겪어야 했던(face two fronts of discrimination at once) 그에겐 피도 진물이 돼 흘렀다. 요양원 나병 환자들에게도 ‘조센진’이라고 왕따를 당했다(be treated as an outcast).

1993년 지인들 도움으로 한국에서 ‘혀로 읽는 시’라는 시집을 냈지만, 큰 주목을 받지(garner much attention) 못했다. 그로부터 꼭 30년 후인 지난해 별세하기(go to his death) 전에 마지막 소원을 남겼다(leave his dying wish). 한국의 고향 부모님 산소 곁에 묻어달라는(be buried next to his parents’ graves) 것이었다. 다행히 그의 유언이 전해져 지난해 가을 한국 친지들이 유해를 모셔와 경상북도 고향 언덕 부모님 곁에 묻어드렸다.

일본 군마현 구사쓰의 산간벽지 요양원 ‘栗生樂泉園’ 그의 방은 아직 비어 있다(be unoccupied). 방에는 ‘아리랑’을 타이틀곡으로 한 한국 민요 CD 한 장이 남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영문 참고자료 사이트]

https://www.asahi.com/ajw/articles/15167050

[윤희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