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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필동정담] 애플카 시동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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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시작했을 때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긴장에 휩싸였다. 애플의 구상대로 자동차가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능과 큰 터치스크린을 갖춘 바퀴 달린 컴퓨터'로 변신한다면 애플과 경쟁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었다.

하지만 위기가 현실이 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었다. 애플은 한때 핸들과 페달이 없는 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구현하지 못한 완전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5'를 적용하려던 계획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2+'로 낮아졌다. 테슬라를 포함한 다른 전기차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자동차 생산 능력이 없는 애플은 현대자동차그룹, 폭스콘 등과 접촉했지만 생산 계약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사이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빠르게 꺾였다. 2025년을 목표로 했던 애플카 출시 시기는 2026년, 2028년으로 여러 차례 연기됐고, 애플은 결국 자동차 사업을 접기로 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10년 가까이 매달려온 애플카를 접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을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세계로 인도했을지도 모를 야심 찬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새로운 사업 대신,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인력과 투자를 재배치하는 것이 낫다는 냉정하고 현실적인 쿡 CEO의 경영전략이 확인된 셈이다. 주주들도 애플카 포기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주식 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0.82% 상승했다.

애플카를 접었다고는 하지만 애플이 자동차 시장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차량 한가운데에 아이폰·아이패드와 비슷한 터치스크린을 이미 장착하고 있다. 애플의 자동차용 운영체제인 카플레이 이용자도 늘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워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90% 이상에 카플레이가 설치됐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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